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거래소와 개인지갑, 탈중앙화거래소 거래를 얼마나 정확히 포착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택스워치는 가상자산 전문가와 정부 관계자의 자문을 받아, 투자자가 실제로 내야 할 세금부터 취득가액 계산, 거래유형별 과세기준, 제도상 남은 과제와 이를 준비하는 과세당국의 조직 운영까지 살펴본다.

#. C씨는 보유한 이더리움(ETH)을 그냥 두는 대신 스테이킹에 활용하기로 했다. 이더리움 등 지분증명(PoS) 방식의 블록체인은 은행처럼 거래를 확인하는 중앙기관이 없어 네트워크의 검증자들이 새로 만들어진 블록과 거래가 유효한지 확인한다. 스테이킹은 가상자산을 걸어 이 같은 네트워크 검증 과정에 참여하고 그 대가로 보상을 받는 방식이다. C씨는 자신이 보유한 이더리움을 검증형 스테이킹에 활용하고 보상으로 이더리움을 추가로 받았다.
#. D씨도 이더리움으로 스테이킹을 했지만 방식은 달랐다. 이더리움을 리퀴드 스테이킹 서비스에 맡기고 그 대가로 stETH(스테이킹 이더리움)라는 별도의 토큰을 받았다. D씨는 이더리움이 스테이킹돼 있는 동안에도 stETH를 다른 사람에게 보내거나 탈중앙화금융(DeFi·디파이)에서 활용할 수 있다.
#. E씨는 보유한 가상자산을 디파이의 유동성 풀에 넣었다. 다른 투자자들이 이 풀을 이용해 코인을 교환할 수 있도록 유동성을 공급하고, 그 대가로 거래 수수료나 추가 보상을 받았다. E씨는 자신이 풀에 넣은 자산의 지분을 나타내는 LP 토큰도 받았다.
겉으로 보면 세 사람 모두 가지고 있던 가상자산을 활용해 추가 보상을 얻었다.
그러나 세법으로 들여다보면 거래구조는 전혀 다르다.
현행 소득세법은 가상자산을 양도하거나 대여해 발생한 소득을 과세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C씨의 스테이킹은 대여일까. D씨가 이더리움을 맡기고 stETH를 받은 것은 교환일까. E씨가 코인을 유동성 풀에 넣고 LP토큰을 받은 것은 또 어떤 거래일까.
여기서 중요한 것은 거래의 이름이 아니라 실제 코인이 어떻게 움직였는지다.

코인 안 빌려줬는데 보상…검증형 스테이킹은?
먼저 C씨의 검증형 스테이킹이다.
스테이킹은 가상자산을 블록체인 네트워크 운영과 검증에 활용하고 그에 따른 보상을 받는 방식이다.
이더리움 같은 지분증명 방식의 블록체인은 은행처럼 모든 거래를 확인해주는 중앙기관이 없다. 대신 네트워크의 검증자들이 새로운 블록과 거래가 정상적인지를 확인한다.
검증자는 가상자산을 걸고 이 과정에 참여하며 정상적으로 역할을 수행하면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여기서 앞선 기사(③코인 안 팔아도 세금?…'양도·대여'부터 따져보니)에서 살펴본 '대여'의 기준을 대입해보자.
검증형 스테이킹에서는 투자자가 자신의 이더리움을 누군가에게 빌려주고 상대방이 이를 자유롭게 사용하는 전형적인 렌딩 구조가 나타나지 않는다.
투자자가 코인의 통제권을 유지한 채 네트워크 검증에 참여한다면 상대방에게 처분권이 넘어갔다고 보기 어렵고, 나중에 다른 이더리움을 동종·동량으로 돌려받기로 한 거래도 아니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스테이킹은 자산을 빌려주는 행위라기보다 네트워크 검증에 참여하고 그 대가로 보상을 받는 성격이 강하다"며 "이를 가지고 대여를 통해 돈을 번다고 일률적으로 판단하면 논란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검증형 스테이킹은 전형적인 가상자산 대여와는 거래구조가 다르다.
문제는 C씨가 받은 보상이다.
C씨는 코인을 팔지도 않았고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지도 않았지만 검증에 참여한 대가로 새로운 이더리움을 받았다.
이 보상이 어떤 소득에 해당하는지는 거래구조와 보상의 원인을 별도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
같은 스테이킹인데…'운용형'은 대여
반면 '스테이킹'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어도 실제 구조가 렌딩과 비슷한 상품도 있다.
투자자가 플랫폼에 코인을 맡긴 뒤 더 이상 그 코인을 자유롭게 처분할 수 없고, 플랫폼이 맡은 코인을 직접 운용하는 경우다.
계약이 끝나면 투자자는 자신이 맡겼던 바로 그 코인이 아니라 같은 종류·같은 수량의 가상자산과 추가 보상을 돌려받는다.
이 경우에는 앞선 기사에서 설명한 대여와 비슷하다.
플랫폼에 처분권이 넘어가고 투자자에게 동종·동량 반환청구권이 생긴다면 '스테이킹'이라는 상품명과 관계없이 실질적으로 대여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같은 스테이킹이라도 하나의 기준으로 묶기 어려운 이유다.
황 교수는 "원금 반환의무나 처분권 이전뿐 아니라 상대방이 코인을 자신의 계산으로 운용할 수 있는지, 수익의 원천이 자산 사용의 대가인지 네트워크 참여의 대가인지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과세사실을 판단할 때는 스테이킹을 했느냐가 아니라 어떤 방식의 스테이킹을 했느냐가 중요한 셈이다.
ETH 맡겼더니 stETH…'교환'일까
D씨의 리퀴드 스테이킹은 한 단계 더 복잡하다.
일반적인 스테이킹은 코인이 검증에 활용되는 동안 해당 자산을 자유롭게 활용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이를 보완한 것이 리퀴드 스테이킹이다.
예를 들어 D씨가 이더리움을 리퀴드 스테이킹 서비스에 맡기면 그 권리를 나타내는 stETH와 같은 별도의 토큰을 받을 수 있다.
D씨는 이더리움이 스테이킹돼 있는 동안에도 stETH를 다른 사람에게 보내거나 디파이에서 다시 활용할 수 있다.
여기서 새로운 의문이 생긴다. 'stETH를 무엇으로 볼 것인가'
이 토큰이 단순히 내가 이더리움을 맡겨두고 있다는 증표인지, 아니면 독립적으로 거래되는 별개의 가상자산인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만약 단순한 권리증표라면 기존 이더리움을 다른 자산과 맞바꿨다고 보기 어려울 수 있다.
반대로 stETH를 독립된 가상자산으로 본다면 이더리움을 넘기고 stETH를 받은 거래가 가상자산 간 '교환'에 해당하는지까지 따져야 한다.
결국 이더리움을 맡기는 단계, stETH를 받는 단계, 이후 보상을 받는 단계마다 서로 다른 과세 쟁점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코인 넣고 LP 토큰 받았다면 무슨 거래일까
E씨가 한 유동성 공급도 비슷하다.
탈중앙화금융에서는 이용자들이 서로 가상자산을 교환할 수 있도록 일정한 코인을 모아둔 '유동성 풀'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 한 이용자가 특정 코인을 스테이블코인으로 바꾸려는데 풀 안에 해당 자산이 충분하지 않다면 원하는 만큼 거래하기 어렵다.
그래서 여러 투자자가 코인을 미리 넣어 다른 이용자가 언제든 가상자산을 교환할 수 있도록 만든 공동금고가 유동성 풀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투자자는 자신의 가상자산을 유동성 풀에 공급하고, 다른 이용자들이 이 자산을 활용해 거래하면 그 대가로 거래수수료나 추가 코인을 보상으로 받는다.
이 과정에서 LP(Liquidity Provider)토큰을 받기도 한다.
LP토큰은 투자자가 유동성 풀에 얼마만큼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지를 나타낸다. 나중에 LP토큰을 반환하면 자신의 몫에 해당하는 자산을 꺼낼 수 있다.
여기서도 리퀴드 스테이킹과 같은 질문이 생긴다.
LP토큰이 단순히 맡긴 가상자산을 돌려받기 위한 '보관증'과 같은 것인지, 아니면 독립적으로 거래되는 별개의 가상자산인지다.
유동성 풀에 넣은 가상자산의 처분권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투자자가 넣은 바로 그 코인을 그대로 돌려받는 것이 아니라 풀 전체 자산 가운데 자신의 지분에 해당하는 자산을 찾아가는 구조라면 단순 보관과는 또 다르다.
결국 유동성 공급은 기존 코인의 처분 여부, LP토큰 취득의 성격, 거래수수료와 추가 보상의 성격을 거래 단계별로 따져봐야 한다.
같은 유동성 공급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더라도 실제 거래구조에 따라 과세 판단이 달라질 수 있는 이유다.
납세자가 양도·대여 판단, 가능할까
문제는 일반 투자자가 이런 거래를 직접 판단해 신고할 수 있느냐다.
특히 탈중앙화금융(DeFi·디파이)은 은행이나 중앙화거래소 같은 중개기관을 거치지 않고 블록체인의 스마트계약을 이용해 코인을 교환하거나 빌려주고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사고팔았다면 매수·매도 기록이 비교적 명확하다.
하지만 디파이를 이용하면 개인지갑 기록에는 특정 주소로 코인이 빠져나가고, 다른 토큰이 들어온 내역이 남을 뿐인 경우도 있다.
이것만 보고 스테이킹을 한 것인지, 유동성을 공급한 것인지, 단순히 다른 지갑으로 코인을 옮긴 것인지부터 판단해야 할 수 있다.
김지호 세움택스 세무사는 "일반 투자자가 자신이 한 거래를 세법상 어떻게 분류해야 하는지 직접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세무상담 경험상 가상자산으로 상당한 수익을 낸 고객 가운데 디파이를 이용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고 밝혔다.
결국 실질거래에 따른 과세기준을 마련하는 것과 별개로, 납세자가 이를 실제 신고에 적용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안내와 신고 편의를 제공하는 것도 과세당국의 과제로 남는다.
내년 가상자산 과세 시행을 앞두고 남은 법적 및 제도적 과제에 대해서는 다음 기사에서 다룰 예정이다.
5편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