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인스타그램
  • 유튜브
  • 오디오클립
  • 검색

PC 흔적 다 뒤진다…요즘 세무조사가 무서운 이유

  • 2026.09.17(목) 08:34

'세무조사 리허설' 사례 살펴보니

# 한 중견기업은 세무조사에 앞서 외부 회계법인으로부터 세무 진단을 받았다. 그런데 세무조사가 시작되자 이 문서가 조사팀의 눈에 들어왔다. 직원이 이메일 첨부파일을 열면서 PC에 생성된 임시파일에 흔적이 남았고, 포렌식 조사에서 발견된 것이다.

# 또 다른 기업에서는 직원들이 주고받은 사내 메신저가 문제가 됐다. "이거 사모님 명의로 기부하신 거네요." 사주 일가와 관련한 비용을 두고 처리 방법까지 논의했다. 평소라면 대수롭지 않게 넘겼을 대화였다. 하지만 포렌식 조사에서는 장부만으로 알기 어려웠던 비용의 실제 성격과 처리 과정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장부와 계약서를 중심으로 이뤄지던 세무조사가 확 달라졌다. PC와 이메일, 사내 메신저 등 기업 내부에 남은 디지털 자료까지 조사의 단서가 되면서다. 기업의 세무조사 대비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국세청 조사국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다수 기업의 세무조사 대응을 해온 강승윤 세무법인 센트릭 대표세무사에게 최근 세무조사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물었다.

내부자료, 삭제한다고 사라지는 게 아니다

강 세무사는 세무조사의 가장 큰 변화로 디지털화를 꼽았다. 그는 "과거에는 장부, 계약서, 수첩, 우편물, 전표 등 물리적인 자료가 주요 조사 대상이었다"면서 "디지털 시대에는 이메일과 사내 메신저, 협업툴, ERP, PC 등에 기업의 의사결정과 업무 흔적이 남는다"고 말했다.

조사 과정에서는 특정 키워드를 중심으로 이메일과 메신저를 검색하는 방식도 활용될 수 있다고 한다. '삭제', '비밀', '회피' 같은 단어가 대표적이다. 의사결정권자의 이메일이나 메신저에서 이런 단어를 검색해 의심되는 자료를 좁혀가는 식이다.

더 큰 문제는 자료를 지운다고 흔적까지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삭제한 파일이나 이메일, 메신저 내용도 포렌식을 통해 복구될 수 있다. 앞선 사례처럼 이메일 첨부파일을 한번 열어본 것만으로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 PC에 흔적이 남기도 한다.

이렇게 찾아낸 흔적은 또 다른 자료를 확인하는 출발점이 된다. 이메일이나 메신저에서 확인한 내용을 국세청이 이미 갖고 있는 과세자료와 맞춰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강 세무사는 "디지털 자료는 한번 생성되면 완전히 없애기 어렵고, 여러 자료를 서로 연결해 보면 장부만으로는 보이지 않던 세무 리스크가 드러날 수 있다"고 말했다.

세무조사 전에 '세무조사'를 해본다

세무조사가 나오기 전에 기업 내부를 먼저 들여다봤다. 세무법인 센트릭이 임직원의 PC와 이메일 등을 살펴 실제 조사에서 문제가 될 만한 흔적을 미리 찾아보는 '세무조사 리허설'을 진행한 것이다.

리허설 사례. 주요 임직원의 PC와 이메일을 살펴보자 수상한 자료가 잡혔다. 사내 폴더에서는 '아파트 무상사용 관련' 한글파일이, 이메일 데이터(.ost)에서는 한남동 아파트와 관련한 메일이 나왔다. 회사는 수년 전 이 아파트를 외국인 임직원 숙소용으로 취득했지만, 실제 거주한 외국인은 한 명도 없었다. 대신 대표가 자신의 집을 재건축하는 동안 가족과 함께 이곳에 살았다.

서류상 용도는 법인 숙소였지만 실제 사용자는 달랐다. PC에 남은 파일과 이메일을 함께 살펴보면서 이런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강 세무사는 "무상으로 사용한 부분에 대해서 법인세를 과세하고 무상사용자에게 상여처분을 하며, 업무와 관련 없는 자산으로 판단될 경우 관련 비용이 부인될 수 있다"고 짚었다. 회사는 리허설 과정에서 이 문제를 먼저 발견해 수정신고하고 수억원의 세금을 납부하면서, 향후 세무조사에서 더 커질 수 있는 세 부담을 줄였다.

강 세무사는 "국세청이 문을 두드리기 전에, 국세청과 동일한 방식으로 우리 회사의 취약점을 먼저 진단할 필요가 있다"며 "그리고 문제된 사안에 대해서 수정신고를 통해서 세금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국세청이 이런 사전 점검을 적극 권장할 필요가 있다"며 "세금은 납세자가 스스로 신고하는 것이 기본인 만큼, 기업이 세무조사 전에 잘못된 부분을 찾아 자진해서 바로잡고 스스로 수정신고 하도록 돕는 것도 신고관리의 한 방법일 수 있다"고 했다.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