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0만원 입금 완료! 물건은 언제 받을 수 있습니까?"
정진만(이동욱)의 휴대전화 화면에 메시지가 떴다. 잔액은 187억5300만원. 겉으로는 농기구를 파는 인터넷 쇼핑몰 '함덕농기구' 사장이지만, 실제로는 킬러들에게 총기와 장비를 공급하는 비밀 사이트 '머더헬프'의 운영자다. 함덕농기구는 이를 감추기 위한 위장 쇼핑몰이다.
드라마 속 킬러들의 쇼핑몰은 현실에서도 운영될 수 있을까. 사업자등록은 가능한지, 총기는 어떻게 국내로 들어오는지, 불법으로 번 돈에도 세금이 붙는지를 국세청과 관세청에 물었다.

①사업자등록, 영업 허가는 아니다
진만이 한국에서 사업을 했다면 가장 먼저 사업자등록부터 해야 한다. 사업을 개시한 지 '20일 이내'에 사업자등록을 마쳐야 하며, 이런 의무를 어기다가 적발됐을 땐 미등록 가산세에 더해 공제(매입세액) 혜택도 받을 수 없다. 현실이라면 '함덕농기구'는 어떤 방식으로 사업자등록을 했을까.
원칙적으로 사업자등록을 하려면 사업장이 있어야 한다. 부가가치세법(6조)을 보면 ①사업자의 부가가치세 납세지는 각 사업장의 소재지로 ②사업장은 사업을 하기 위해 거래의 전부(또는 일부)를 하는 고정된 장소로 규정한다. 다만 진만처럼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는 전자상거래업은 예외다. 고정된 사업장이 없어도 자택을 사업장으로 등록할 수 있다.
사업자등록 신청서에는 판매 품목도 적는다. 하지만 신청서에 적은 품목만으로 등록 여부를 결정하지는 않는다. 사업자등록은 부가가치세 등 세금을 관리하기 위한 절차일 뿐이다. 그렇다고 사업자등록이 총기 판매를 허가하는 건 아니다. 진만이 총기를 판매한다면, 사업자등록과는 별도로 총기 제조·판매에 필요한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국세청 관계자는 "명의를 빌리거나 허위 사업장을 등록한 것으로 의심되면 현장 확인이 이뤄질 수 있다"며 "세법 위반 사실이 확인되면 제재를 받을 수 있고, 다른 법률 위반 혐의가 확인되면 관계기관에 통보될 수 있다"고 했다.

②'억' 소리 나는 사장님들의 필수 계좌
'억' 소리 나는 매출을 올리는 개인사업자에게는 사업용 계좌가 있다. 소득세법상 복식부기의무자는 본인 명의의 계좌를 국세청에 신고하고(과세기간 개시일부터 6개월 이내), 사업과 관련한 주요 입·출금을 이 계좌로 관리해야 한다. 2007년부터 시행된 제도다.
드라마 속 진만도 현실이라면 사업용 계좌 신고 대상일 가능성이 크다. 한 번의 거래에 7000만원이 입금되고 계좌 잔액도 200억원에 가까운 수준이다. 인터넷 쇼핑몰은 도·소매업으로 분류되며, 연간 수입금액이 3억원을 넘으면 복식부기의무자가 된다.
국세청 관계자는 "사업용 계좌는 사업 관련 거래와 개인 거래를 구분해 관리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라며 "하나의 계좌를 함께 쓰면 납세자도 신고 과정에서 어떤 거래가 사업용이고 개인 거래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만약 진만이 사업용 계좌를 등록만 하고 사용하지 않았다면 제재 대상이다. 신고 대상자가 사업용 계좌를 등록하지 않거나 사용하지 않으면 가산세를 맞는다. 조세특례제한법상 창업중소기업 세액감면 등 각종 세액감면 대상에서도 제외될 수 있다.
진만의 세법상 불이익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미신고자는 국세청의 세원분석 대상이 된다. 계좌 거래와 자금 흐름을 살펴보다 탈루가 의심되면 조사기획 부서로 넘어가고, 차명계좌를 이용한 정황까지 확인되면 세무조사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③불법으로 번 돈도 세금은 낸다
진만이 벌어들인 돈은 킬러들에게 총기와 장비를 판매해 얻은 범죄수익이다. 이런 돈에도 세금이 붙을까. 국세청 관계자는 "불법 사업과 과세 문제는 별개"라며 "불법적인 방법으로 얻은 수익도 과세 대상이 된다"고 했다.
불법으로 번 돈도 세금을 내야 하는지를 둘러싼 실제 다툼도 있었다. 불법 대부업으로 피해자들을 속여 돈을 벌어들인 사업자는 "사기 수익은 과세 대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지만, 조세심판원은 과세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조심2025인1476). 불법으로 얻은 돈이라도 실제 경제적 이익으로 귀속됐다면 과세 대상이 된다고 본 것이다.
또 다른 사례가 성매매다. 성매매는 불법이지만, 룸살롱 업주가 신고하는 봉사료(팁) 수입에는 성매매 대가가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국세청의 설명이다. 불법이라는 이유만으로 과세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다만 범죄수익이 국가에 몰수·추징되는 경우에는 실제 경제적 이익이 남지 않는 만큼 과세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④총기 쇼핑몰의 가장 큰 장벽, 통관
사실 머더헬프가 현실에서 가장 먼저 부딪히는 벽은 통관이다. 드라마처럼 해외에서 총기를 들여와 판매하는 구조라면, 사업자등록보다 먼저 총기를 국내로 반입할 수 있는지가 문제다. 우리나라에서는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총단법)'에 따라 허가를 받지 않은 사람은 총기를 수입하거나 수출할 수 없다.
해외에서 총기를 부품으로 분해해 들여오는 일도 통관부터 쉽지 않다. 여행객 휴대품이나 국제우편·특송화물 등 어떤 경로를 이용하더라도 대부분 세관의 검사망에서 걸러진다. 필요하면 대테러 관계기관과 합동 단속도 벌인다.

이런 감시망에도 총기 밀반입 시도는 끊이지 않는다. 최근 5년간 관세청은 매년 20~30건의 총기류를 적발했다. 가장 많았던 2023년에는 38건(51정)이 적발됐고, 올해도 7월까지 2건(2정)이 세관에 걸렸다. 관세청 관계자는 "드라마처럼 수백 정의 총기를 보유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총기류는 반입 단계부터 집중관리 대상"이라고 했다.
관세청이 총기류를 파는 쇼핑몰에 '경고장'을 보낸 적도 있다. 공사장에서 사용하는 화약식 타정총은 총단법 적용 대상인데, 2022년 해외직구 확산 이후 테무와 알리익스프레스 등을 통한 반입(통관 전 단계)이 급증했다. 세관 검사를 강화하고 카드뉴스로 위험성을 알리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결국 관세청은 지난해 하반기 국내 쇼핑몰에는 판매 중단을 요청하고, 해외 플랫폼과는 한국 판매를 차단하는 협의에 나섰다.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올해 초부터 불법반입 건수는 1년 전보다 98.8% 줄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