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 공장에 파견한 본사 직원에게 급여를 지급했다. 세관은 이를 처음에는 증여로, 이후에는 제3자 지급으로 보았다.
기업이 계약관계와 업무 실질을 설명하고 관계기관의 회신까지 제출한 끝에 과태료는 취소됐다. 그러나 사건을 마무리하면서도 질문 하나가 남았다. 기업이 조사기관의 판단을 믿고 과태료를 먼저 냈다면, 잘못된 판단을 바로잡는 일도 이처럼 가능했을까.
해외에 생산거점을 둔 기업의 일상적인 급여 지급이 외환검사에서 제재 대상으로 바뀔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먼저 납부한 뒤에는 다툴 기회가 제한될 수 있다는 사실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증여→제3자 지급…세관 판단이 바뀐 이유
국내 제조기업 A사는 베트남 현지법인에 공장을 운영하면서 한국 본사 소속 직원들을 주재원으로 파견했다. 본사는 인사내규에 따라 기본급 일부와 성과급을 주재원 명의의 국내 급여계좌로 지급했다. 현지법인에서도 나머지 급여 등을 지급하는 구조였다.
직원들은 해외에서 근무했지만 본사와의 고용관계는 유지됐다. 본사와 매년 연봉계약을 갱신했고, 본사의 지시와 평가를 받았다. 현지 생산관리와 품질관리뿐 아니라 본사의 생산계획 이행, 경영실적 보고, 고객 대응 등 본사 사업과 연결된 업무도 수행했다.
외환검사 과정에서 세관은 본사가 부담한 급여를 증여로 볼 수 있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현지법인이 부담할 비용을 본사가 대신 부담한 것으로 본 것이다. 기업은 근로계약과 업무자료를 토대로 의견서를 제시하며 반박했다. 본사가 고용관계를 유지하는 직원에게 실제 근로의 대가를 지급했다면, 이를 곧바로 대가 없는 이익 이전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취지였다.
이후 쟁점은 제3자 지급으로 바뀌었다. 세관은 본사가 해외주재원에게 지급한 급여와 성과급을 현지법인이 부담해야 할 비용으로 보았다. 현지법인이 지급해야 할 보수를 본사가 대신 지급했으므로 제3자 지급 신고를 했어야 한다는 논리였다. 세관은 이러한 판단에 따라 관련 진술을 받고 과태료 부과 절차도 진행했다.
근무장소보다 계약상 지급의무가 쟁점
여기서 먼저 확인할 것은 급여의 지급의무자였다. 베트남 공장에서 일했다는 사실만으로 그 직원에 대한 모든 급여채무가 현지법인에 귀속되는 것은 아니다. 본사가 자신이 체결한 근로계약에 따라 부담하는 급여를 직원에게 직접 지급했다면, 본사는 그 지급관계의 당사자일 수 있다.
제3자 지급 여부를 판단하려면 원인거래에서 누가 누구에게 지급할 의무가 있는지를 확인하고, 실제 돈을 주고받은 사람이 그 당사자와 다른지를 살펴야 한다. '현지법인에도 도움이 되는 업무'라는 경제적 설명만으로 '현지법인의 채무를 본사가 대신 갚았다'는 법률관계까지 입증되지는 않는다.
외환검사 대응 과정에서 이 지급이 제3자 지급에 해당하는지를 한국은행과 당시 기획재정부(현 재정경제부)에 질의했다.
한국은행은 회신에서 원인거래의 법적 권리·의무 당사자를 먼저 식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본사와 주재원 간 고용계약에 따른 급여 지급은 계약당사자 간 지급으로서 신고대상이 아닐 수 있지만, 구체적인 계약내용을 확인해야 한다는 답변이었다.
기재부는 회신에서 거래당사자는 원칙적으로 계약체결자를 의미하며, 질의한 것처럼 본사가 해외 파견자의 급여를 파견자 명의의 국내 계좌로 지급하는 경우 제3자 지급 신고의무가 없다고 안내했다. 두 회신 모두 제시된 사실관계에 대한 업무 참고용 답변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그럼에도 지급의 출발점인 계약관계부터 확인해야 한다는 점을 설명하는 중요한 자료였다.
과태료에 대한 의견진술 시 근로계약, 인사내규, 실제 업무 및 회계처리에 관한 설명과 관계기관 회신을 제출하며 과태료 부과의 부당성을 주장했다. 결국 세관은 과태료를 취소했다. 다만 이 결과를 모든 해외주재원 급여에 신고의무가 없다는 뜻으로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 현지법인의 급여채무를 본사가 실제로 대신 지급하거나 별도 비용정산 약정이 있는 경우에는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외환검사, '거래 실질' 먼저 확인해야
외환검사에서는 자금이 지급됐다는 사실뿐 아니라, 어떤 계약에 따라 누구의 의무를 이행한 것인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해외 관계사와 관련된 비용이라는 이유만으로 본사를 거래의 제3자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계약상 권리·의무와 실제 업무, 지급 경위를 함께 살펴야 한다.
조사 과정에서 법률적 판단이 달라질 수는 있다. 다만 새로운 위반유형을 적용하려면 그에 필요한 법적 요건을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당초 판단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신고의무 위반이 곧바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판단의 근거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기업에도 충분한 소명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회계처리나 다른 법령에 따른 비용의 취급 역시 거래를 이해하는 자료의 하나다. 그 형식만으로 외국환거래법상 신고의무를 확정하기보다는 계약관계와 실제 거래내용에 부합하는지 검토해야 한다. 같은 지급이라도 법령마다 규율하는 목적과 판단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기업도 검사기관의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사실관계와 적용 법령을 대조하고, 필요한 경우 관계기관의 해석을 확인해 소명할 필요가 있다. 이 사례는 기업의 적극적인 소명이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검사기관의 충실한 검토와 기업의 근거 있는 소명이 함께 이루어질 때 외환검사의 정확성과 신뢰도 높아질 수 있다.
이미 낸 과태료, 돌려받을 수 있을까?
이 사례에서는 기업이 과태료를 납부하기 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여 과태료 부과가 취소되는 결과를 얻었다. 그렇다면 세관의 판단을 받아들여 과태료를 먼저 냈더라도 나중에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었을까.
과태료는 세금과 불복절차가 다르다. 일반적으로 정식 과태료 부과통지를 받으면 질서위반행위규제법 제20조에 따라 통지받은 날부터 60일 이내에 부과기관에 서면으로 이의제기할 수 있다. 적법한 이의제기가 있으면 부과처분은 효력을 잃고, 행정청이 부과 필요가 없다고 인정하는 경우 등을 제외하면 법원의 과태료 재판으로 이어진다. 관세에 대한 불복처럼 행정심판을 청구하면 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특히 주의할 것은 사전통지 단계의 20% 감경 자진납부다. 질서위반행위규제법 제18조 제2항은 의견제출 기한 내 감경된 과태료를 납부하면 해당 과태료의 부과·징수절차가 종료된다고 정한다. 이 경우 같은 법에 따른 통상적인 의견제출이나 이의제기로 다시 다투기 어렵다. 헌법재판소도 2019년 12월 27일 이 조항을 합헌으로 판단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감경액이 작지 않다. 조사기관의 설명을 신뢰하거나 분쟁을 빨리 끝내려는 이유로 납부를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선택은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법원의 판단을 받을 기회를 제한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미 낸 과태료, 반환 가능성 있을 수도
그렇다고 이미 낸 과태료는 어떤 경우에도 돌려받을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 고용노동부는 2021년 6월 28일 회신에서 자진납부로 종결됐더라도 행정청이 제출된 의견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하면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할 수 있고, 스스로 취소·철회해 과오납금을 반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법률에 관한 회신이므로 세관 사건에 그대로 적용되는 결론은 아니지만, 납부 후 시정 가능성까지 닫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미 납부했다면 부과통지서, 납부영수증, 계약서, 지급내역, 잘못된 판단을 뒷받침하는 회신 등을 모아 부과기관에 직권취소와 과오납금 반환을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위법·부당한 처리에 대한 국민권익위원회 고충민원도 검토할 수 있다. 다만 이런 요청이 곧바로 환급을 보장하거나 법정 불복기간을 되살려 주는 것은 아니다.
바로 이 지점에 제도의 빈틈이 있다. 행정청이 잘못을 인정해 과태료를 돌려주는 것과 기업이 법률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재심사를 요구할 수 있는 것은 다르다. 납부 후 발견된 오류를 어떤 요건과 기간 안에 심사하고, 거절된 경우 어떻게 다툴 수 있는지가 분명해야 한다.
잘못된 부과, 바로잡는 절차 마련해야
개선은 부과 전과 납부 후를 함께 다뤄야 한다. 먼저 계약상 채무자와 실제 지급자가 다르다는 근거를 부과 전에 제시하도록 하고, 해석상 쟁점이 크면 관계기관 협의와 내부 법률검토를 거치도록 해야 한다. 증여에서 제3자 지급으로 판단을 바꿨다면 바뀐 위반요건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소명할 기회를 보장할 필요가 있다.
사전통지서에서는 감경 혜택과 함께 자진납부가 이의제기에 미치는 효과를 눈에 띄게 안내해야 한다. 관계기관에 해석을 질의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그 결과를 확인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의견제출 기간 운영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는 현재 자동으로 보장되는 권리가 아니라 앞으로 마련할 운영기준에 관한 제안이다.
나아가 납부 후에도 부과 당시부터 위반사실이 없었거나 법령 적용의 오류가 확인되는 경우 재심사와 환급을 신청할 수 있는 명문 절차가 필요하다. 신청기간과 입증자료, 처리기한, 이유를 밝힌 서면결정, 거절에 대한 불복방법을 함께 정하면 된다. 단순한 변심과 객관적으로 확인된 오부과를 구별해 제도의 안정성도 확보할 수 있다.
본사 직원에게 지급한 급여를 둘러싼 이 사건은 기업의 소명 끝에 바로잡혔다. 그러나 같은 지급을 한 기업이라도 먼저 납부했는지, 끝까지 다퉜는지에 따라 잘못을 바로잡을 기회가 크게 달라져서는 안 된다. 외환검사에는 정확한 부과만큼 오류를 인정하고 신속히 시정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김희정 관세사는?
숙명여자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관세청과 서울세관에서 약 20년간 근무한 베테랑 관세전문가다. 현재 신한관세법인에서 관세조사·외환검사 대응 컨설팅, 수출입 통관 리스크 진단, 관세·무역 규제 자문 등을 수행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