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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이 좋다는 건 옛말…강서세무서장이 더 낫다?

  • 2026.08.07(금) 10:12

국세공무원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자리. '세무직의 꽃'이라 불리는 세무서장은 전체 국세공무원 가운데 1%도 오르지 못할 만큼 문이 좁다. 수십 년 공직 생활의 결실이자, 조직이 인정하는 최고의 현장 보직으로 통한다.

세무서장에게 임기 마지막 근무지는 단순한 인사 발령이 아니다. 공직 생활을 마무리하는 자리이면서, 퇴직 후 세무사로 새 출발을 할 때 활동 지역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세청 안팎에서는 어느 세무서에서 공직을 마치느냐를 눈여겨본다. 과거에는 강남세무서장이 첫손에 꼽혔지만, 최근에는 의외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강서세무서장이다.

퇴직 후 강서를 떠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30일, 강서세무서 대강당. 전병오(당시 강서세무서장) 전 서장은 후배들의 박수를 받으며 38년 공직에 마침표를 찍었다. 한 달 뒤 그는 세무법인 아성 강서지점 대표세무사로 새 출발했다. 공직은 떠났지만, 서울 강서구는 떠나지 않았다.

전씨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최근 10년간 강서세무서장을 지낸 인사들의 퇴직 후 행선지를 분석해 보니 일정한 패턴이 읽혔다.

2016·2017·2021년 퇴직한 한숙향·김성준·최호재 전 서장은 역삼동과 대치동 등 강남권에서 활동하고 있다. 반면 나머지 퇴직자들은 마곡·발산 등 강서권에 자리를 잡았다. 서울 서부권을 영업 기반으로 둔 김동욱씨를 포함했을 땐, 최근 10명 가운데 7명이 강서권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셈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최근에는 열심히 일하고 공을 많이 세운 사람들이 강서세무서장으로 가는 추세"라고 했다. 실제 최근 강서세무서장을 지낸 인사들의 공통점은 조사 분야 경력이었다. 상당수가 서울청·중부청 조사국에서 오랜 기간 근무했다.

강서세무서는 언제부터 달라졌나

강서세무서가 주목받기 시작한 건, 마곡지구 개발이 마무리 단계로 접어든 2017년 이후부터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듬해에는 LG, 롯데, 코오롱 등 주요 기업들이 마곡산업단지 입주를 완료하면서 주요 연구개발(R&D) 거점으로 떠올랐다. 흥미로운 점은 이 시기 퇴직한 강서세무서장들의 행선지도 강서권이나 서울 서부권에 몰렸다.

한 대형 세무법인 대표는 "마곡지구 개발 이후 강서를 중심으로 사업자 기반이 크게 확대됐다"며 "국세청 안팎에서도 개업 후 활동 무대로서 강서의 시장성이 예전보다 커졌다는 평가가 많다"고 했다.

통계도 이런 흐름을 뒷받침한다. 국세청에 따르면 2025년 강서구 신규사업자 수는 1만2928명으로 강남·송파·서초·영등포 다음으로 많았다. 강남권을 제외하면 손꼽히는 사업자 밀집 지역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반면 개업세무사는 317명(2026년 8월 6일 기준, 한국세무사회)에 그쳤다. 강남(2244명), 서초(1138명), 송파(740명)는 물론 금천(369명)보다도 적었다. 사업자 기반은 빠르게 커졌지만, 개업세무사 수는 상대적으로 적은 구조다. 비슷한 이유로 검단신도시를 관할하는 서인천세무서도 최근 관심을 받고 있다고 한다.

강서의 부상이 곧 강남의 쇠퇴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2025년 기준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의 가동사업자는 49만7602명으로 서울 전체의 23.6%를 차지한다. 서울 사업자 4명 중 1명이 몰린 최대 시장이다. 서울 지역 한 세무서장은 "내부에서 '강남세무서장보다 강서세무서장이 낫다'는 얘기도 나오지만 단순 비교는 어렵다"며 "강남은 성숙한 시장이지만 여전히 중요하다"고 했다.

그래도 강서세무서를 주목하는 이유

강서세무서에 대한 내부 평가가 달라진 데는 지역 특성도 한몫했다. 세무업계에서는 강서가 관공서에 대한 신뢰가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 공직 경험에 대한 평가가 비교적 우호적인 분위기여서 퇴직 후 지역에 정착하기에도 부담이 덜하다는 설명이다.

강서세무서 자체 위상도 예전과 달라졌다. 최근 강서세무서에서 자리를 옮긴 한 직원은 "양평동 청사 시절에는 강서 발령을 꺼리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신청사 이전(2017년 4월) 이후 근무 여건이 확 달라졌다"고 했다. 직원 180여명의 대형급 세무서로 성장하면서 국세청 내부에서는 '숨은 보석'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물론 강서세무서장으로 퇴직한다고 개업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세정가의 시선이 강남 같은 성숙시장에만 머물지 않고 마곡과 같은 성장시장으로 넓어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세무서장의 마지막 선택도 시장의 변화를 비켜가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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