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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 포상금 상한 폐지…세관보다 먼저 불법을 보는 눈

  • 2026.10.02(금) 07:00

[프리미엄 리포트]신민호 대문관세법인 대표관세사

밀수·탈세 신고 포상금 상한이 폐지됐다. 내부신고자는 일반 지급기준 금액의 최대 3배까지 받을 수 있다. 세관이 파악하기 어려운 거래의 실체를 아는 현장 종사자의 제보에 더 큰 보상을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기업도 직원들이 보내는 경고 신호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신민호 관세사는 신고자 보호와 함께, 직원이 발견한 문제를 자유롭게 제기하고 회사가 스스로 바로잡을 수 있는 내부통제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300억원 상당의 필로폰 300kg을 컨테이너에 숨겨 밀수한다. 누군가 이를 알고 세관에 신고해 조직을 검거한다면 포상금은 얼마일까.

종전에는 상한 때문에 최대 3억원이었다. 이제는 4억원, 내부자의 결정적인 신고라면 최대 12억원까지 가능하다. 정확히 말하면 관세청이 제시한 사례에서는 일반 신고의 경우 4억원, 훈령상 내부신고에 해당하고 포상심사 과정에서 최대 배율이 적용될 경우 12억원까지 산정될 수 있다.

관세청이 지난 21일 밀수·탈세 신고 포상제도를 크게 바꿨다. 핵심은 포상금 상한 폐지, 내부신고 최대 3배 보상, 사건금액에 비례하는 누진형 지급체계다. 훈령은 2026년 9월 21일부터 시행되며 이날 이후 신고분부터 적용된다. 

숫자만 보면 '포상금을 많이 주는 제도'처럼 보인다. 그러나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따로 있다.

왜 관세청은 내부신고에 일반 신고보다 최대 세 배의 가치를 인정했을까. 답은 현장에 있다.

세관도 볼 수 없는 것이 있다

세관은 강력한 조사권과 정보분석 시스템을 갖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뛰어난 수사기관이라도 회사의 회의실에서 오가는 이야기, 창고에서 바뀌는 라벨, 해외 거래처와 주고받은 이면계약까지 모두 볼 수는 없다.

이는 세관의 조사능력이 부족해서라기보다 외부 조사기관이 기업 내부의 모든 의사결정과 거래 과정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에 가깝다.

반면 그 장면을 매일 보는 사람들이 있다. 회사 직원, 전직 직원, 물류업체 관계자, 거래처 직원 등 현장의 사람들이다.

다만 훈령에서 말하는 '내부 신고'는 모든 거래 관계자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피신고 기업·법인·단체 등에 현재 또는 과거 소속돼 근무한 사람이나 이에 준하는 지위라고 관세포상심사위원회가 인정하는 경우를 말한다.    

예를 들어 수입회사가 할당관세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실제 영업을 하지 않는 업체를 만들고 명의만 빌려 수입한다고 가정해 보자.

세관 전산에는 정상적인 수입신고처럼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회사 직원은 다르다.

'저 업체는 직원도 없는데 왜 우리가 모든 업무를 처리하지?', '왜 계약서의 회사와 실제 돈을 받는 회사가 다르지?' 이 작은 의문이 20억원의 탈루세액을 찾아내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관세청이 제시한 사례처럼 관세 등 20억원이 실제 국고로 환수된다면 일반 신고 포상금은 2억원, 내부신고로 인정될 경우 최대 6억원까지 가능하다. 

다만 '최대 6억원'은 자동 지급액이 아니다. 내부신고에 해당하고 포상심사 결과 해당 범위가 적용되는 경우 가능한 금액이다. 훈령은 내부신고에 대해 지급기준 금액의 3배 '범위 내'에서 지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국고수입액을 기준으로 하는 포상은 단순히 신고 직후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세액 납부와 부과처분 확정 등 일정한 절차를 거쳐 지급원인이 발생한다. 

이번 개정의 의미가 여기에 있다. 국가의 감시망을 세관 공무원에서 국민 전체로 확장한 것이다. 보다 정확히 표현하면 세관 중심의 단속체계에 현장 종사자와 국민의 제보라는 보완적 정보망을 한층 적극적으로 결합한 것이다.

복잡한 거래, 단서는 현장에

밀수도 마찬가지다. 마약을 컨테이너 깊숙이 숨기는 방법은 갈수록 정교해지고, 원산지 세탁이나 가격조작, 불법 외환거래도 정상 거래의 외형을 갖추는 경우가 많다.

수사력이 아무리 강화돼도 모든 컨테이너와 모든 계약서를 조사할 수는 없다. 세관의 위험선별과 정보분석 능력이 고도화되더라도 기업 내부에서 만들어지는 계약의 실제 목적, 대금 흐름의 배경, 명의상 거래와 실질 거래의 차이까지 모두 파악하기는 어렵다.

결국 지능화된 범죄에 대응하는 가장 강력한 정보망 가운데 하나는 현장을 아는 사람의 눈이다. 특히 문서상으로는 정상처럼 보이지만 실질이 다른 거래에서는 현장 종사자의 구체적 제보가 공적 조사기관의 정보망을 보완하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포상금보다 중요한 것은 '신고자 보호'

그렇다고 포상금만으로 신고제도가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직원이 불법을 발견했을 때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은 '얼마를 받을 수 있을까'가 아니라 '내가 신고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지 않을까'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포상금 확대만큼 중요한 것이 신고자 보호다. 개정 훈령은 신고 접수부터 처리결과 통보까지 제보자의 신원이 노출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하고 있다.

훈령은 익명신고뿐 아니라 포상금을 원하는 제보자가 암호명이나 가명을 사용하는 방식도 규정하고 있다. 다만 제도상의 비밀보장과 별개로 실제 조직 내부에서 신고자를 추정하거나 불이익이 발생할 위험까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결국 신고제도의 신뢰성은 보상 규모뿐 아니라 보호 장치가 현장에서 얼마나 실효적으로 작동하느냐에 달려 있다.

CFO가 봐야 할 '리스크 초기 신호'

기업의 CFO와 경영자도 이번 개정을 다른 방향에서 바라봐야 한다. '직원들이 우리 회사를 신고할 수 있다'는 두려움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내부 직원이 세관보다 먼저 문제를 발견하고 회사 안에서 바로잡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품목분류, 과세가격, 원산지, 외환거래, 할당관세, 해외거래 구조에서 직원이 이상 징후를 발견했을 때 자유롭게 문제를 제기하고 회사가 스스로 점검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이 최소한 확인해야 할 질문은 비교적 단순하다. '신고가격과 실제 송금액은 일치하는가', '계약상 거래 상대방과 실제 대금 수취인은 동일한가', '할당관세나 자유무역협정(FTA) 등 특혜를 적용받은 거래가 실제 요건을 충족하는가', '본사·해외법인·관계사 사이의 비용과 로열티가 수입가격이나 외환신고에 제대로 반영됐는가'.

이 가운데 하나라도 설명하기 어려운 거래가 반복된다면 그것은 단순한 실무 오류가 아니라 세관조사나 내부신고로 이어질 수 있는 리스크의 초기 신호일 수 있다.

좋은 내부통제는 내부고발을 막는 시스템이 아니라 외부 신고까지 갈 문제를 내부에서 먼저 발견하고 시정하는 시스템이다.

내부통제의 성과는 신고 건수가 '0'인 데 있지 않다. 잘못된 거래가 외부 신고나 세관조사 단계로 넘어가기 전에 내부에서 발견되고 수정되는 데 있다.

CFO의 관점에서는 이것이 윤리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사전에 바로잡을 수 있었던 문제를 방치하면 나중에는 추징세액뿐 아니라 가산세, 형사절차, 거래중단, 경영진 책임, 대외 신뢰 하락이라는 훨씬 큰 비용으로 돌아올 수 있다.

포상금 개편에 담긴 또 다른 의미

이번 포상금 개편에는 더 큰 의미가 있다. 국가 질서를 지키는 것은 수사기관만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세관의 조사관이 볼 수 있는 세계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수백만 명의 회사원과 거래 현장의 사람들이 가진 눈은 그보다 훨씬 넓다.

포상금은 그 눈을 사는 돈이 아니다. 물론 신고를 유도하는 경제적 인센티브라는 기능은 분명하다. 그러나 동시에 불법을 보고도 침묵하지 않은 사람이 감수하는 시간과 부담, 위험에 대해 국가가 일정한 보상을 제공하는 장치라고도 볼 수 있다.

불법을 보고도 모른 척하지 않은 시민의 선택에 국가가 가치를 부여하는 제도여야 한다.

기업 역시 이 변화를 '신고 포상금이 커졌다'는 뉴스로만 볼 일이 아니다. 최근 수년간의 수입가격, 원산지, 할당관세, 해외송금, 특수관계자 거래 구조 가운데 내부 직원이 문제를 제기할 만한 부분이 없는지 역으로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거래구조가 복잡하고 과세가격·외환·원산지 문제가 서로 연결된 기업이라면 내부 담당자의 경험만으로 판단하기보다 독립적인 사전점검을 통해 사실관계와 신고 구조를 다시 확인하는 것이 더 큰 조사 리스크를 예방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밀수와 탈세를 막는 마지막 방어선은 결국 사람이다. 강한 세관도 필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넓고 촘촘한 안전망은 사회와 국가의 질서를 지키려는 평범한 시민들의 감시의 눈과 시민의식이다.

그리고 기업에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그 눈이 외부 신고로 향하기 전에 회사 안에서 먼저 작동하는 것이다.

☞ 신민호 관세사(경제학 박사)는?
현 서울관세사회 회장이자 대문관세법인 대표 관세사.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후 건국대에서 국제상무 전공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법무법인 율촌·충정 등 대형 로펌에서 관세통상 자문을 이끌었으며, 미국 워싱턴 D.C. 글로벌 로펌 파견 경험을 통해 독보적인 국제 통상 식견을 쌓았다. 실무와 정책을 아우르는 공급망 전략가로서 『2026 쇼크: 공급망은 이미 전쟁터다』, 『트럼프 2.0의 경고』 등을 집필하며 기업들의 글로벌 생존 전략을 선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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