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조사는 기업 경영에서 피할 수 없는 과제입니다. 그러나 사전에 제대로 준비한다면 두려움은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습니다. 마치 무대에 오르기 전 배우가 동선 하나하나를 점검하며 리허설을 하는 것처럼 말이죠.
세무 대리인들 사이에서는 "적지 않은 기업이 준비 부족으로 결국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상황을 맞는다"는 말이 자주 나옵니다. 세무조사를 경험한 기업인이라면, 사전 대비의 중요성을 절감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세무조사도 리허설이 가능하지 않을까요. 최근 세무법인 간 합병으로 시장 주목도가 높아진 센트릭(CENTRIC)이 '모의 세무조사'라는 이름의 리스크 관리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기업의 가장 큰 고민을 겨냥한 이 프로그램은 어떤 전략을 담고 있을까요.

세무조사 대응, 잘하고 못하고 차이
"잦은 인력 유출로 기업 내 자료 관리가 허술하다"
실제 세무조사가 닥쳤을 때 기업들은 이런 약점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증빙서류나 재무 자료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으면서, 조사 초기부터 기업을 불리한 위치로 몰아넣는 것이죠.
강승윤 세무법인 센트릭 대표는 "인력 이동이 잦고 자료 관리체계가 불분명해, 퇴직자의 PC나 부서 이메일에 어떤 정보가 남아 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기업 내부에서는 자료 관리를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세무 전문가의 눈으로 보면 전혀 다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세무 리스크가 잠재된 기업군으로는 관계사간 불공정거래, 횡령배임, 주가조작 등 사회물의야기 기업, 제약·바이오 기업, 매출 급증 기업, 자본거래가 잦은 기업, 특수관계·가족경영 기업, 승계·지분변동 기업을 예로 들 수 있는데요.
이들 기업 공통점은 급변하는 내부 구조와 복잡한 거래로 인해 '자료의 정확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이런 자료를 국세청이 입수한다면, 세무조사 시 불리한 근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강 대표도 "불완전하거나 정리되지 않은 자료가 외부로 유출될 경우 세무·법적 리스크로 확대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외부 컨설팅 자문이 되레 발목을 잡기도 합니다. 보험상품과 결합된 절세 컨설팅을 그대로 실행한 사례인데, 세법상 문제가 드러나 세무조사를 받는 기업이 적지 않다고 하죠.
"세무조사, 실전처럼 연습하라"
과거에는 일부 기업만 사전 세무 진단이나 컨설팅 형태로 조용히 세무조사를 대비해 왔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조사 패턴이 데이터 중심으로 바뀌면서 기업의 방어 논리보다 데이터 관리 역량이 중요해졌습니다.
강 대표는 "사전에 약점을 진단하고 보완하며 실제 조사 흐름을 미리 체험할 수 있다. 기업 스스로 수정신고 기회를 가지게 되어 세금을 줄이고, 범칙조사 리스크도 대폭 낮출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기업과 기업주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며 센트릭이 꺼낸 게 '모의 세무조사'죠.
모의 세무조사는 이름 그대로, 실제 세무조사와 유사한 방식으로 기업의 리스크를 미리 점검해 보는 일종의 리허설입니다. 대표자나 재무팀이 문제없다고 판단한 항목이라도, 세무 전문가 시각에서 보면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내는 것이죠.
센트릭은 약 12개 팀(상속증여 전문세무사 포함)을 구성, 이들 세무 전문가가 국세청 조사국 요원들의 시각에서 회사의 재무 자료·증빙·전산 기록을 분석한다고 합니다. 포렌식 기법을 통해 퇴직자의 PC·이메일 등 내부에 남은 잠재 리스크까지 들여다보는 것이 특징이라고 하네요.
강 대표는 "많은 기업이 정보 부족 때문에 리스크를 떠안는 경우가 많다"며 "모의 세무조사는 기업이 모르는 위험을 미리 진단하고, 실제 조사에서 방어 논리를 확보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라고 했습니다. 센트릭에서는 이 서비스를 다수의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모의 세무조사가 시장에서 어떻게 자리 잡을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 시스템이 기업들의 리스크관리 문화를 바꿔놓는다면, 앞으로 세무조사는 '당하는 일'이 아니라 '관리하는 일'로 인식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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