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으로 돈을 벌면 자신의 투자 실력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손실을 보면 금리가 올라서 그렇다고 말한다. 정작 돈을 벌었을 때 금리가 내려간 덕분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잊고 지내는 동안에도 금리는 주식과 채권 등 자산시장을 움직인다. 기업이 사업에 투자할지, 자금을 어떻게 마련할지, 개인이 어떤 자산을 보유할지 결정하는 데도 금리는 영향을 미친다.
세무전문가들이 금리의 흐름을 알아둘 필요가 있는 이유다. 기업의 재무상태를 살피고 고객의 세금 문제를 상담할 때도 다양한 경제적 판단을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배문성 라이프자산운용 이사는 지난 22일 서울 중구 더존을지타워에서 열린 '2026 택스 리더스 서밋' 2회에서 "금리는 언제나 자산시장에서 주연이었다"며 금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배 이사는 '다시 돌아온 금리의 시대 투자 전략'을 주제로 금리가 주식과 채권시장에 미치는 영향부터 앞으로의 금리·환율 전망, 투자 전략을 설명했다.
금리 오르는데 주식도 올랐다?
일반적으로 금리 상승은 주식시장에 악재다.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나면서, 투자자들은 위험을 감수하는 주식보다 안정적으로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채권에 관심을 가진다.
배 이사는 이를 영화 오딧세이에 비유하며 투자자에게 우호적인 '환대의 시기'와 불리한 '적대의 시기'로 표현했다.
금리가 내려가는 시기는 투자자에게 우호적인 환경이 만들어지고, 반대로 금리가 오르는 시기는 신중한 판단이 필요한 시기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금리가 오른다고 주식이 무조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경기가 좋아지고 기업 실적이 개선되면 주식과 금리가 함께 상승하기도 한다.
올해 상반기가 대표적이다. 인공지능(AI) 산업의 성장으로 글로벌 기업들이 데이터센터 구축과 반도체 구매에 막대한 돈을 투자하면서 관련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됐고 그에 발맞춰 주식도 큰 폭으로 올랐다.
그러나 하반기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AI 기업들이 막대한 투자비를 감당할 만큼 수익을 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면서 주식시장은 조정을 받았다. 반면 시장금리는 내려가면서 채권 가격에는 유리한 환경이 만들어졌다.
배 이사는 "상반기까지는 금리가 오르고 코스피 지수도 크게 오르면서 주식이 채권에 승리한 시기였다"며 "지금은 금리가 내려가고 주식이 조정받으면서 채권이 이기고 주식이 패하는 시기로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금리, 쉽게 내려가지 못하는 이유
그렇다면 앞으로 금리는 어떻게 움직일까.
배 이사는 앞으로를 조망하며 금리가 쉽게 내려가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AI 기업들의 막대한 투자가 이어지는 데다가, 예상 외로 미국 내 소비가 줄어들지 않고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어서다.
그는 "미국 가계는 주식 등 금융자산의 비중이 높다"고 말했다. 그동안 주가가 크게 오르면서 가계의 자산 가치도 늘어났고, 이러한 자산 증가가 소비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것이다.
배 이사는 주식시장의 큰 폭 조정이 금리 하락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미국 주식이 하향 조정국면으로 바뀌어야 금리가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주가 하락으로 가계의 자산 가치가 줄어들면 소비가 위축될 수 있다. 소비가 줄어들면 경제 성장과 물가 상승 압력도 낮아져 금리가 내려갈 여건이 만들어진다.
앞으로 금리의 흐름을 판단할 때 주목해야 할 변수로는 '임금'을 꼽았다.
배 이사는 김밥 가격을 예로 들었다. 김밥이 1000원에서 1만원으로 올랐다고 해서 이듬해에도 같은 폭으로 오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임금은 한번 오르면 쉽게 내려가지 않아 물가 상승 압력이 오래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금리의 향방을 판단하려면 당장의 물가 수치뿐 아니라 기업들의 투자와 소비, 임금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함께 살펴야 한다"고 했다.
기업 이익부터 환율까지…금리가 바꾸는 돈의 흐름
금리와 자산시장의 변화는 기업의 수익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동안 반도체 기업들은 AI 투자 확대와 가격 상승으로 높은 이익을 누렸다. 하지만 반도체를 구매하는 기업들에는 오히려 원가 부담이 커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예를 들어 게임기 제조업체인 닌텐도는 반도체 가격 상승으로 제품을 만드는 비용이 늘어 수익성에 부담을 받았다. 반대로 반도체 가격이 내려간다면 이러한 기업들의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다.
환율 역시 기업의 자금 흐름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배 이사는 원·달러 환율이 내년까지 1300원대를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 이유 중 하나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수출기업들의 달러 환전 수요를 들었다.
이들 기업이 내년 법인세를 납부하고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하거나 배당 등을 진행하려면 원화 자금이 필요하다. 해외에서 벌어들인 달러를 원화로 바꾸는 수요가 늘어나면 원화 가치가 높아져 환율이 내려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원화 약세 가능성도 제시했다. 과거에는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가 국내에 머무르는 흐름이 강했다면, 최근에는 미국에서 벌어들인 돈을 다시 미국에 투자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부동산만 바라볼 필요 없는 시대
배 이사는 강연을 마무리하며 부동산 외에도 다양한 투자 대안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 10년간 자산별 투자 성과를 비교하면 강남 아파트보다 금이나 국내외 일부 우량주에서 더 높은 수익률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는 "과거에는 개인투자자가 미국 우량주나 금에 투자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지금은 해외 주식 거래와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통해 다양한 자산에 손쉽게 투자할 수 있게 됐다"면서 "부동산에만 집착할 필요가 없다"고 조언했다.
세무·회계전문가들이 상대하는 고객들의 고민 역시 달라질 수밖에 없다. 기업은 금리와 사업 전망에 따라 투자 계획을 바꾸고, 개인은 부동산을 보유할지 다른 자산으로 옮길지 고민한다. 이러한 선택에는 세금 문제도 함께 따라온다.
세무전문가가 반드시 투자 전문가가 될 필요는 없다. 다만 고객이 왜 자산을 매매하는지, 기업은 왜 투자를 늘리거나 줄이려 하는지 이해한다면 세금 문제도 더 넓은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