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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담배 통관, 이제 제품이 아니라 공급망을 본다

  • 2026.08.04(화) 13:40

[프리미엄 리포트]신민호 대문관세법인 대표관세사

전자담배 수입 통관 기준이 달라진다. 지금까지는 제품에 어떤 성분이 들어 있는지를 주로 확인했다면, 앞으로는 니코틴 원료를 누가 만들고 어떤 업체를 거쳐 국내에 들어왔는지까지 살펴본다.

합성니코틴뿐 아니라 유사니코틴과 무니코틴 제품도 제출해야 할 자료가 늘고, 세관이 제품을 내주기 전에 성분을 검사하는 경우도 많아진다. 신민호 관세사는 전자담배 수입업체는 서류 준비에만 그치지 말고 해외 공급업체와의 거래관계, 통관 일정, 재고와 세금 부담까지 함께 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근 한 전자담배 수입업체 대표와 상담하면서 이런 질문을 받았다.

"합성니코틴 관련 서류를 다 준비했는데 왜 또 새로운 자료를 요구하는 겁니까?"

많은 수입업체들이 이번 관세청의 '전자담배 니코틴 용액 수입통관 지침' 개정을 단순히 제출서류가 늘어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개정의 본질은 서류가 아니다. 통관관리 방식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문제는 서류를 가지고 있느냐가 아니다. 그 서류가 실제 원료 생산·제조·수출 구조와 일치하는지를 입증할 수 있느냐다. 

제품 확인 중심이던 통관이 공급망 검증 중심으로, 수리 후 분석 중심이던 관리가 수리 전 검증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6월 지침과 8월 시행 지침은 무엇이 다른가

지난 6월 시행된 지침은 합성니코틴 과세 확대와 유사니코틴 출현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었다.

정확히는 담배 관련 세금 부과 대상이 올해 4월 24일부터 합성니코틴까지 확대된 뒤 마련된 지침으로, 2026년 6월 15일 수입신고분부터 적용됐다.

천연니코틴과 합성니코틴, 유사니코틴, 무니코틴을 구분해 신고하고 합성니코틴에 대해서는 일정한 증빙서류를 제출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하지만 불과 두 달 만에 다시 개정된 7월 지침은 성격이 전혀 다르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기존 제품 종류·성분 신고체계는 유지하면서도, 증빙자료의 내용과 진위확인, 수리 전 분석을 크게 강화했다. 개정 지침은 오는 18일 수입신고분부터 적용된다.

이번 개정은 정진욱 의원실과 언론, 시민단체가 제기한 합성니코틴 세금 탈루 의혹과 유해성 문제를 직접 반영하고 있다. 

이는 관세청 개정 지침이 개정 배경으로 직접 명시한 내용이다. 즉 단순한 통관 편의가 아니라 세금과 소비자 보호를 함께 고려한 관리체계로 전환된 것이다.

동시에 정상적으로 수입하는 기업에는 더 많은 자료와 해외 공급업체의 협조를 요구하는 변화이기도 하다. 정책 목적과 기업 부담을 함께 봐야 한다.

합성니코틴은 6종 그대로, 내용이 달라졌다

가장 큰 변화는 증빙방식이다. 기존에는 합성니코틴 수입 시 거래계약서와 제조공정도, 제조허가증, MSDS 등을 제출하면 됐다. 

기존 지침상 합성니코틴 제출서류는 거래계약서, 제조공정별 제조사실 증빙자료, 제조허가증·공장등록증, 수출신고필증, MSDS·성분명세서, 담배수입판매업등록증 등 6종이었다.

이제는 단순한 계약서가 아니라 전자거래특별계약서를 제출해야 하고, 원료 생산자부터 완제품 제조업체, 수출업체를 거쳐 국내 수입업체에 이르는 거래관계를 도식으로 설명하는 '거래관계도'까지 제출해야 한다.

합성니코틴은 서류 수 자체는 6종에서 6종으로 유지되지만, 제조공정도는 폐지되고 계약서류와 허가증의 내용이 더 구체화됐다. 즉 서류의 수보다 공급망을 입증하는 방식이 달라진 것이다.

특히 중국산의 경우 니코틴 원료 공급자와 전자담배 완제품 생산자 사이에 체결된 전자거래특별계약서를 확인하고, 원료 생산업체→완제품 제조업체→수출업체→한국 수입업체로 이어지는 거래흐름을 거래관계도로 설명해야 한다.

중국산의 경우에는 담배전매생산기업허가증과 수출신고필증의 기재 내용까지 확인한다.

담배전매생산기업허가증의 허가범위에 '전자담배용 니코틴 생산'과 '수출'이 표시돼 있는지 확인하고, 중국 수출신고필증의 ‘상품명칭규격형호’란에 합성니코틴과 관련 성분이 기재돼 있는지도 살핀다. 해당 내용이 기재되지 않은 경우에는 수리 전 성분분석이 실시될 수 있다.

해외 제조사가 발급한 MSDS만 인정하는 기준도 새롭게 도입됐다. 국내 수입자가 자체 작성·발행한 MSDS는 인정되지 않으며, 이 경우에도 수리 전 성분분석 대상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수입업체가 국내에서 문서를 보완하는 방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또한 과거 자료를 반복 제출하는 형식적 대응을 막기 위해 합성·유사·무니코틴 관련 증빙은 유효기간 내 서류만 인정하도록 바뀌었다. 중국산 제품의 수출신고필증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세율 적용 시 제출하는 원산지증명서는 공식 조회시스템을 통해 진위 여부도 검증한다.

이는 관세청이 더 이상 제품만 보지 않고 공급망 전체를 보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공급업체가 준 서류를 그대로 제출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그 서류가 실제 제조자와 거래경로를 정확히 반영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는 뜻이다.

유사·무니코틴은 1종에서 5종으로 확대됐다

유사니코틴과 무니코틴 제품도 마찬가지다.

기존에는 MSDS만 제출하면 됐지만, 앞으로는 합성니코틴과 유사한 수준의 증빙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정확히는 기존 MSDS 1종에서 전자거래특별계약서, 거래관계도, 니코틴 원료 생산자의 담배전매생산기업허가증, 수출신고필증, MSDS 등 5종으로 확대됐다.

사실상 유사니코틴도 합성니코틴과 같은 수준의 관리 대상으로 편입된 셈이다. 다만 법적 과세 지위까지 합성니코틴과 동일해졌다는 뜻은 아니다. 통관 단계의 공급망·성분 검증 수준이 합성니코틴에 가까워졌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수리 후 분석에서 수리 전 검증으로

분석 방식도 달라졌다. 기존에는 통관 후 분석이 원칙이었지만, 앞으로는 수리 전 분석으로 전환된다. 기존 지침의 수리 후 분석 중심 구조가 개정 지침에서는 과세회피 우려가 있는 합성·유사·무니코틴에 대한 수리 전 분석 중심으로 강화됐다.

특히 유사니코틴과 무니코틴 제품은 선별된 신고건에 대해 통관 전에 니코틴 함유 여부를 확인한다. 개정 지침은 유사·무니코틴의 선별된 모든 신고 건에 대해 수리 전 분석을 실시하도록 규정한다. 

동일 신고란에 향료만 다른 여러 제품이 들어 있다면 원칙적으로 1개 제품을 분석하지만, 포장·성분·니코틴 함량 등이 달라 별도 모델로 인정되면 모델별 분석이 필요하다.

기업 입장에서 이는 단순한 통관 지연 문제가 아니다. 전자담배 수입업체의 리스크 관리 방식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는 의미다.

통관 지연은 재고와 현금흐름의 문제다

지금까지는 제품과 품목분류를 관리하면 충분했다. 제품 종류와 품목분류는 여전히 중요하다. 다만 이제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앞으로는 원료가 어디에서 생산되었는지, 누구를 거쳐 제조되었는지, 해외 제조사가 어떤 성분자료를 발급했는지까지 관리해야 한다.

실제로 한 전자담배 수입업체는 해외 공급업체가 제공한 MSDS만 믿고 수입을 진행하려다 추가 자료 제출 요구를 받으면서 통관 일정이 지연된 사례도 있었다.

앞으로는 해외 공급업체의 협조 체계까지 계약 단계에서 점검해야 하는 이유다.

통관이 지연되면 보세창고료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 판매 일정이 밀리고, 이미 지급한 수입대금과 예상 세금이 재고에 묶이며, 유통업체와의 납기 약속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성분 판정이 신고내용과 다를 경우에는 세액 재계산, 가격 조정, 반송·폐기, 계약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CFO는 통관 지연일수, 제품별 재고금액, 보관료, 예상 세액, 판매중단 손실을 함께 계산해야 한다. 이번 지침은 통관부서만의 문제가 아니라 현금흐름과 제품 포트폴리오의 문제다.

해외 공급업체 계약도 바꿔야 한다

이번 개정은 미국의 강제노동 규제처럼 공급망을 추적하는 수준과 닮아 있다.

법적 목적과 제재 수준은 다르지만, 최종 제품만 확인하지 않고 원료 생산자와 제조·수출 경로까지 추적한다는 관리 방식에서는 최근 각국의 공급망 실사 강화 흐름과 닮아 있다.

과거에는 '무엇을 수입했는가'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어디에서, 누구를 거쳐, 어떤 성분으로 만들어졌는가'가 통관의 핵심 질문이 되고 있다. 

그리고 그 질문에는 공급업체의 말이 아니라 계약서, 허가증, 수출신고필증, 제조자 발급 MSDS와 같은 자료로 답해야 한다.

따라서 해외 공급업체 계약에는 제조자 자료 제출 의무, 성분·제조공장·원료 공급자 변경 시 사전통지 의무, 허위자료로 인한 세금·반송·폐기비용의 책임, 세관 보완 요구에 대한 협조의무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

수입업체와 CFO가 지금 점검할 일곱 가지

전자담배 시장도 이제 판매 경쟁을 넘어 컴플라이언스 경쟁의 시대로 들어가고 있다. 정확히는 제품력과 판매력에 더해 성분과 공급망을 입증하는 능력이 새로운 경쟁조건이 되고 있다.

수입업체와 CFO가 지금 준비해야 할 것은 제출서류를 하나 더 만드는 일이 아니다. 공급망과 성분을 함께 관리하는 내부 통제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최소한 다음 일곱 가지를 점검해야 한다.

첫째, 제품별 실제 성분과 표준품명코드·신고내용이 일치하는가.

둘째, 해외 제조자가 발급한 MSDS와 필요한 성분자료를 확보할 수 있는가.

셋째, 원료 생산자부터 완제품 제조자·수출자·국내 수입자까지 거래관계를 설명할 수 있는가.

넷째, 중국산 제품의 담배전매생산기업허가증과 수출신고필증에 필요한 문구가 정확히 기재돼 있는가.

다섯째, 제출서류가 유효기간 내 자료인지, 공식 조회시스템으로 진위확인이 가능한가.

여섯째, 수리 전 분석 가능성을 반영해 재고와 납기·판매 일정을 관리하고 있는가.

일곱째, 공급업체 계약서에 자료제출·변경통지·허위자료 책임조항이 들어 있는가.

소비자에게도 이번 변화는 의미가 있다. 합성니코틴인지, 유사니코틴인지, 무니코틴인지 보다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고, 표시와 실제 성분이 일치하는지에 대한 검증이 강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무니코틴'이라고 표시된 제품에 니코틴 또는 유사성분이 포함돼 있다면 이는 세금과 통관의 문제를 넘어 소비자의 선택권과 건강정보, 기업의 브랜드 신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규제 강화는 중소 수입업체에 시험비용, 서류준비비용, 통관기간 증가와 해외 공급업체 관리 부담을 추가할 수 있다. 정책당국도 서류 인정기준과 분석절차를 명확하게 안내해 정상적인 기업이 불필요한 혼선을 겪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

통관은 공급망 신뢰를 검증하는 과정이다

관세는 더 이상 국경에서 세금을 부과하는 절차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통관은 공급망의 신뢰를 검증하는 과정으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전자담배처럼 과세회피와 성분 위험이 큰 품목에서는 통관이 제품의 정체뿐 아니라 공급망의 진실성을 검증하는 과정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 문제는 수입통관 담당자 한 사람이 해결하기 어렵다. 제품의 성분 판정과 시험은 분석기관이, 품목분류·과세·통관자료 적정성은 관세 전문가가, 해외 공급업체의 책임과 계약조항은 법무 전문가가 함께 살펴야 한다. 기업 내부에서도 구매·품질·통관·재무 부서가 같은 자료를 공유해야 한다.

리스크는 규제가 생겼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변화한 관리 구조를 늦게 이해할 때 발생한다.

전자담배 수입업체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서류를 더 쌓는 것이 아니다. 제품 성분, 공급망, 계약, 신고자료, 세금과 현금흐름이 서로 일치하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 신민호 관세사(경제학 박사)는?
현 서울관세사회 회장이자 대문관세법인 대표 관세사.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후 건국대에서 국제상무 전공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법무법인 율촌·충정 등 대형 로펌에서 관세통상 자문을 이끌었으며, 미국 워싱턴 D.C. 글로벌 로펌 파견 경험을 통해 독보적인 국제 통상 식견을 쌓았다. 실무와 정책을 아우르는 공급망 전략가로서 『2026 쇼크: 공급망은 이미 전쟁터다』, 『트럼프 2.0의 경고』 등을 집필하며 기업들의 글로벌 생존 전략을 선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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