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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억을 다 깎아준다고요?"…가업상속공제를 둘러싼 두 가지 오해

  • 2026.08.18(화) 07:00

600억원 공제는 600억원 세금 감면과 달라
상속 단계서 비과세 가치상승분, 양도세로 과세될 수도

"서민과 중산층 세금을 늘리면서 기업주가 내는 상속세를 깎아주는 것은 부자감세다"

2013년 세법개정안이 발표되자 당시 야당인 민주당에서 가업상속공제 확대를 놓고 '부자감세'라는 비판이 나왔다.

당시 정부와 국회는 공제 대상과 한도 등을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갔다. 그 결과 2014년부터 가업상속재산의 일부만 공제하던 방식에서 가업상속재산 전액을 공제하는 구조로 바뀌었고, 공제한도도 가업 영위기간에 따라 200억원, 300억원, 500억원으로 확대됐다.

가업상속공제의 출발점과 비교하면 큰 폭의 변화였다.

1997년 처음 시행된 가업상속공제는 일반 상속인의 기초공제액 2억원보다 가업상속인의 기초공제액을 1억원 더 많은 3억원으로 정하는 방식이었다. 사실상 가업상속에 1억원을 추가 공제해준 것이다.

이후 공제 규모가 단계적으로 확대되면서 2014년에는 최대 500억원까지 늘어났다.

2014년이 중요한 이유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가업상속재산에 대한 이월과세 장치가 이때 도입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2013년 세법개정안을 통해 가업상속공제를 받은 재산을 향후 양도할 경우 피상속인의 주식 보유기간에 발생한 자본이득에 대해서도 양도소득세를 과세할 수 있도록 이월과세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2014년부터 가업상속공제를 받은 재산은 피상속인의 취득가액을 기준으로 양도차익을 계산하게 됐다. 즉, 상속 단계에서 과세되지 않은 가치 상승분이 나중에 양도소득세로 과세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국민들은 이를 잘 알지 못한 채, 부자들의 세금을 왜 깎아주느냐며 비난의 눈초리로 바라본다.

가업상속공제를 둘러싼 대표적인 두 가지 오해를 짚어봤다.

오해1. 상속 때 줄어든 세금, 영원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2013년 정부는 가업상속공제 적용 대상을 확대하면서 '이월과세'라는 개념을 들고 나왔다. 쉽게 말하면 상속 단계에서 세 부담을 낮춰주더라도, 향후 자산을 처분할 때 이전 세대에서 발생한 가치 상승분까지 과세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

예를 들어 아버지가 회사를 처음 세울 당시 주식의 취득가액이 1주당 100원이었다고 해보자. 이후 주식 가치가 1주당 1000원으로 오른 시점에 아버지가 사망해 자녀가 이를 상속받았다.

일반적인 상속이라면 상속 당시 평가액이 이후 양도소득세 계산의 취득가액이 되는 것이 원칙이다.

이후 자녀가 10년 동안 회사를 경영하면서 기업가치가 올라 주식 가치가 1주당 1만원이 됐고, 자녀가 가지고 있던 지분을 매각했다고 가정해보자.

가업상속공제를 적용받지 않았다면 상속 당시 평가액인 1000원을 기준으로 이후의 양도차익을 계산한다. 반면 가업상속공제를 적용받은 부분은 아버지가 취득했던 100원을 기준으로 양도차익을 계산하게 된다.

즉, 아버지가 보유하던 기간에 주식 가치가 100원에서 1000원으로 오른 부분까지 향후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이 되는 것이다.

가업상속공제로 줄었던 상속세를 양도세로 그대로 다시 내는 것은 아니지만, 상속 당시 과세되지 않았던 가치 상승분이 향후 양도 단계에서 과세되는 효과가 나타나는 셈이다.

이 때문에 가업상속공제에는 일정 부분 '과세이연'의 성격이 있다는 설명이 나온다. 상속 단계에서 줄어든 세금이 모두 영구적으로 사라진다고 보기보다는, 이월과세를 통해 향후 양도 시점에 추가 세 부담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월과세'와 '과세이연'은 같은 개념이 아니다. 이월과세는 피상속인의 취득가액을 이어받아 양도차익을 계산하는 세법상의 장치다. 과세이연은 과세 시점이 뒤로 미뤄지는 경제적 효과를 의미한다.

이를 숫자로 단순화해보자.

가업상속공제를 통해 상속 단계에서 상속세 부담이 300억원 줄었고, 이후 상속인이 기업 주식을 처분하면서 이월과세의 영향까지 포함해 양도세 200억원을 부담했다고 가정해보자.

두 세금의 세율과 계산구조가 달라 300억원과 200억원이 직접 대응하는 것은 아니지만, 단순한 경제적 효과만 놓고 보면 상속 단계에서 줄어든 세 부담 300억원 중 200억원 상당이 향후 양도 단계의 세 부담으로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는 100억원을 감면받은 셈이다. 그렇다고 기업에게 실익이 없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기업 입장에서는 200억원을 정부로부터 무이자로 대출받은 것과 마찬가지의 경제적 효과를 누렸기 때문이다.

최봉길 세무사는 "가업상속공제는 과세이연 효과가 있기 때문에, 주식을 팔면 큰 혜택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제도 시행 초기에는 혜택이 크다는 비판이 있어, 과세이연 방식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제도가 시행된 지 30년이 되지 않다 보니, 실제로 주식을 상속받아 처분하고 양도세까지 낸 사례가 거의 없어 이런 구조가 잘 알려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오해2. '공제 600억=감면 600억' 아닙니다

가업상속공제를 둘러싼 가장 흔한 오해 중 하나는 '공제액'을 곧바로 '세금 감면액'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가업상속공제 한도는 현재 최대 600억원이다. 현행법은 피상속인의 가업 영위기간에 따라 300억원·400억원·600억원의 공제한도를 두고 있다.

문제는 공제한도가 커지면 그 금액만큼 상속세를 직접 깎아주는 것으로 받아들이기 쉽다는 점이다.

그러나 실제 구조는 다르다.

만약 가업상속공제로 600억원을 공제받았다면 이는 납부할 상속세에서 600억원을 직접 빼준다는 의미가 아니다. 상속세를 계산할 때 가업상속재산 중 600억원을 상속세 과세가액에서 공제한다는 뜻이다.

쉽게 말하면 '세액공제'가 아니라 '상속재산가액에서 공제하는 방식'이다.

연말정산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연말정산에는 소득에서 일정 금액을 먼저 빼고 세율을 적용하는 '소득공제'와, 계산을 마친 세금에서 일정액을 직접 빼는 '세액공제'가 있다.

예를 들어 소득공제 300만원을 받았다고 해서 세금이 300만원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세금을 계산하는 과세표준을 만드는 과정에서 300만원이 빠지고, 그 결과 적용 세율에 따라 실제 세 부담이 줄어든다.

반면 세액공제 50만원은 산출된 세금에서 50만원을 직접 차감한다.

가업상속공제는 정확히 소득공제와 같은 제도는 아니지만, '세금에서 공제액을 직접 빼는 것이 아니라 세금을 계산하기 전 과세 대상 금액을 줄인다'는 점에서는 소득공제와 비슷하게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가업상속재산이 1000억원이고 이 가운데 600억원을 공제받는다고 가정해보자.

상속세 1000억원에서 600억원을 빼는 것이 아니라, 가업상속재산 1000억원 가운데 600억원을 공제하고 남은 금액 등을 토대로 상속세를 계산하는 구조다.

따라서 '600억원 공제'와 '상속세 600억원 감면'은 완전히 다른 의미다.

조병선 한국가족기업연구원장은 "가업상속공제에서 600억원을 공제한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세금 600억원을 모두 줄여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가업상속재산에서 600억원을 공제하는 의미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민들이 이 사실을 잘 모른다. 가업상속공제는 과세이연 효과도 있기 때문에 너무 엄격하게만 볼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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