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세청이 법인 보유 고가주택을 사적으로 사용한 혐의가 있는 기업 50곳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하면서 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다.
국세청은 올해 들어 법인 보유 고가주택이나 슈퍼카 등을 사주일가가 사적으로 사용하는 행위에 대해 강도 높은 검증을 이어가고 있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최근 SNS에서 "회사와 오너의 사익 추구 경계가 불분명한 기업에 대해 명확한 원칙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또 "고급 콘도 사용, 회장 자녀의 해외 유학비 지원, 해외 사택 무상 제공 등 법인자금 오남용 전반에 대해 국세청 검증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국세청은 올해 하반기 국세행정 운영 방안에서도 법인 소유 부동산과 슈퍼카의 사적 사용을 '불공정 탈세'로 보고 엄격히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국세청의 강경 기조에도 불구하고, 법인이 대표에게 돈을 빌려주고 대표가 이를 이용해 개인 명의의 고가주택을 취득하는 경우에는 현행 세법상 마땅한 제재 수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이 높은 연예인, 쇼호스트, 인플루언서 등은 1인 법인을 만들어 자신의 소득을 법인 매출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 연예인의 경우 1인 법인의 실질적인 역할 등이 문제되면서 세무조사를 받고 거액의 세금을 추징당하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세무업계에서는 법인에 쌓인 현금을 대표에게 대여하고, 대표는 이 자금을 활용해 자신의 명의로 고가주택을 취득하는 사례에도 주목하고 있다.
실제 유명 쇼호스트 A씨도 자신이 대표로 있는 1인 법인으로부터 수십억원을 빌린 뒤 자신의 자금과 합쳐 100억원대 초고가주택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얼핏 보면 법인 돈이 대표의 개인 주택 구입에 사용됐다는 점에서 '사적 유용'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세법상 결과는 다르다.
법인이 대표에게 돈을 빌려주는 것 자체는 금지돼 있지 않다. 대표가 법인에 적정한 이자를 지급하고 추후 원금까지 정상적으로 상환한다면 대표 개인에게 별도의 소득세를 과세하기 어렵다.
한 대형 세무법인 세무사는 "최근 고소득 1인 법인에서 이런 식으로 법인 대여금을 활용하는 사례가 있다"며 "법인에 적정 이자를 내고, 주택을 판 뒤 원금까지 상환하면 세법상 문제 삼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주택 가격이 오른 데 따른 양도차익은 모두 개인에게 귀속되기 때문에 개인 입장에서는 법인 자금을 활용해 자산을 취득하면서도 향후 가치 상승분은 자신이 가져갈 수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과세당국의 판단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법인이 외부에서 돈을 빌려 대표에게 다시 대여했다면 세무상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
현행 세법은 법인이 대표 등 특수관계인에게 업무와 무관하게 자금을 빌려준 경우 이를 '업무무관 가지급금'으로 보고, 이에 대응하는 법인의 차입금 지급이자 일부를 비용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반면 법인이 외부 차입 없이 회사에 쌓아둔 현금을 대표에게 빌려줬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대표가 적정이자를 지급하고 원금까지 정상적으로 상환한다면 법인과 대표에게 추가적인 세부담을 지우기 어렵다는 것이 국세청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 A씨가 법인에서 빌린 자금을 활용해 100억원에 취득한 주택을 향후 150억원에 매도한다고 가정하면, 50억원의 양도차익은 개인에게 귀속된다.
법인은 대표에게 빌려준 원금과 이자를 돌려받을 뿐 주택 가격 상승에 따른 이익을 가져갈 수 없다.
결과적으로 법인 자금이 대표 개인의 자산 취득에 활용됐다는 경제적 실질은 비슷하지만, 법인이 직접 주택을 취득했느냐 대표에게 돈을 빌려주고 대표가 개인 명의로 취득했느냐에 따라 세법상 결과는 크게 달라지는 셈이다.
다만 대표가 원금을 갚지 않거나 법인이 사실상 채권 회수를 포기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국세청 관계자는 "대표가 대여금을 갚지 않아 법인이 사실상 채권을 포기한 것으로 인정되면 해당 금액을 대표자 상여로 처분해 소득세를 과세할 수 있다"며 "다만 적정이자를 지급하고 대여금도 정상적으로 상환한다면 현행 세법상 문제 삼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법인 대여금으로 대표가 개인 명의의 주택을 취득하는 것은 제도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는 부분"이라며 "현행 제도에서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국세청이 법인 보유 고가주택의 사적 사용을 '황제사택'으로 규정하며 검증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법인이 직접 주택을 사는 대신 대표에게 자금을 빌려주는 방식으로 한 단계만 구조를 바꾸면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다.
세무업계는 향후 법인 자금으로 대표의 개인 자산을 취득하는 행위까지 어디까지 '정상적인 금전대여'로 볼 것인지가 새로운 과세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