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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약 구하려 해외직구까지…청소년 약물 통관 사각지대

  • 2026.11.05(목) 10:06

'감기약 환각 파티', '담배보다 기침약'.

일부 청소년 사이에서 감기약과 진통제 등 쉽게 구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을 과다복용하는 이른바 '오디(OD)'가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약물 과다복용을 뜻하는 영어 '오버도즈(Overdose)'에서 나온 말로, 일부 청소년들은 약을 한꺼번에 다량 복용한 경험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국내 약국을 돌며 약을 사 모으는 데 그치지 않고 해외직구로 구매하는 사례도 알려졌다. 하지만 보호자가 이를 알아도 해외 구매를 막기 어려워, 통관 과정에 청소년 보호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약물을 오남용하던 한 청소년은 국내 약국에서 감기약과 진통제를 구매하다 해외에서도 환각 성분이 포함된 일반의약품을 주문했다. 이를 알게 된 부모는 관세청에 자녀의 개인통관고유부호를 정지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개인통관고유부호는 해외직구 물품을 통관할 때 수입자를 식별하는 번호다. 만 14세 이상이면 본인 인증을 거쳐 직접 발급받을 수 있다. 관세청은 부모라도 자녀의 통관부호 사용을 대신 정지할 수 없고, 본인이 직접 정지를 요청할 때에만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의약품 통관에도 성인과 미성년자에게 같은 기준을 적용한다. 관세청에 따르면 주류와 담배처럼 미성년자의 구매가 법적으로 제한된 품목은 따로 관리하지만, 일반의약품에는 구매자의 나이에 따른 추가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관세청 관계자는 "미성년자가 감기약을 100알 구매하더라도 성인이 구매하는 것과 똑같이 관리하고 있다"며 "미성년자의 의약품 구매에 보호자 동의를 요구하거나 별도로 제한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의약품을 아무런 제한 없이 들여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의약품은 목록통관 대상에서 제외돼 수입신고를 거쳐야 하고, 성분과 수량 등 통관 요건도 충족해야 한다.

해외에서 구매할 수 있는 감기약에는 디히드로코데인·덱스트로메토르판 등 과다복용하면 환각이나 의존성 위험이 있는 성분이 들어가기도 한다. 관세청은 "해외 판매사이트나 판매자와의 불법 거래를 통해 마약류 함유 의약품을 반입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10대 청소년 사건은 최근 14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불법 의약품 반입을 막는 것과 청소년의 의약품 오남용을 예방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통관 요건을 충족한 의약품이라면 구매자가 청소년이더라도 나이를 이유로 추가 제한할 근거가 없다. 보호자가 자녀의 약물 오남용을 알고 있어도 통관 과정에서 이를 막기 어려운 이유다.

제도 개선 논의도 아직 없다. 관세청 관계자는 "청소년의 의약품 해외직구를 별도로 제한하려면 법적 근거가 필요하지만, 현재까지 관련 입법이 검토된 바 없다"고 밝혔다.

오남용 넘어 되팔이 우려도

전문가들은 청소년이 해외에서 구매한 의약품을 오남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불법으로 유통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한다.

신민호 관세사(대문관세법인 대표)는 "청소년이 의약품을 대량으로 구매하면 오남용뿐 아니라 되팔이도 가능하다"며 "일반의약품은 처방전이 필요 없고 나라마다 규정도 다르기 때문에 이를 악용할 수 있어 관리가 좀 더 세밀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신 관세사는 청소년의 해외직구를 일률적으로 제한하기보다, 약물 오남용 등으로 보호가 필요한 경우 법정대리인이 통관 제한을 요청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보호자가 세관에 신청하면 세관장이 그 사유를 검토해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일부라도 제한할 수 있도록 국회 차원의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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