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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비용만 수십억?…절세보다 상속 분쟁 예방이 중요한 이유

  • 2026.10.29(목) 11:09

효도계약 한계에 신탁 주목…증여재산 반환 시 세금은?

#. 건실한 회사를 물려받은 형제가 상속재산을 놓고 소송을 벌였다. 아버지와 함께 회사를 키운 차남과 경영에 참여하지 않았던 장남 사이에 갈등이 생긴 것이다. 장남은 경영권을 요구했고, 회사의 세무 문제까지 제기하면서 분쟁은 세무조사로 번졌다. 소송이 길어지면서 양측이 지출한 변호사 비용만 약 수십억원에 달했다. 장남은 상속세와 소송 비용 부담을 감당하지 못해 보유하던 집과 비상장 주식까지 경매로 넘겨야 했다. 재산을 더 받으려고 시작한 소송이 오히려 기존 재산까지 잃는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상속 분쟁에서는 어디까지 다툴 것인지 마지막 선을 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강민 법무법인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가 28일 서울세무사회에서 개최한 '상속 분쟁 실무와 예방을 위한 세무사의 역할' 교육강연에서 강조한 내용이다.

이 변호사는 이 같은 형제간 상속 분쟁 사례를 소개하며 소송 과정에서 적정한 선을 지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상속재산은 정해져 있는데, 이를 둘러싼 다툼이 길어질수록 소송 비용이 늘고 경제적 손실도 커지기 때문이다.

가족 간 상속 분쟁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상속·증여 설계에서 세금을 얼마나 줄일 것인지뿐만 아니라 재산을 물려준 이후 발생할 가족 간 갈등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강민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가 '상속 분쟁 실무와 예방을 위한 세무사의 역할' 교육에서 실제 상속 분쟁 사례를 소개하며, 절세뿐 아니라 가족 간 분쟁을 예방하는 상속 설계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이희정 기자]

10년 전 5억에 증여한 주식, 상속 때는 100억?

상속 분쟁은 부모가 사망한 뒤에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생전에 재산을 증여하거나 유언장을 작성하는 과정에서도 갈등이 시작될 수 있다.

특히 절세를 위해 미리 재산을 증여하면, 나중에 상속 분쟁에서 예상치 못한 결과가 생길 수 있다.

예를 들어 10년 전에 자녀에게 5억원짜리 회사 주식을 증여했다고 하자. 시간이 지나 자녀가 회사를 성장시키면서 주식 가치가 상속 시점에 100억원으로 올랐다면, 부모가 자녀에게 준 재산은 5억원일까, 100억원일까?

증여세는 증여 당시 재산 가치를 기준으로 계산한다. 그래서 가치가 오를 자산은 미리 증여하는 것이 절세에 도움이 된다는 조언이 많다.

그러나 상속인이 생전에 받은 특별수익이나 유류분을 계산할 때는 상속 시점의 재산 가치가 중요해진다.

특별수익은 공동상속인이 생전에 부모 등에게 미리 받은 재산을 말한다. 이미 받은 재산을 상속 몫에 반영해 상속인 간 형평성을 맞추는 제도다. 하지만 모든 증여가 특별수익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며, 증여 목적과 규모 등을 고려해 판단한다.

증여받은 주식이 100억원으로 평가된다면 다른 형제들은 이를 근거로 상속 몫을 다툴 수 있다. 특히 법적으로 보장된 최소한의 상속 몫인 유류분을 침해받았다면 반환을 청구하는 소송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증여한 재산의 종류에 따라 계산 방법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복잡한 문제다.

예를 들어 부모가 자녀에게 주식을 직접 증여한 경우와, 현금을 증여해 자녀가 그 돈으로 주식을 산 경우는 구분해야 한다. 증여받은 재산의 종류에 따라 특별수익이나 유류분 평가 방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변호사는 "증여받은 주식을 상속 개시 전에 처분한 경우에도 평가 방식을 둘러싼 다툼이 발생할 수 있다"며 "세금 측면에서는 재산 가치가 오르기 전에 증여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지만, 상속 분쟁까지 고려하면 반드시 유리한 선택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사전증여나 유언을 한 이후에도 재산과 가족 상황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약 3년 단위로 상속 설계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효도계약의 한계…상속 분쟁 예방에 신탁 주목

상속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 부모가 재산을 물려주는 조건으로 자녀에게 부양 의무를 약속받는 '효도계약'이 활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계약서를 썼다고 해서 안심할 수는 없다.

이 변호사는 효도계약의 가장 큰 한계로, 재산을 이미 자녀에게 넘겨준다는 점을 지적했다. 자녀가 부양 약속을 지키지 않아도 부모가 재산을 돌려받으려면 계약 위반을 입증하고 반환소송을 제기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대안이 신탁이다. 자녀에게 재산을 직접 넘기는 대신 금융기관 등 제3자인 수탁자에게 맡기고, 계약에서 정한 조건에 따라 관리하거나 이전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 변호사는 신탁을 활용하면 자녀가 약속을 지키지 않았을 때 재산 반환소송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계약에서 정한 반환 사유가 발생하면 수탁자에게 재산 반환을 요구할 수 있도록 설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 실제 반환 가능 여부는 계약 내용에 따라 달라진다.

두 번째 강연자인 최봉길 최&강 세무사무소 대표세무사(법무법인 율촌 비상임고문)도 조건부 증여와 신탁을 결합한 '증여안심신탁'을 소개했다. 이 방식은 부모의 노후생활을 보호하면서 재산 이전에 따른 가족 갈등을 예방할 수 있다.

10년 전 낸 증여세, 재산 돌려주면 환급받을까?

최봉길 세무사가 상속 분쟁 예방을 위한 신탁 활용 방안과 증여재산 반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세금 문제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이희정 기자]

하지만 신탁을 활용해도 해결해야 할 세금 문제가 남아 있다.

최 세무사는 강연에서 증여한 재산을 돌려받을 때 생길 수 있는 새로운 세금 문제를 제기했다.

부모가 자녀에게 부양을 조건으로 재산을 증여하고, 자녀가 증여세를 내고 해당 재산을 신탁했다고 하자. 10년 뒤 자녀가 약속을 지키지 않아 신탁계약을 해지하고 부모가 재산을 돌려받았다면 어떻게 될까?

문제는 자녀가 10년 전에 납부한 증여세를 환급받을 수 있는지다. 부모가 재산을 돌려받는 과정에서 새로운 증여세가 발생하는지도 쟁점이다.

최 세무사는 "이런 상황에서 과거 납부한 증여세를 어떻게 처리할지 명확한 선례가 없다. 앞으로 새로운 세금 분쟁이 생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증여 후 오랜 시간이 지나 신탁계약에 따라 재산이 반환되면 기존 증여세와 반환에 따른 과세 문제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상속과 증여 상담은 재산을 이전할 때 발생하는 세금에 집중했다. 앞으로는 재산을 돌려받을 때 생기는 세금 문제도 함께 검토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최 세무사는 분쟁 예방 수단으로 증여안심신탁에 대한 고령층의 관심이 높다고 설명했다.

증여안심신탁은 자녀가 재산을 임의로 처분하거나 담보로 제공하지 못하도록 제한해, 부모가 재산을 계속 통제할 수 있도록 설계할 수 있다.

최 세무사는 노인복지관에서 고령자를 대상으로 신탁을 설명하고 심리상담을 진행한 경험을 소개했다. 당시 고령자들이 특히 관심을 보인 것이 증여안심신탁이었다고 한다.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고 싶지만, 이후 부양을 받지 못하거나 재산에 대한 통제력을 잃을 수 있다는 걱정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최 세무사는 "세무사가 상속세를 계산하고 신고하는 역할에 머물지 않고 성년후견, 유언, 신탁 등 관련 법률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 한다"며 "변호사 등 다른 전문가와 협업해 가족 간 분쟁을 사전에 예방하는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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