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잘 버는 직업으로 꼽히는 전문직도 경쟁은 피할 수 없다. 세무사와 회계사, 변호사 사무실이 늘어난 데다, AI(인공지능)와 각종 플랫폼의 등장으로 일하는 방식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이런 변화 속에서 전문직들의 실제 '벌이'는 지난 10년간 얼마나 달라졌을까.
변호사 앞섰지만…회계사가 턱밑 추격
전문직이 한 해 얼마나 버는지는 부가가치세 신고자료로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2016년과 2025년 전문직 개인사업자의 사업장당 평균 매출을 비교해봤다.
먼저 세무·회계·법률 분야를 보면 세 직종 모두 몸집을 키웠다. 국세청 통계연보에 따르면 변호사의 사업장당 평균 매출은 2016년 4억4086만원에서 2025년 4억9459만원으로 12.2% 늘었다. 1·2기 부가가치세 과세표준 합계를 같은 기간 평균 신고건수로 나눈 결과다.
공인회계사는 같은 기간 3억3853만원에서 4억4372만원으로 31.1% 늘었고, 세무사도 2억7106만원에서 3억3909만원으로 25.1% 증가했다. 세 직종 중 회계사의 성장세가 가장 가팔랐다. 순위는 그대로였지만 격차는 달라졌다. 변호사가 가장 앞섰지만, 회계사가 빠르게 따라붙으면서 두 직종의 평균 매출 차이는 절반 수준(1억233만원→5087만원)까지 좁아졌다.

다만 사업장당 매출을 전문직 한 명의 벌이로 받아들여선 안 된다. 여러 명이 함께 운영해도 하나의 사업장으로 잡히는 데다, 부가가치세 과세표준은 비용을 빼기 전 매출이어서 실제 소득과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9개 전문직 전체로 넓히면 흐름은 더 엇갈렸다. 공인노무사의 평균 매출은 5647만원에서 1억338만원으로 83.1% 뛰어 증가 폭이 가장 컸고, 감정평가사도 81.2% 늘었다. 반면 변리사(-11.8%)와 건축사(-10.5%), 법무사(-4.8%)는 10년 전보다 평균 매출이 줄었다. 몸집이 커진 정도는 제각각이었지만 순위는 의외로 그대로였다. 9개 전문직의 평균 매출 순위는 10년 전과 한 자리도 달라지지 않았다.
법인사업자로는 회계사의 몸집이 압도적이었다. 회계법인의 사업장당 평균 매출은 52억1425만원에서 90억3966만원으로 10년 새 73.4% 늘었다. 2025년 기준 법무법인(25억6960만원)이나 세무법인(8억9517만원)과도 차이가 컸다. 개인에서는 변호사가 회계사보다 앞섰지만, 법인에서는 순서가 뒤집혔다.

세무사는 '장수', 변호사는 '새 얼굴'
벌이뿐 아니라 시장을 채우는 사업장의 모습도 달랐다. 세무사는 오래 자리를 지킨 사업장이 많은 데 반해, 변호사는 최근 문을 연 사업장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2025년 현재 세무사·회계사·변호사 가동사업자(법인·개인)는 모두 2만7349개. 이 중 세무사가 1만5625개로 57.1%를 차지해 절반을 넘었다. 변호사는 9623개(35.2%), 공인회계사는 2101개(7.7%)였다. 세무사는 9개 전문직 전체로 넓혀봐도 가동사업자가 가장 많았다. 규모만 놓고 보면 전문직 가운데 가장 큰 시장인 셈이다.
세무사 시장은 규모만 큰 게 아니라 ‘오래된 사업장’도 많았다. 10년 이상 영업한 사업장이 전체의 51.1%로 절반을 넘었고, 사업자 연령도 60대 이상이 40.1%로 가장 많았다. 공인회계사는 이런 경향이 더 뚜렷했다. 10년 이상 사업장 비중이 55.4%로 세 직종 가운데 가장 높았다.
반대로 변호사 시장은 '새 얼굴'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3년 미만 사업장이 27.4%로 세무사(16.9%)와 공인회계사(15.9%)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았다. 사업자 연령도 40대가 35.4%로 가장 많았고, 60대 이상은 21.7%로 세무사보다 크게 낮았다. 세무·회계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젊은 시장으로 볼 수 있다.
사업장 수도 변호사가 가장 빠르게 늘었다. 2022년과 비교하면 변호사는 13.9% 증가했고, 세무사는 11.1%, 공인회계사는 9.2% 늘었다.
다른 전문직 중에서는 공인노무사가 눈에 띄었다. 2022년 이후 가동사업자가 42.9% 늘어 증가율이 가장 높았고, 3년 미만 사업장 비중도 39.2%로 가장 컸다. 반면 법무사는 같은 기간 6.0% 늘어 증가세가 가장 더뎠다.

세무사는 60대, 변호사는 40대에 문 닫았다
세무사는 폐업 규모가 거의 변하지 않았다. 2024년 397개에서 2025년 394개로 3개(0.8%) 줄었다. 최근 사업자가 계속 늘었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세무사 시장은 이미 포화됐다’는 업계의 인식과 달리, 적어도 통계에서는 사업자들이 빠르게 밀려나는 모습은 나타나지 않았다.
눈에 띄는 건 연령대였다. 폐업 사업자의 51.0%(201개)가 60대 이상이었고, 50대(64개)까지 합치면 10명 중 7명꼴(67.3%)이었다. 가동사업자에서 60대 이상 비중이 높았던 것처럼, 폐업도 고연령층에 집중됐다.
반면 변호사는 한창 활동할 연령대인 30~40대의 폐업이 많다는 점이 대비된다. 폐업자는 2024년 688개에서 2025년 784개로 14%나 늘었다. 연령대별로는 40대가 296개(37.8%)로 가장 많고, 30대도 188개(24.0%)였다. 그렇다고 변호사 시장이 위축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문을 닫는 곳도 늘었지만 그보다 시장에 남아 있는 사업자 수 자체가 계속 늘고 있어서다.
회계사는 폐업이 74개에서 83개로 12.2% 늘었다. 다만 연령대별로는 30대 20.5%, 40대 28.9%, 50대 24.1%, 60대 이상 26.5%로 고르게 퍼졌다. 세무사나 변호사처럼 특정 연령대에 뚜렷하게 쏠리는 모습은 없었다.
세 직종 밖으로 넓혀보면 폐업 증가율이 가장 높은 건 감정평가사다. 2024년 35개에서 2025년 47개로 34.3% 늘었다. 노무사는 119개에서 123개, 건축사는 305개에서 324개로 늘어난 반면, 변리사는 48개에서 47개로 소폭 줄었다. 같은 전문직이라도 시장을 떠나는 모습은 직종마다 달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