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거래소와 개인지갑, 탈중앙화거래소 거래를 얼마나 정확히 포착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택스워치는 가상자산 전문가와 정부 관계자의 자문을 받아, 투자자가 실제로 내야 할 세금부터 취득가액 계산, 거래유형별 과세기준, 제도상 남은 과제와 이를 준비하는 과세당국의 조직 운영까지 살펴본다.

가상자산은 다른 투자상품과 비교해 가격 변동성이 큰 자산이다.
짧은 기간에도 가격이 크게 오르내리고, 여러 해에 걸쳐 투자하다 보면 어느 해에는 큰 손실을 봤다가 다음 해에는 다시 수익을 내기도 한다.
내년 가상자산 과세를 앞두고 세제는 이런 투자 특성을 얼마나 반영하고 있을까.
전문가들은 한 해 발생한 손실을 다음 해로 넘겨 공제하지 못하는 점과 연 250만원인 기본공제 수준을 대표적인 보완 과제로 꼽는다.
여기에 무엇을 가상자산 과세 대상으로 볼 것인지도 풀어야 할 숙제다. 현행 세법은 가상자산을 '양도·대여'해 발생하는 소득을 과세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스테이킹이나 유동성 공급처럼 기존 양도·대여의 개념에 명확하게 들어맞지 않는 거래가 계속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몇 년에 걸친 투자 결과로는 손해를 봤는데도 특정 연도에 이익이 났다는 이유로 세금을 낼 수 있고, 다른 투자자산과 비교해 가상자산의 공제 수준이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동시에 새로운 거래에서 발생한 이익을 어떤 소득으로 보고, 어디까지 과세할 것인지 법적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번 돈은 500만원인데, 과세 대상은 1250만원?
가상자산 세금은 한 해 동안 번 돈과 잃은 돈을 합쳐 계산한다.
예를 들어 같은 해 비트코인으로 2000만원을 벌고 이더리움으로 1000만원을 잃었다면, 가상자산으로 번 돈은 1000만원이다. 여기에서 기본 공제액인 250만원을 빼고 남은 750만원에 20%의 세율을 적용한다.
문제는 해가 바뀌는 경우다. 2027년 코인 투자로 1000만원을 잃고 2028년에는 1500만원을 벌었다면 2년 간 실제로 번 돈은 500만원이다.
하지만 세금을 계산할 때 2027년에 잃은 1000만원을 2028년에 번 1500만원에서 빼지는 못한다.
현행 가상자산 과세제도에서는 같은 해 발생한 이익과 손실은 서로 합칠 수 있지만, 한 해 남은 손실을 다음 해로 넘겨 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2028년에는 그해 번 1500만원에서 기본공제 250만원을 뺀 1250만원이 과세 대상이 된다.
투자기간 전체로 보면 500만원을 벌었지만 세금 계산에서는 전년도 손실이 반영되지 않는 것이다.
가상자산 전문 김지호 세움택스 세무사는 "한 해 손실을 보고 다음 해 다시 수익을 낼 수도 있는데 연도별로 끊어 과세하면 거래의 연속성을 반영하지 못한다"며 손실 이월공제 필요성을 언급했다.
더불어 손실을 다음 해로 넘길 수 없다는 점은 투자자가 코인을 파는 시점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올해 코인 투자로 이익을 냈지만 보유하고 있는 다른 코인에서는 손실이 나고 있는 경우, 손실이 난 코인을 연말 전에 팔면 올해 발생한 이익에서 해당 손실을 뺄 수 있어서다.
다시 말해, 세금을 줄이기 위해 연말에 손실을 일부러 확정하려는 거래가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김 세무사는 "연말 손실 확정을 위해 매도가 몰리는 등 시장이 왜곡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250만원' 기본 공제액은 적당할까
손실을 어느 기간까지 인정할 것인지와 함께 얼마의 이익까지 세금을 매기지 않을지도 쟁점이다.
현재 가상자산 소득의 기본공제는 연 250만원이다. 한 해 동안 가상자산으로 250만원의 순이익을 냈다면 과세되는 금액은 없다.
가상자산의 연 250만원 공제는 해외주식이나 비상장주식에 적용되는 양도소득 기본공제와 같은 수준이다.
반면 국내 상장주식은 일반 소액주주가 증권시장에서 주식을 팔아 얻은 양도차익에는 양도소득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김 세무사는 "현재 가상자산 기본공제는 해외주식이나 비상장주식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국내 상장주식 일반 투자자의 양도차익은 과세되지 않는다는 점과 비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 역시 현재 250만원인 기본공제 수준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황 교수는 "소액 투자자의 세 부담과 다른 투자자산과의 과세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개인적으로는 기본 공제액을 2000만원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황 교수는 단순히 '주식은 과세하지 않는데 가상자산의 면세 한도는 왜 250만원뿐이냐'는 식으로 공제액을 단순 비교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황 교수는 "가상자산 과세 대상, 손익통산, 손실 이월공제까지 포함한 전체 과세구조를 함께 봐야 한다"면서 "과세 시행 전에 이런 구조를 정비해야 납세자의 예측 가능성과 수용성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고시 서두른다는데…'양도·대여' 밖 소득은 어떻게
당장 정부는 내년 과세에 필요한 세부 기준을 마련하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28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가상자산 과세와 관련해 "국세청에서 고시를 준비하고 있는데 최대한 서둘러서 하겠다"며 국세청과 협의해 빠른 시일 안에 고시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이 부총리는 "세법상 이미 내년부터 과세되는 것으로 예정돼 있다"며 과세 준비를 마무리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런데 고시가 나온다고 가상자산 과세의 법적 쟁점까지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현행 소득세법은 가상자산을 '양도하거나 대여함으로써 발생하는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규정한다. 문제는 가상자산 시장에 양도나 대여라는 전통적인 개념만으로 분류하기 어려운 거래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것이 스테이킹과 유동성 공급이다. 스테이킹은 가상자산을 활용해 블록체인 네트워크 검증 등에 참여하고 그 대가로 보상을 받는 방식이다. 유동성 공급 역시 가상자산을 공급하고 수수료나 보상 등을 받는 구조다.
가상자산을 다른 사람에게 완전히 넘기는 '양도'라고 보기 어렵고, 단순히 빌려주는 전통적인 '대여'와도 성격이 다르다. 그렇다면 여기서 발생한 수익까지 '대여소득'으로 보고 과세할 수 있느냐는 문제가 생긴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거래를 기존의 양도·대여 개념에 무리하게 포함할 경우 납세자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고 과세당국과 납세자 사이의 해석 분쟁이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거래의 명칭이나 기술적 구조보다 어떤 경제적 이익이 발생했는지를 기준으로 과세체계를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황 교수는 "애초에 양도와 대여만 놓고 볼 것이 아니라 가상자산 소득에 과세한다는 큰 틀을 만들고, 그 안에서 양도차익과 대여소득, 운용소득 등을 구분하는 방식이 더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운용소득이나 보상소득이라는 명칭 자체보다 경제적 이익이 어떤 방식으로 발생했는지를 명확하게 규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쟁점은 이런 내용을 국세청 고시에서 어디까지 정할 수 있느냐다.
고시는 이미 법률에서 정한 과세 대상을 집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할 수 있지만, 법률에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은 새로운 소득까지 고시를 통해 과세 대상으로 넓힐 경우 과세 근거를 둘러싼 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황 교수도 "고시는 법에 있는 부분을 어떻게 해석할지를 납세자가 알기 쉽게 제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법률에 명확한 근거가 없는 새로운 과세 대상을 고시를 통해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지적했다.
따라서 국세청 고시에 앞서 법체계 자체를 정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황 교수는 "가상자산 과세를 둘러싼 논의에 앞서 디지털자산 기본법을 통해 양도·대여를 비롯한 가상자산 거래의 개념과 법적 성격부터 명확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후 세법에서 기본적인 과세 원칙을 정하고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에서 거래 유형과 평가 방법 등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내년 가상자산 과세를 앞두고 풀어야 할 숙제는 세율이나 공제액에 그치지 않는다. 손실을 어느 기간까지 인정할지, 얼마까지 공제할지와 함께 무엇을 과세 대상 소득으로 볼 것인지까지 명확히 해야 한다.
정부가 과세 고시를 서두르는 만큼, 고시에 담을 수 있는 집행기준과 법 개정이 필요한 과세대상의 경계를 먼저 분명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6편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