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에 체류하는 사람을 국내에서 일한 것처럼 꾸며 월급을 줬다. 회사에 나오지 않는 사주의 배우자에게도 꼬박꼬박 급여가 지급됐다. 실제로 일하지 않은 사주 일가에게 한 회사가 지급한 돈만 50억원에 달했다.
실제로 일하지 않는 배우자나 자녀에게 회삿돈을 급여로 지급하고 비용으로 처리하는 '가공(가짜) 급여'는 국세청 세무조사에서 자주 적발되는 탈세 방식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병·의원에서 조금 다른 형태가 포착됐다. 서로의 배우자를 바꿔 고용해 급여를 지급한 것이다. 장부에는 정상적인 인건비로 올라갔다. 이른바 '급여 스와핑'이다.
국세청은 최근 한 사례를 포착해 들여다보고 있다. 문제는 한두 곳만의 일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세무대리업계에서는 비슷한 방식으로 인건비를 처리하는 병·의원이 적지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비슷한 사례가 추가로 확인된다면, 개별 사례에 대한 검증이 급여 스와핑을 겨냥한 기획 세무조사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서로 배우자 바꿔 직원으로 올렸다
택스워치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수도권의 한 세무서는 일부 병원장에게 배우자의 실제 근무 여부 등에 대한 '해명자료'를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세청이 들여다보는 건 배우자를 서로의 병원에 직원으로 올려 급여를 지급한 이른바 '맞교환 고용'이다. 이 사안에 밝은 조사국 출신 A세무사는 "그간 국세청에서도 구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했던 유형"이라고 했다.
급여는 서로의 병원을 한 바퀴 돌았다. 갑의 배우자는 을의 병원에, 을의 배우자는 병의 병원에, 병의 배우자는 다시 갑의 병원에 직원으로 이름을 올리는 식이다. 각각 근로계약을 맺고 급여도 지급했다. 서로 배우자를 고용한 병원장들은 믿을 만한 대학 동문 사이였다고 한다.
배우자를 바꿔 고용했다는 사실만으로 탈세가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실제 근무도 하지 않았는데 서로의 배우자를 직원으로 올려줬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정상적인 고용이었다면 굳이 서로의 배우자를 맞바꿔 채용할 이유가 무엇인지도 따져볼 대목이다. 이렇게 배우자를 바꿔놓으면 각 병원의 장부만으로는 가족에게 지급한 급여라는 사실이 드러나지 않는다.
국세청은 탈루 혐의가 포착됐다고 해서 곧바로 세무조사에 착수하기보다, 사안에 따라 납세자에게 관련 자료를 요구해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기도 한다. 이번에도 배우자가 실제 병원에서 근무했는지, 지급된 급여가 실제 근로의 대가인지 등을 확인하는 과정으로 풀이된다.
최근에도 해명·검증을 거쳐 세무조사로 이어진 사례가 있다. 올해 4월 법인 명의 고가주택과 관련해 실제 거주·사용자나 자금 관계 등을 확인하는 해명 요구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넉 달 뒤인 8월에는 탈루혐의가 중대한 50개 업체가 실제 세무조사 대상에 올랐다.
가짜 월급보다 더 큰 문제…'부정행위' 될까
A세무사는 "병원장들이 사전에 교차 고용을 약속하고 허위 근로계약과 급여 지급 등 외형까지 갖췄다면, 일반적인 가공경비와 달리 고의성이 쟁점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로 인정됐을 땐, 통상적인 부과제척기간을 넘어 과거까지 과세할 수 있다.
법인세나 소득세의 부과제척기간은 통상 5년이다. 하지만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로 세금을 포탈했다면 10년으로 늘어난다. 거짓 장부나 증빙을 만들거나 거래를 조작·은폐하는 등 과세당국이 탈루 사실을 발견하기 어렵게 만드는 적극적인 행위를 했을 때다(조세범처벌법 3조).
세금 추징을 넘어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절차도 엄격하다. 범칙조사 대상자 선정과 검찰 고발 여부는 국세청 산하 '조세범칙조사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친다. 실제 2024년 조세포탈범 범칙조사는 174건 이뤄졌는데, 이 가운데 125건이 고발됐다. 반면 26건은 무혐의였다.

이번 급여 스와핑 사례를 두고도 국세청 내부의 시각은 엇갈린다. 국세청 관계자는 "조직적으로 이뤄진 만큼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반면 또 다른 관계자는 "부정행위로 인정받는 게 쉽지는 않다"며 "법원에서는 단순한 가공급여로 볼 수도 있다"고 했다. 세법상 부과제척기간이나 가산세를 적용하는 문제와 형사상 조세포탈죄를 판단하는 데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형사처벌과 별개로, 부과제척기간만 놓고 보면 어떨까. 조세심판원은 한 취득세 사건에서 과소신고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부정행위로 보지는 않았다. 허위계약서나 차명계좌 등 적극적인 은폐 행위가 없었고, 과세관청도 과소신고 사실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는 이유다(조심2024지1201).
반대 사례도 있다. 한 법인세 사건에서는 법인 매출을 임원 개인계좌로 받은 뒤 가지급금 회수 등으로 허위계상한 행위를 부정행위로 봐 10년의 부과제척기간을 인정했다(조심2026서143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