2016년 4월, 국세청은 조세심판원의 결정을 다시 판단 받을 수 있는 길을 만들려 했다. 일부 심판결정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일정한 요건을 갖춘 사건에 대해 '재의(재심리)요구권'을 달라고 기획재정부(현 재정경제부)에 건의한 것이다. 하지만 기재부는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사안'이라며 이를 덮었다.
그해 정기국회를 앞두고 추경호 당시 새누리당 의원이 관련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공교롭게도 국세청이 기재부에 제출했던 개정 건의안과 내용은 대동소이했다. 정책의 당위성과는 별개로, 같은 내용의 법안이 국회에 등장하자 '국세청 입법로비' 논란까지 번졌다.
조세심판원의 독립성을 훼손한다는 반대에 부딪혀 법안은 원안대로 통과되지 못했고, 국세청은 사실상 행사할 수 없는 '빈껍데기 권한'만 손에 쥐었다. 그렇게 끝난 줄 알았던 재심리 논쟁이 10년 만에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행정심판에서 져도 다시 다투게 해달라"
심판원·국세청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국세청이 심판원(심판청구)의 결정에 대한 재의요구권 도입을 다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안에 밝은 정부 관계자는 "올해 5월부터 관련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으며, 현재 재경부 세제실에서 올해 세법개정안에 담을지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고 했다.
재의요구권 논의는 심판원 내부 사정과 맞물려 있다. 올해 5월, 심판원은 외부에서 제기된 공정성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자체 개혁 방안을 내놨다. 개혁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별도법(조세심판원법) 제정'까지 거론되며 법체계 전반을 손질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이때 국세청이 오래전부터 요구해 온 재의요구권도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고 한다.
초기 논의된 안은 처분청에도 심판원의 결정에 대한 재소권(항소권)을 부여하는 방안이었다. 쉽게 말해, '행정심판에서 국민이 이겼는데, 국가도 법원에서 다시 다툴 수 있게 할 것인지' 여부다. 현재는 납세자가 심판청구에서 지면 소송을 제기할 수 있지만, 국세청이 지면 그대로 결정에 따라야 한다.
그러나 이 방안은 행정심판 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법제처 등의 반대에 부딪혔다. 결국 논의는 재소권이 아닌 재의요구권으로 옮겨갔다. 재심리 기관은 기존 심판원이 아닌 별도 위원회가 맡도록 하는 내용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세청으로서는 같은 기관이 다시 판단하는 방식으로는 실효성이 없다고 본 셈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국세청은 오래전부터 재심요구권 도입을 꾸준히 요구해 왔다"며 "국세청장의 영향력이 가장 큰 시기에 제도개선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고 했다.
왜 국세청은 계속 '재심리' 요구하나
2016년 말, 재의요구권을 둘러싼 논쟁은 국회로 번졌다. 처분청에도 재의를 요구할 권한을 부여하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심판원 독립성을 훼손한다는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 결국 국회는 원안 대신 절충안을 택했다. 국세청장이 국세행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라고 판단하면 조세심판관합동회의 심리를 요청할 수 있는 길만 열어준 것이다.
하지만 이 권한은 사실상 '빈 껍데기'에 그쳤다. 심판 결정이 나온 뒤가 아니라 심판청구 단계에서 합동회의 회부를 요청하도록 설계됐기 때문이다. 인용인지 기각인지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합동회의 회부 여부를 결정해야 하고, 한번 요청하면 철회도 할 수 없다.
국세청도 해당 권한의 활용 통계는 별도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제도(합동회의 회부 요청)가 도입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실제 행사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세청이 10년 넘게 재의요구권을 포기하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다. 새로운 과세 쟁점이 심판원에서 한 번의 결정으로 마무리되면, 이를 다시 심리할 절차가 없다는 것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동일 쟁점에 대한 법리가 형성되지 않으면 이후 유사 사건에서도 일관된 과세가 어려워질 수 있다"며 "중대한 사건에 한해 과세관청도 이의를 제기할 절차가 필요하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재의요구권 논란의 원인을 심판원에서 찾기도 한다. 같은 사안에 대해 심판원의 인용 결정이 기재부(재경부)의 유권해석이나 법원 판단과 배치되는 경향이 종종 나타나고 있어서다.
특히 고액 사건일수록 인용률이 높다는 점도 주목된다. 2025년 현재 심판청구 전체 인용률은 21.1%였지만, 청구세액 200억원 이상~500억원 이하 사건은 47.1%였다. 이 때문에, 국세청은 2016년 당시 재의요구 대상을 청구세액 200억원 이상 사건으로 한정하자고 제안했다.

조세심판원만 '재심리'…형평성 논란
문제는 국세청에 재의요구권을 부여하는 것이 행정의 자기시정이라는 행정심판 취지에 위배된다는 점에 있다. 행정부 내에서 잘못된 과세처분을 스스로 고치는 절차인데, 국세청이 행정심판 결과에 대해 재의를 요구한다는 것은 법 취지를 거스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다수 불복 대리 경험이 있는 한 세무사는 "입법과정에서 세무사들의 반대가 예상된다"고 했다.
납세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것도 문제다. 재의요구가 이뤄지면 심판 절차가 길어지고 그만큼 시간적·경제적 비용도 늘어날 수 있어서다. 또 다른 세무사는 "납세자는 심판결정을 그대로 따라야 하는데 국세청만 다시 다툴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며 "재의요구권을 도입하려면 납세자에게도 같은 권리를 부여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