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에 일을 빨리 배우는 한 신입 직원이 들어왔다. 이름은 한이음 주무관.
입사하자마자 배워야 할 일이 쏟아졌다. 수입량이 갑자기 늘어난 업체를 눈여겨보고, 수입업체와 수출업체가 다르면 중간 거래업체까지 연결해 살폈다. 수입품과 수출품의 품목을 대조하는 법도 익혔다.
그렇게 일을 배운 한 주무관은 어느 날 업체 세 곳을 가져왔다.
A사는 해외에서 부품을 대량으로 수입했다. 그런데 A사의 수출내역에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대신 A사와 거래한 B사, 다시 B사와 거래한 C사를 따라가자 이야기가 달라졌다. 얼마 뒤 C사가 비슷한 제품을 '한국산'으로 신고해 해외로 수출한 것이다.
수입한 회사와 수출한 회사가 달라 따로 보면 관계없는 거래처럼 보였지만, 한 주무관이 A사-B사-C사를 이어놓자 하나의 흐름이 됐다.
그래서 이름도 한이음이다. 흩어져 있는 거래와 업체를 이어보는 게 주특기다. 한이음 주무관의 정체는 관세청이 개발한 '우회 수출 분석 AI 모델'이다.

최근 미국 등 주요국의 무역장벽이 높아지면서 외국산 물품을 한국으로 들여온 뒤 '한국산'으로 위장해 다시 수출하는 국산 가장 우회수출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우회수출은 해당 업체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외국산 제품이 한국산으로 둔갑해 수출되면 한국산 제품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정상적인 국내 수출기업까지 피해를 볼 수 있다.
문제는 이런 거래가 한 업체 안에서만 벌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 주무관은 우선 한 기업의 수입·수출 내역을 직접 비교한다. 무엇을 들여왔고 무엇을 내보냈는지 맞춰보면서 수입과 수출 사이에 의심스러운 흐름이 있는지를 살핀다.
수입업체와 수출업체가 다르면 여러 기업 사이의 거래까지 따라간다. A사가 B사에, B사가 다시 C사에 물건을 공급했다면 세 업체를 한꺼번에 분석하는 식이다.
여기에 수출입 규모 증가 여부 등 7개 위험지표를 복합적으로 적용한다.
"선배님, 여기부터 보세요"
다만 한 주무관이 우회수출 여부까지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수많은 거래를 먼저 훑어 '조사관이 깊이 들여다볼 대상을 골라주는 것'까지가 한 주무관의 일이다.
한 주무관이 의심 거래를 추리면 조사 직원이 실제 가공 과정과 원산지, 업체 관계 등을 확인해 위법 여부를 판단한다.
관세청도 이 모델을 우회수출 여부를 최종 판정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심층 수사가 필요한 대상을 선별하고 우선순위를 제시하는 의사결정 지원 도구로 설계했다.
관세청은 앞으로 새로운 우회수출 수법과 위험지표를 추가 발굴해 한 주무관의 업무 능력도 계속 키울 계획이다. 국제 정세와 무역환경 변화에 맞춰 분석 기준을 추가할 수 있도록 모델도 확장 가능한 구조로 만들었다.
김정엽 관세청 인공지능혁신팀 사무관은 "국산 가장 우회수출은 거래 구조와 기업 간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단일 기준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분야"라며 "조사 직원들을 직접 인터뷰해 실제 조사에서 활용하는 분석기법과 판단 기준을 수집한 후 분석 로직에 반영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