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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AI가 더 똑똑한 시대…전문가 경쟁력은 '이것'"

  • 2026.09.28(월) 07:00

노진화 중부대학교 학생성장교양학부 교수

노진화 중부대 학생성장교양학부 교수는 AI 시대에 전문직의 경쟁력은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눈빛과 공감, 기다림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사진: 이대덕 기자]

AI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등 전문직은 일자리 위협을 받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쉽게 설명하는 AI를 선호하게 되면서, 전문가들은 앞으로 어떤 경쟁력이 필요한지 고민하고 있다.

이런 고민을 해소하기 위해 고전에서 답을 찾은 노진화 중부대 학생성장교양학부 교수는 택스워치와의 인터뷰에서 "AI가 세법은 더 빨리 찾을 수 있어도 그 사람의 불안까지 없애주지는 못한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AI가 갖지는 못하는 사람의 눈빛과 같은 공간에 있다는 신뢰, 기다림이 전문가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AI는 묻는 즉시 답을 내놓는다. 노 교수는 그래서 오히려 고전을 읽어야 한다고 말한다. AI가 답을 주는 도구라면, 고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묻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노 교수는 AI와 인간의 상호작용, 그리고 인간이 AI를 어떻게 신뢰하고 판단을 맡기는지 연구해왔다. 또한 카프카, 조지 오웰, 세르반테스 등 12편의 고전을 통해 인간의 선택과 존엄을 다룬 『나를 세우는 고전 12권』을 출간했다.

AI와 고전이라는 두 연구는 결국 하나의 질문에서 만난다. AI가 인간의 일을 대신할수록 인간에게 끝까지 남겨야 할 것은 무엇인가. 

세무업계도 이 질문을 피할 수 없다. AI가 세법을 찾고 세액을 계산하고, 국세청까지 AI를 활용하는 시대에 세무사는 무엇으로 경쟁해야 할까. 노 교수에게 AI 시대 세무사의 생존법과 전문직에 남을 역할을 물었다.

노 교수는 사람들이 AI의 말을 신뢰하는 이유에 대해 똑똑해 보이기 때문에 유사성 착시가 일어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진: 이대덕 기자]

Q. 교수님은 AI와 인간의 상호작용, 특히 AI에 대한 신뢰를 연구해왔다. AI는 틀릴 수도 있는데 사람들은 왜 오히려 사람보다 AI의 답을 더 신뢰하는 걸까?
  신뢰라는 것부터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고전적인 신뢰 이론에서는 신뢰를 능력, 선의, 정직성이라는 세 가지 요소로 본다. 사람을 믿는다는 것은 저 사람이 능력이 있는지, 나에게 선의를 가지고 있는지, 정직한지를 종합해서 맡겨도 되겠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그런데 AI는 좀 다르다. 선의나 정직성을 사람처럼 판단하기 어려운 존재인데도 굉장히 똑똑해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신뢰하게 된다.

사람은 원래 누군가에게 계속 질문해왔다. 과거에는 신에게 묻고, 경전이나 스승에게 묻고, 전문가에게 물었다. 이제 그 대상이 AI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AI는 피곤해하지 않고, 같은 질문을 백 번 해도 짜증내지 않고, 판단하거나 비난하지 않는다. 

게다가 계속 사용하면 내 데이터와 대화 맥락이 쌓이면서 나에게 더 맞는 답변을 해준다. 이용이 신뢰를 만들고, 신뢰가 다시 이용을 늘리는 구조다.

하지만 AI가 자연스럽고 논리적으로 대답한다고 해서 항상 정확하다는 뜻은 아니다. 논리적이라는 것과 정확하다는 것은 다르다. 논리는 문장 안에서 앞뒤가 맞는 것이고, 정확성은 그 내용이 실제 사실과 일치하는지에 대한 문제다.

AI는 문장을 그럴듯하고 매끄럽게 만드는 데 굉장히 뛰어나다. 그런데 사람은 그 매끄러움을 보고 사실까지 맞을 거라고 생각한다. 저는 이것을 '유창성 착시'라고 표현한다. 읽기 쉽고 그럴듯하면 맞는 것처럼 느끼는 것이다.

따라서 AI가 논리적으로 답하더라도, 그것이 사실인지, 근거가 무엇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Q. 세금처럼 복잡한 전문지식을 쉬운 언어로 설명하는 것은 AI가 잘하는 영역이다. 이미 고객들도 세무사에게 묻기 전에 AI에게 먼저 물어보고 상담하는 일이 많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전문가는 AI 시대에 어떤 경쟁력을 가져야 하는가?
  세금은 일반인이 접근하기 굉장히 어렵다. 법률과 시행령이 있고, 예규와 판례가 있고, 숫자 하나를 잘못 입력해도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AI는 어려운 문장을 쉬운 문장으로 바꿔주는 걸 굉장히 잘한다. 그런 측면에서 진입장벽을 낮춰주는 것은 분명한 진보다.

그런데 제가 구분하고 싶은 게 있다. AI가 잘하는 것은 문장의 번역이다. 어려운 것을 쉽게 풀어주는 것이다. 반면 전문가가 해야 하는 것은 맥락의 번역이다.

예를 들어 똑같은 지출이라고 하더라도 이 사업자의 상황에서는 접대비인지, 복리후생비인지, 다른 비용인지 봐야 한다. 과세관청에서는 어떻게 볼지, 숫자와 문장 뒤에 있는 정황을 판단해야 한다.

법은 예외가 굉장히 중요하다. 너무 쉽게 설명하다 보면 그 예외가 사라질 수 있다. 그런데 실제 납세자의 권리나 절세 가능성은 그 예외에 있을 수 있지 않느냐.

AI 때문에 전문가가 필요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역할이 달라지는 것이다. 정보를 찾아주는 역할은 줄어들 수 있지만, 그 정보가 이 사람에게 실제로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판단하는 역할은 더 중요해질 수 있다.

Q. AI가 세금 설명도 잘해주고 세액 계산도 해준다면 세무사의 일자리가 사라지지 않을까?
  저는 직업과 직무를 구분해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직업은 사라져도 직무는 사라지지 않는다.

기장이나 단순신고, 자료 분류 같은 업무는 AI와 플랫폼이 상당 부분 가져갈 수 있다. 그런데 정황을 판단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 소명하고, 최종적으로 책임지는 일은 남아 있다. 

그래서 세무사는 신고 대행자에서 리스크를 판단하고 설계하는 사람으로 바뀌어야 한다.

AI가 신고한 결과를 사람이 다시 검증하는 업무도 새롭게 생길 수 있다. 또, 알고리즘이 내린 판단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새로운 형태의 조세불복도 등장할 수 있다. 앞으로는 무엇을 AI에게 맡기고, 무엇을 사람이 직접 판단할지 결정하는 일이 중요해질 것이다.

사후에 신고서를 만들어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AI로 데이터를 계속 보면서 문제가 생기기 전에 경고해 주는 예측형 세무서비스도 가능할 것이다.

직업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의미가 아니다. 10년 뒤에도 세무사는 존재하되, 지금과는 상당히 다른 일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Q. 그렇다면 전문가들은 AI를 어떻게 써야 할까? AI 활용 능력에 따라 전문가 간 격차도 커지는 것 아닌가?
  제가 계속 강조하는 것은 AI가 정답을 주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AI를 쓰면 시간을 줄일 수 있지만, 문제는 답변을 검증하는 데 시간이 많이 들어간다.

내가 알아야 AI의 답변에도 '이건 아니다', '이게 빠졌다'라고 지적할 수 있다. 기초 지식이 굉장히 중요하다. 내가 알아야 시킬 수 있다.

AI는 주어진 질문에만 답할 수 있고, 그 이상은 생각하지 못한다. 그래서 AI가 만들어내는 답변은 초안에 불과하다. 이 초안에 인간의 경험과 맥락을 더해야 완성된 답이 될 수 있다.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세법과 회계, 법률의 기본적인 구조를 모르는 사람이 AI 답변을 검증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AI 시대가 되면 공부를 안 해도 되는 것이 아니다. 기초지식과 검증 능력이 더 중요해질 것이다.

노 교수는 "조직에서 AI를 도입할 때 중요한 것은 신입이 성장할 수 있는 사다리를 없애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 이대덕 기자]

Q. 사실 누구나 신입 시절은 있다. 업무를 배우면서 전문가가 되는 것이다. 신입 세무사의 업무를 AI가 가져가면, 전문성을 쌓을 기회가 없어지는 것이 아닌가?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검증 능력이 어디에서 생기는지를 봐야 한다. 전문가도 처음부터 전문성이 있던 것이 아니다.

기장을 하고, 증빙을 분류하고, 조문을 찾아보고, 틀려도 보고, 선배에게 왜 틀렸는지 배우면서 실력을 키우는 것이다. 

그 기초 훈련을 AI가 다 가져간다면, 10년 뒤에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조직 안에 AI가 낸 결과를 검증할 사람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저는 이것을 '검증 역량의 양극화'라고 본다. 

이미 기본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있으면서 AI를 활용하는 사람은 훨씬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반대로 기초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처음부터 AI의 답만 받아온 사람은 AI에 종속될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기업이나 세무법인이 AI를 도입할 때 생산성만 봐서는 안 된다. 주니어를 어떻게 전문가로 키울 것인지 훈련 경로도 설계해야 한다.

AI에게 일을 넘기되, 사람이 배우는 사다리까지 걷어차면 안 되는 것이다.

Q. 최근 여러 기업이나 조직에서 AI 도입이 화두다. 세무법인이나 회계법인, 로펌이 AI를 도입하려 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일까?
  무슨 AI 도구를 도입할 것인지보다 먼저 AI에게 어디까지 맡길 것인지를 정해야 한다.

위임에는 단계가 있다. 정보를 찾게 할 수도 있고, 추천을 받는 수준도 있고, 의사결정을 맡기는 수준도 있고, 마지막에는 AI가 알아서 실행하게 할 수도 있다.

무엇을 AI에게 맡기고 무엇은 절대로 맡기지 않을 것인지 경계가 있어야 한다.

두 번째는 직원들이 이미 AI를 쓰고 있다는 전제에서 시작해야 한다.

회사에서는 '고객 자료나 기밀자료를 AI에 입력하면 안 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실제로 직원들은 몰래 AI를 사용하고 있을 수 있다. 대표가 AI를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무조건 사용을 금지하면, 오히려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

어떤 데이터는 넣어도 되고 어떤 것은 안 되는지, 어떤 업무는 AI를 활용해도 되지만 어디부터는 사람이 검수해야 하는지를 규정하고 교육해야 한다.

세 번째가 아까 말씀드린 주니어 교육이다.

그래서 저는 AI 도입이 도구의 문제가 아니라 설계의 문제라고 본다.

노진화 교수가 말한 'AI와 일하는 전문가의 10가지 경쟁력', [제작:챗GPT]

Q. 이미 은행권에서는 AI 도입으로 실제 업무시간을 크게 줄였는데 세무업계도 AI 도입에 따른 혁신이 가능할까?
  저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은행 사례를 보면 AI를 단순히 챗GPT처럼 직원 개인이 사용하는 수준에서 끝내지 않는다. 내부에 쌓인 데이터와 업무 프로세스를 연결한다.

예를 들어 KB증권은 IPO 수요예측 지원 업무에서 기존에 7~8시간 걸리던 작업을 약 30분으로 단축했다. 하나은행은 기업 신용평가 심사의견 작성 시간을 약 30분에서 10초로 줄였다.

중요한 것은 '30분이 10초가 됐다'는 숫자만이 아니다.

기존에는 사람이 자료를 수집하고, 읽고, 분석하고, 규칙을 적용하고, 문장까지 작성했다. 이제 그 업무를 다시 잘라서 AI가 할 것과 인간이 할 것을 나누는 것이다.

정보를 찾고 처리하는 업무는 AI에게 넘기고 인간은 판단과 책임에 더 집중하는 것이다.

세무업계도 비슷하다. AI를 하나 도입하는 것보다 '우리 업무 중 무엇을 AI가 수행할 수 있는가', '어떤 데이터를 연결해야 하는가'를 처음부터 다시 봐야 한다.

Q. 국세청도 AI를 세무조사와 세정에 활용하려 한다. 세무사 입장에서는 위협적이지 않을까?
  저는 오히려 일이 더 많아질 수도 있다고 본다. 

옛날에는 사람이 자료를 봤다. 사람이 보면 아무래도 볼 수 있는 범위가 한정적이다. 논문도 마찬가지로, 예전에는 심사위원 세 명이 논문을 보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고칠 부분을 말했다.

지금은 논문을 AI에 입력해 '문제점 10개를 찾아달라'고 요청하면 바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 결과를 연구자에게 전달하고, 연구자는 자신의 논문과 심사의견을 다시 AI에 입력해 대응한다. 이 과정에서 질문과 답변의 범위가 훨씬 넓어진다.

국세청도 비슷할 수 있다.

과거에는 사람이 볼 수 있는 범위가 제한돼 있었다면 AI는 훨씬 많은 데이터를 보고 지표도 굉장히 세밀하게 만들 수 있다. 그러면 세무대리인은 문제 하나하나에 대응해야 한다. 챙겨야 할 서류가 더 많아지고, 소명해야 할 것도 많아질 수 있다.

알고리즘이 '이 부분이 이상하다'고 문제를 제기하면 납세자나 세무사는 '실제로는 이런 사정이 있습니다'라고 설명해야 한다.

그래서 국세청이 AI를 학습시키고 있다면 세무사도 AI를 활용해 대응해야 한다. 

그러면 전문가도 공부를 안 할 수 없다. 단순 업무는 줄어드는데 전문가의 일은 오히려 더 복잡하고 세분화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국세청에서 AI를 도입해 본격적으로 과세행정에 활용하면 새로운 조세불복이나 리스크 대응 등의 업무 영역이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사진: 이대덕 기자]

Q. 국세청이 AI를 활용해 과세망을 촘촘하게 한다면, 납세자의 거부감이 커질 것 같다. AI가 나를 탈세자로 의심하고 과세한다는 불쾌감에 반발심이 들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실제로 그럴까?
  저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 거부감이 무조건 비합리적이라고 볼 수도 없다.

사람이 나를 의심했다면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물을 수 있다. 어떤 규칙 때문에 조사 대상으로 선정됐다면 그 규칙을 확인할 수도 있다.

그런데 'AI 모델이 당신을 고위험군(탈세혐의자)로 예측했다'라고 하면 누구에게 무엇을 따져야 하는지가 모호해진다.

세무조사는 국가 권력의 행사이기 때문에, 민간 AI 서비스보다 훨씬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다.

AI나 알고리즘이 데이터를 굉장히 잘 분석할 수는 있다. 논리적이고 통계적 근거까지 제시하면 개인이 반박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당신은 이런 데이터 때문에 이렇게 판단됐습니다'라고 근거를 쭉 보여주면 사람은 할 말이 없어질 수도 있다.

그래서 저는 사람이 개입할 수 있는 틈이 필요하다고 본다.

Q. '사람이 개입할 틈'은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
  프로세스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완전히 자동화되면 사람이 끼어들 수가 없다.

클릭 한 번 했더니 처음부터 끝까지 쭉 처리되는 방식이 편하기는 하지만, 오류나 편향이 발생했을 때 중간에서 멈출 수 있는 지점도 없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저는 '인간의 갭'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최종 선택은 사람이 해야 한다. 

AI 행정의 신뢰를 얻으려면 적어도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왜 조사 대상(또는 소명 대상)으로 선정됐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그 판단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어야 하고, 최종 판단권은 사람에게 있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반론 가능성이다. 납세자가 '내가 왜 조사 대상이 아닌지'를 스스로 증명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왜 이 납세자를 조사 대상으로 판단했는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납세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절대로 틀리지 않는 알고리즘이 아니라, 틀렸을 때 다툴 수 있는 알고리즘이다.

세금이라는 분야는 예외가 굉장히 많다. 그 예외를 가려내는 것이 결국 세무대리인의 역량이 되지 않을까 싶다.

Q. AI가 더 많은 일을 대신할수록 오히려 전문직의 '인간적인 능력'이 중요해지는 것 같다. 결국 전문가는 무엇으로 차별화해야 할까?
  AI 시대에 전문직은 더 인간적이어야 한다.

기능적인 목적이 있는 분야에서는 전문성과 정확성이 굉장히 중요하겠지만, 사람과 직접 만나는 서비스 영역에서는 공감이나 관계가 더 중요해질 수 있다. 

인간은 '내 이야기 좀 들어주세요'라는 존재다.

AI도 대화를 잘하지만, 사람이 가진 눈빛은 없다. 사람에게는 눈빛이 있고 같은 공간에 있다는 느낌, 기다려주는 시간이 있다. 

저는 이걸 '눈빛과 스킨십, 시간, 기다림'이라고 표현한다.

AI는 바로 대답하지만 사람은 상대가 말하는 동안 눈을 바라보고 기다릴 수 있다. 말을 다 할 때까지 들어줄 수도 있다.

감동은 이런 부분에서 나온다. AI 시대가 될수록 상담하는 전문직에게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훨씬 중요해질 것이다.

Q. AI와 별개의 문제지만, 일부 세무사들은 고객 상담 자체를 어려워한다. 특히 상속세 상담은 가족을 잃은 직후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데도 위로보다 본론부터 꺼내는 경우가 있다. AI 시대에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상담 역량은 어떻게 키워야 할까?
  최고의 상담은 들어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답을 알고 있으니까 자꾸 뭔가를 알려주려고 한다. 조언하면서 '이렇게 하시면 됩니다'라고 말한다.

그런데 상대는 아직 자기 이야기를 충분히 하지 않을 수 있다.

먼저 "어떤 고민이 있으세요?", "어떤 일이 가장 힘드셨어요?"라고 물어보는 게 필요하다. 답을 주는 것보다 질문하는 것이 중요하다.

답을 바로 주면 사람들은 속으로 '아닌데'라고 생각할 때가 많다. 자기 상황을 다 설명하지도 않았는데 상대가 결론부터 내렸다고 느끼는 것이다. 

상담할 때는 눈을 보고, 이야기를 듣고, 기다려줘야 한다.

특히 세무나 법률 문제는 사람의 재산이나 가족관계, 사업의 어려움 같은 굉장히 개인적인 문제와 연결돼 있다. 

AI가 세법은 더 빨리 찾을 수 있어도 그 사람의 불안까지 없애주는 것은 다른 문제다. 앞으로는 오히려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더 중요해질 것이다.

노 교수는 "AI 시대에는 전문직의 마케팅도 바뀌어야 한다. 네이버에만 잘 보여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사진: 이대덕 기자]

Q. AI 시대에는 인간적인 상담 역량이 더 중요해진다고 하셨다. 역설적으로 그 상담을 더 잘하기 위해 AI를 활용할 수도 있을까?
  그렇다. 고객을 만나기 전에 AI를 활용할 수 있다.

60대 고객이 상담을 온다고 하면 '이 연령대 고객과 상담할 때 어떤 부분을 조심해야 할까', '어떤 방식으로 설명하면 이해하기 쉬울까'를 미리 물어볼 수 있다. 

고객 유형별로 일종의 페르소나를 만들 수도 있다. 그리고 상담이 끝나면 그 내용을 데이터로 축적할 수 있다.

고객들은 자신을 기억해주는 걸 중요하게 생각한다.

몇 달 뒤 다시 왔을 때 "지난번에 이런 문제로 상담하셨는데 해결되셨나요?"라고 물어보면 느낌이 완전히 다르지 않나.

AI를 이용하면 과거 상담 내용이나 고객별 이력을 분류하고 정리하는 것도 훨씬 쉬워진다.

AI를 고객 대신 상대하는 기술로만 생각하지 말고, 오히려 고객을 더 잘 기억하고 더 인간적으로 상대하기 위해 쓸 수 있다.

Q. 이제는 고객이 검색창이 아니라 AI에게 전문가를 추천해달라고 묻는 시대다. 전문직의 마케팅 전략도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앞으로는 사람에게 검색되는 것뿐 아니라, AI에게 어떻게 잘 보이는지가 중요해진다.

이제는 사람들이 AI에게 '상속을 잘하는 세무사 찾아줘', '이 분야 전문 변호사 추천해줘'라고 물을 것이다.

그러면 AI가 어떤 자료를 근거로 이 사람을 전문가라고 판단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저도 제 개인 홈페이지를 만들면서 그런 고민을 많이 했다.

검색엔진에 제대로 색인되어 있는지, 오랫동안 콘텐츠가 쌓여 있는지, 근거와 출처가 있는지, 내용이 일관되는지 같은 요소들이 중요해질 수 있다.

저는 오히려 기존 전문가에게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

몇 년, 몇십 년 동안 자기 분야에서 콘텐츠와 경험을 축적해 온 사람은 AI 시대에 활용할 자산이 많다.

반대로 아무런 전문 지식이나 콘텐츠가 없는 사람이 AI에게 잘 보인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전문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AI 시대가 되면 전문성의 가치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기존에 쌓아놓은 전문성의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질 수도 있다.

Q. 마지막으로 AI 시대에 가장 필요한 능력이 무엇인지 말씀해주신다면?
  필요한 첫 번째 능력은 기초 지식이다. 아무것도 모르면 AI가 하는 말이 맞는지 틀리는지도 알 수 없다.

두 번째는 탐구하는 능력이다. 주어진 답을 그냥 받아들이지 않고 '왜 그렇지?', '다른 가능성은 없나?'를 계속 묻는 힘이다.

세 번째는 검증이다. AI가 만든 오류와 환각을 걸러내고 근거와 데이터를 확인해야 한다.

네 번째는 인간적인 철학과 윤리다. 어디까지 AI에게 맡겨도 되는지, 최종 책임은 누가 질 것인지 기준이 있어야 한다.

마지막은 협업이다. AI를 단순히 답변 자판기처럼 쓰는 게 아니라 토론 상대처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AI가 답을 주면 그걸로 끝내지 말고, '왜 그렇게 생각해?', '반대 근거는 없어?', '내 생각은 이런데 어떻게 생각해?' 등 계속 질문하며 대화를 이어가야 한다.

AI를 답변 자판기로 쓰는 사람은 AI의 수준에 머물지만, AI를 토론 상대로 쓰는 사람은 AI와 자기 생각을 합쳐 더 나은 결과를 만들 수 있다.

결국 AI 시대에도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생각하는 능력이다.

노진화 교수. [사진: 이대덕 기자]

☞노진화 교수는?
  노진화 중부대학교 학생성장교양학부 교수는 경영학·언론학·인터랙티브콘텐츠를 연구·교육하고 있다. 경희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에서 언론학(전략커뮤니케이션) 석사, 인하대학교에서 인터랙티브콘텐츠학(기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브랜드·홍보 컨설팅 회사를 20년간 운영한 뒤 대학으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최근에는 생성형 AI와 인간의 상호작용, AI에 대한 신뢰와 사회적 존재감 등을 연구하고 있다. 2025년 학술지 『코칭연구』에 '생성형 AI 기반 Roh-KAI 코칭 시스템과 인간의 상호작용에 관한 탐색적 연구'를 발표했다. 2026년에는 카프카·조지 오웰·세르반테스 등 고전 12편을 통해 AI 시대 인간의 존엄과 리더십을 짚은 『나를 세우는 고전 12권』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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