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 흐른 지금은 인공지능(AI)으로 키워드가 바뀌었지만, 고민의 방향성은 여전히 같은 쪽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택스워치 창간 10주년을 맞아 AI가 세무업계와 세무사의 업무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현장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고 다가올 미래를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살펴봤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세무업계의 관심은 AI를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느냐에 쏠려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AI를 하나만 사용하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는 세무전문가들이 등장했다.
그동안 세무업계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던 걸까?
택스워치가 창간 10주년을 맞아 세무사·회계사 등 세무전문가 3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AI 활용 실태 설문조사'에서 87.1%(27명)이 두 개 이상의 AI를 사용한다고 답했다. 세 개 이상 사용하는 응답자도 48.4%(15명)로 절반에 가까웠다.
실제로 AI를 6개나 사용하는 세무사도 있다. 클로드와 제미나이, 챗GPT, 젠스파크, 위하고AI, 릴리스AI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AI 서비스 구독료로 지출하는 돈만 한 달에 20만원가량이다.
하나의 AI로도 세법과 판례를 검색하고 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는데, 굳이 여러 개를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문서 작성부터 자동화 도구 제작까지…AI마다 쓰임새 달라
여러 AI를 사용하는 이유 중 하나는 도구마다 강점과 활용 목적이 다르기 때문이다. 같은 질문을 하더라도 답변 속도나 자료를 검색·정리하는 방식, 결과물에 차이가 있다. 세무전문가들은 업무 성격에 따라 적합한 AI를 선택하고, 필요하면 여러 AI를 함께 활용한다.
6개의 AI를 사용하는 이정근 세무사(세무법인 엑스퍼트 대표)는 업무에 따라 AI를 나눠 사용하고 있다.
이 세무사는 과거에는 클로드를 주로 문서 작성에 활용했지만, 최근에는 소스코드를 작성해 업무 자동화 도구를 만드는 데까지 활용 범위를 넓혔다. 챗GPT 등 다른 AI는 이미지나 시각자료를 만드는 데도 사용하고 있다.
여러 AI를 사용하는 또 다른 이유는 답변의 정확성을 확인하고 결과물을 비교하기 위해서다. 한 AI의 답변이 미심쩍으면 다른 AI에도 같은 질문을 던지고, 문서를 작성할 때는 여러 결과물 가운데 적합한 부분을 골라 활용하기도 한다.
안주원 세무사(세무법인 다솔 법인컨설팅센터)는 "처음에는 답변 속도가 빠르고 필요한 자료를 잘 정리해주는 제미나이를 더 많이 사용했지만, 최근에는 챗GPT도 할루시네이션(환각)이 크게 줄어 두 가지를 함께 쓰고 있다"며 "답변이 내가 아는 내용과 다르면 다른 AI에도 한 번 더 물어보고, 문서를 작성할 때도 더 잘 정리된 부분을 골라 활용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로 다른 AI가 동일한 답변을 내놓더라도 반드시 정답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안 세무사는 AI의 답변이 일치하더라도 실제 법령과 판례를 확인하는 검증 과정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사용 중인 AI 도구명을 기재한 31명의 답변(복수응답 총 77건)을 분석한 결과, 클로드가 23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제미나이 18건, 챗GPT 15건, 퍼플렉시티 5건 순이었다. 젠스파크와 세무업무에 특화된 삼일택스에이전트, 더존비즈온의 ONE AI(세법도우미) 서비스도 각각 3건씩 등장했다.
더존비즈온의 ONE AI 세법도우미는 세법과 예규·판례 검색을 지원하는 세무 특화 AI 서비스다.
이처럼 세무전문가들은 특정 AI 하나에 의존하기보다 여러 도구를 비교하고 자신의 업무에 맞게 활용하고 있었다.

세법 검색보다 보고서 작성에 더 많이 쓴다
세무전문가들은 AI를 어떤 업무에 가장 많이 활용할까.
세법이나 판례 검색을 가장 먼저 떠올리기 쉽지만, 설문에서 가장 높은 활용 빈도를 보인 업무는 보고서 작성이었다.
31명 가운데 87.1%(27명)가 보고서 작성에 AI를 '자주 사용'하거나 '매우 자주 사용'한다고 답했다. 세법·예규·판례 검색은 80.6%(25명), 고객 상담 준비는 77.4%(24명)로 뒤를 이었다.
보고서 작성에 AI를 활용한다는 것은 단순히 문장을 다듬거나 자료를 요약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관련 법령과 판례를 찾고, 판단 근거를 정리해 검토의견서나 제안서의 초안을 작성하는 데까지 활용한다.
예를 들어 양도소득세 비과세 여부를 검토하려면 납세자의 주택 보유 상황과 양도 경위 등을 확인하고, 비과세 요건에 해당하는지 판단한 근거를 정리해야 한다.
과거에는 세무사가 관련 법령과 예규·판례를 직접 찾아 검토한 뒤 문서를 작성했다면, 이제는 AI를 활용해 근거 자료를 수집하고 검토의견서 초안을 작성할 수 있다. 세무사는 AI가 제시한 법령과 사실관계, 빠진 요건 등을 확인해 최종 문서를 완성하는 방식이다.
실제 업무 시간도 줄었다. 설문에 참여한 한 세무법인 대표는 "의견서나 제안서 등을 작성하는 시간이 50% 이상 단축돼 업무 효율성이 크게 향상됐다"고 밝혔다.
AI는 문서 초안을 작성할 뿐 아니라 세무사가 검토 과정에서 놓친 부분을 점검하는 데도 활용된다. 비과세나 감면 규정을 적용할 때 빠뜨린 요건은 없는지, 예외 규정이나 특례까지 검토했는지 등을 AI에 다시 확인하는 것이다.
다만 AI가 추가 검토 사항을 제시하더라도 실제 법령에 따른 적용 여부는 세무사가 확인해야 한다.

세무서류 작성 넘어 직원관리·노무상담까지
AI 활용은 세법 검토와 문서 작성뿐 아니라 세무사사무실 운영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설문조사 결과, 직원의 연차와 출퇴근을 관리하는 사이트를 직접 제작하거나, 매출 집계와 고객관리 업무를 자동화하는 데 AI를 활용한다는 응답도 있었다.
소규모 사업자들이 세무사에게 문의하는 퇴직금, 연차수당, 육아휴직 등 노무 관련 사항을 확인하는 데 AI를 활용하는 사례도 나왔다. 전문 분야가 아닌 문의에 필요한 기초정보를 신속히 확인해 고객에게 안내하는 것이다.
한 세무사는 "직원을 한두 명 쓰는 업체는 노무사를 고용하지 않고 관련 질문을 세무사에게 한다"며 "법적인 부분이나 개별 사례를 정확히 설명하기 어려운데, AI를 통해 대략적인 내용을 안내할 수 있어 관련 업무에 드는 시간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AI로 직원관리 프로그램을 만들고, 검토의견서 초안을 작성하고, 전문 분야 밖의 고객 문의에 대응하는 모습은 세무업계의 업무 방식이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제 AI는 단순히 질문에 답하는 검색 도구를 넘어 세무전문가의 일상적인 업무를 처리하고, 필요한 도구를 직접 만드는 데까지 활용되고 있다.
2편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