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6월 29일,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요원 100여명이 농협중앙회 본사에 들이닥쳤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 등 임직원의 탈세·횡령 혐의를 들여다보기 위한 비정기 세무조사였다. 그런데 세무조사 못지않게 주목받은 일이 있었다. 조사 착수 이틀 전 세무조사 정보가 샌 것이다. 과거든 현재든, 굵직한 세무조사 때마다 이름이 오르내리는 조사4국. 최근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뒷이야기를 들여다봤다.

#서울청 조사4국 출동 신호
국세청 한 관계자는 조사4국의 출동을 두고 우스갯소리처럼 이런 말을 했다. "구내식당 아주머니도 조사4국이 뜨는 날은 안다."
서울청 조사4국 출신 세무사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조사4국이 세무조사에 착수하기 전 주관 부서에서는 각 조사팀에 당일 투입 가능한 인력을 미리 파악한다. 조사 당일에는 요원들이 효제동 별관 지하 회의실에 모여 조사 관련 유의 사항을 전달받는다고 한다.
별관에 지하 회의실이 하나뿐인 데다 평소보다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움직이다 보니 '오늘 조사4국이 뜬다'는 낌새 정도는 자연스럽게 드러난다는 얘기다. 구내식당도 평소와 달라진 식사 인원을 준비해야 한다.
하지만 조사4국이 움직인다는 사실을 눈치채는 것과 실제 조사 대상이 어느 기업인지 미리 알아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농협 세무조사 유출, 누가?
조사4국 직원들도 자신이 어느 기업으로 향하는지 당일 아침에야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통상 오전 7시께 청사가 아닌 별도의 장소로 집결하라는 통보를 받고 움직이는 식이다. 비정기 세무조사의 생명인 '보안'을 지키기 위해서다. 조사4국이 오늘 움직인다는 ‘신호’는 미리 보일 수 있지만, 목적지는 당일까지 철저히 숨기는 구조로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국세청 안팎에서도 농협 세무조사 정보 유출이 의아하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조사4국 출신 한 세무사는 "조사 정보를 사전에 유출했다가 적발됐을 때 감당해야 할 책임이 큰 만큼, 현직 조사팀 직원이 정보를 흘렸을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
유출자를 찾지 못한 상황에서 후폭풍은 조사4국 직원들에게 돌아갔다. 국세청은 이번 일을 계기로 향후 세무조사 정보가 유출될 경우 조사4국 직원들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하는 데 동의한다는 취지의 서약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현재까지 유출 경로나 당사자가 확인된 것은 없다. 국세청 내부에서도 여러 추측만 오갈 뿐이다.
#'저승사자' 농협에 떴지만…빈손?
정보 유출로 시작부터 떠들썩했던 농협중앙회 세무조사는 정작 조사 과정에서는 예상외로 조용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농협 내부에서도 비정기 세무조사 대상이 된 것을 의아하게 받아들였다고 한다. 역대 중앙회장들의 사법 리스크를 겪으며 회계처리와 감사가 깐깐해졌고, 직원들 사이에서는 "정년까지 무사히 다니는 게 목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원칙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세무조사에서 대형 과세 쟁점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조사4국은 강호동 회장이 지역 조합장 등에게 홍삼원 등을 선물하면서 수령자 증빙을 남기지 않은 부분 등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조사 인력이 줄어든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당초 조사4국 2개 팀이 투입됐지만 현재는 1개 팀만 남아 조사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무업계에서는 조사 과정에서 확인할 사안이 예상보다 많지 않았던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착한 저승사자'가 왔다
'기업의 저승사자'를 이끄는 수장은 의외로 '순한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서울청 조사4국장에 임명된 김영상 국장 얘기다.
세무업계에서는 김 국장을 두고 "저렇게 착한 사람이 어떻게 비정기 세무조사를 총괄하느냐"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 다만 국장의 성향이 실제 조사 강도를 좌우하는 것은 아니라는 게 조사4국 출신들의 설명이다. 한 세무사는 "세무조사 실무는 각 조사팀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만큼 국장이 강성인지 온건인지가 조사 결과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조사4국장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조사4국장이 기업과 세무대리업계에 주는 상징성이 작지 않아서다. 강성으로 알려진 인물이 국장을 맡으면 조사 대상 기업이 느끼는 긴장감도 달라진다는 게 세무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다만 최근에는 조사국장의 개인적 성향보다 국세청 수뇌부의 판단이 더 중요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세무업계 관계자는 "예전처럼 누가 조사4국장이냐에 따라 분위기가 크게 달라지기보다, 결국 윗선에서 어떤 판단을 내리느냐가 중요해진 것 아니냐"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