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2026년 세제개편안이 발표됐다. 이번 개편안에서 정부는 부동산·가업상속·자기주식 등 형평성 논란이 있던 영역을 정비하는 한편, 국내 생산과 지역 균형을 위한 세제 유인을 새로 담았다.
이 글에서는 납세자와 직접 마주하는 실무자의 시각에서 특히 눈길이 갔던 다섯 가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1. 부동산 세제의 정상화: 보유세와 양도세, 실거주 중심으로
이번 개편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종합부동산세의 과세 틀 자체가 주택 수 기준에서 가액 기준으로 바뀐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몇 채를 보유했는가'에 따라 세 부담이 크게 달라졌지만, 개정안에 따르면 '얼마짜리 주택을 보유했는가'가 세 부담의 기준이 된다. 실제로 2028년부터는 주택 수와 관계없이 세율(0.5~5.0%)이 동일하게 적용되므로, 이는 1주택자와 다주택자에게 같은 세율 체계를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축은 '거주'이며, 이번 개편의 무게중심은 사실상 여기에 쏠려 있다. 기본공제 상향과 고령·장기거주 세액공제처럼 부담을 덜어주는 장치가 대부분 실거주 1주택자를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비거주 1주택과 다주택은 기본공제가 줄어들고, 여기에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과 세율 개편까지 겹친다.
결국 같은 주택이라도 실제 거주하느냐 아니냐가 세 부담을 가르는 핵심 기준이 된 셈이다. 다만 취학·근무·질병·간병 등 부득이한 사유로 거주하지 못한 기간은 거주기간으로 인정해(최대 3년) 공제를 유지할 수 있게 했다. 거주 중심 개편에서 실수요자의 불이익을 완화하려는 예외 장치다.
한편 이번 개편에서는 이른바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세 부담도 커진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이 오르고 세율 체계가 개편되면서, 실거주 1주택자라 해도 고가주택을 보유했다면 부담이 적지 않게 늘어날 전망이다.
그동안 '똘똘한 한 채'는 주택 관련 세금의 공식과 같았지만, 이번 세제개편안이 시행된 뒤에도 고가 1주택에 자산을 집중하는 것이 세제상 유리할지는 미지수다. 결국 실거주 1주택자라 하더라도 고가주택 보유자는 종전보다 상당한 세 부담을 질 가능성이 커졌다.
양도소득세에서 가장 큰 변화는 장기보유특별공제가 둘로 나뉜다는 점이다. 주택은 '거주' 중심의 장기거주소득공제로, 그 밖의 자산은 종전처럼 '보유' 중심의 장기보유소득공제로 분리된다.
주택의 경우 오래 보유했더라도 실제 거주하지 않으면 공제 폭이 크게 줄어, 종부세와 마찬가지로 양도 단계에서도 거주가 세 부담을 가르는 기준이 된다. 1세대 1주택의 최대 공제 틀은 유지되지만, 과도기를 거쳐 2029년부터는 보유공제가 사라지고 거주공제만 남는다. 종부세와 마찬가지로, 취학·근무·질병·간병 등 부득이한 사유로 거주하지 못한 기간은 거주기간으로 인정해 공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예외를 두었다.
또 다른 흥미로운 점은 다주택자에게 일시적인 '퇴로'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다주택 양도세 중과는 한 번에 되살아나지 않고, 2027년부터 2029년까지 세율을 단계적으로 올려 원래 중과 수준으로 되돌린다.
2주택자는 기본세율에 2027년 5%포인트, 2028년 10%포인트, 2029년 20%포인트가, 3주택 이상은 같은 기간 10·15·30%포인트가 순차적으로 더해진다. 과도기 동안에는 중과 폭이 낮아, 보유 단계의 부담은 높이되 매각의 여지는 남겨두려는 설계로 읽힌다. 처분을 염두에 둔 다주택자라면 중과가 낮은 이 과도기를 언제 활용할지가 관건이 된다.
한편 토지에 대한 과세도 강화된다. 종합합산과세 대상 토지의 종합부동산세 최고세율이 인상되고, 개인 비사업용 토지의 양도소득세 중과세율도 함께 올라, 비사업용 토지에 대한 과세 부담이 전반적으로 무거워진다.
2. 한도는 확대하고 문턱은 높인 가업상속공제
가업상속공제의 최대 공제한도는 6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늘어난다. 앞으로는 오래 경영한 기업일수록 공제한도가 커지는 방식으로 바뀐다. 다만 경영기간이 20년 미만인 기업은 공제 대상에서 제외되며, 최대 한도를 적용받으려면 50년 이상 경영해야 한다.
반면 공제 대상과 적용 요건은 크게 강화된다. 앞으로는 특허권·영업비밀·산업기술·숙련기술 또는 이에 준하는 전문기술이나 경영상 노하우를 보유한 기업이어야 한다. 타인에게 제공받은 기술이나 노하우로 사업하는 경우와 부동산·이자·배당소득이 주된 기업은 제외된다. 공제 대상 업종도 세세분류 기준 727개로 구체화되며, 마트·버스 및 택시 운송업·주차장업·창고업·병원·약국 등은 주요 제외 업종으로 제시됐다.
대상 업종에 해당한다고 해서 공제가 자동으로 인정되는 것도 아니다. 민간위원이 과반수인 가업상속공제 심사위원회가 해당 기업이 전문기술이나 경영상 노하우를 보유한 '가업'에 해당하는지를 심사한다.
피상속인의 경영기간은 원칙적으로 10년에서 30년으로, 상속인의 사전 종사기간은 2년에서 5년으로 늘어난다. 사후관리 기간도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된다. 다만 피상속인이 20년 이상 경영한 경우에는 30년에 부족한 기간만큼 사후관리 기간을 추가하는 조건으로 공제를 적용받을 수 있다.
사업용 토지에 대한 제한도 강화된다. 건축물 바닥면적을 기준으로 인정되는 토지 범위가 종전 3~7배에서 2~3배로 축소되고, 토지 공제한도도 1㎡당 1000만원으로 제한된다. 겸업기업은 주업종과 부업종의 매출액 등을 기준으로 안분하여 공제대상 업종에 해당하는 부분만 공제받을 수 있으며, 이를 위한 구분경리 의무도 신설된다.
결국 이번 개정안은 가업상속공제를 전반적으로 확대했다기보다, 전문기술과 경영 노하우를 갖추고 장기간 경영한 기업을 선별해 지원을 집중하는 제도로 재편한 것이다. 따라서 최대 1000억원이라는 명목상 한도보다 가업의 정의, 대상 업종, 경영기간, 토지와 부업종의 비중, 장기간의 사후관리 가능성을 먼저 검토해야 한다.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에도 유사한 요건 강화가 적용되므로, 이를 손쉬운 대안으로 보기보다는 상속과 증여의 시기 및 방식을 함께 설계할 필요가 있다.
3. 자본거래·주식평가의 정상화: 자기주식과 주가 누르기
자본거래 쪽에서는 자기주식의 과세방식이 바뀐다. 종전에는 법인이 주주로부터 자기주식을 매입하면 원칙적으로 주식의 양도로 과세했지만, 자기주식을 자본으로 보는 상법 개정에 맞춰 개정안은 법인이 주주에게 지급한 금액 중 해당 주식의 취득가액을 초과하는 부분을 의제배당으로 과세한다(장내 매수 등 증권시장을 통한 통상적인 취득은 제외).
이에 따라 개인주주가 자기주식을 활용해 상대적으로 낮은 양도소득세 부담으로 법인자금을 회수하던 방식은 종전보다 어려워질 전망이다. 새 과세체계는 2027년 1월 1일 이후 취득분부터 적용된다.
주식 평가에도 손을 댔다. 최대주주가 보유한 상장주식이 장기간 저PBR 상태에 있거나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거래 이후 주가가 크게 하락하는 등 '주가 누르기'로 추정되는 경우에는 평가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보다 긴 기간의 주가를 반영한 새로운 평가방법을 적용한다.
다만 납세자가 조세회피 목적이 없음을 입증하면 현행 평가방법이 유지된다. 자기주식과 주식평가 개편은 모두 자본거래나 주가 관리를 이용한 조세회피를 막고 과세를 정상화하려는 취지로 읽힌다.
4. 국내생산세액공제 신설
이번 개편에서 가장 눈에 띄는 신설 제도는 국내생산세액공제다. 녹색전환과 경제안보 차원에서 국내 생산기반을 확충할 필요가 있는 태양광발전, 풍력발전, 이차전지, 반도체, 핵심소재 및 AI로봇부품 등 6개 분야를 우선 지원한다.
공제를 받으려면 내국인이 적격 품목의 핵심공정을 국내에서 수행해 직접 생산하고, 원칙적으로 국내에 공급하는 등 판매요건도 충족해야 한다. 적용기간은 2027년부터 2036년까지 10년이며, 마지막 3년에는 공제액이 단계적으로 줄어든다.
주목할 점은 공제방식이다. 통합투자세액공제가 투자금액을 기준으로 한 제도라면, 국내생산세액공제는 실제 생산과 판매를 지원하는 생산 기반 방식이다. 공제액은 기준공제금액에 생산지역별 계수와 연도별 점감비율을 적용해 계산하되, 생산비용과 생산시설 투자액의 일정 비율을 한도로 한다.
다만 통합투자세액공제를 적용받은 시설의 생산 물량과 수도권과밀억제권역 생산 물량은 제외되므로, 이 제도는 국내 생산시설에 대한 투자와 실제 가동을 함께 유도하는 구조라 할 수 있다.
2026년 말까지 통합투자세액공제를 받은 생산시설 관련 자산은 기존 공제세액과 이자상당액을 납부하고 공제를 취소하면 국내생산세액공제를 선택할 수 있다. 세부 품목과 기준공제금액, 국내 생산 인정요건 등은 시행령에서 확정될 예정이다.
5. 지방 세제지원 우대
이번 개편안은 연구개발(R&D)비용 세액공제와 통합투자세액공제에 지역이라는 변수를 본격적으로 도입했고, 국내생산세액공제에도 같은 체계가 적용된다. 지역계수는 수도권 1.0, 비수도권 광역시 등 1.1, 기타 비수도권 1.3, 기타 비수도권 우대지역 1.5로 구분되며(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의 공제율은 50%가 상한), 수도권이나 비수도권 광역시 안에서도 우대지역에 해당하면 별도 계수가 적용될 수 있다.
다만 R&D비용 세액공제와 통합투자세액공제의 지방우대를 받으려면 지역 사업장별 구분경리가 필요하다. 국내생산세액공제 역시 생산비용과 생산·판매량 입증자료를 장기간 보관하는 등 별도의 관리 의무가 따른다. 중소기업 취업자 근로소득세 감면도 사업장 소재지에 따라 차등화되어, 청년의 감면기간이 수도권 5년에서 우대지역 최대 10년까지 늘어난다.
이번 개편은 세제지원의 기준이 기업 규모와 기술 분야를 넘어 사업장의 소재지로 확장된다는 의미가 있다. 앞으로 생산시설과 연구개발 거점의 입지를 정할 때에는 명목 공제율뿐 아니라 최저한세와 공제한도, 중복 배제, 구분경리 등 관리 부담까지 함께 검토해야 한다.
☞우동철 세금전문기자는?
다수의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 관련 경정청구와 용역을 수행한 전문가.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공인회계사로 삼정회계법인·안진회계법인 세무본부에서 약 8년간 근무하며 세무 전문성을 쌓았다. 이후 세무회계사무소에서 소상공인 및 개인사업자 세무를 경험한 뒤, 삼도회계법인과 해림회계법인에서 회계감사·가치평가·인수합병(M&A) 관련 세무 자문 등으로 업무 영역을 확장했다. 현재 해림회계법인 부대표를 맡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