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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고객 AI까지 상대하는 세무사들…전문가 경쟁력 달라진다

  • 2026.10.16(금) 07:00

택스워치 창간 10주년 특집 '세무전문가 AI 활용 실태 조사'

10년 전이었던 2016년 10월, 택스워치 신문 창간호에 실린 커버스토리 제목은 '세무사님, 살림살이 좀 나아졌습니까'였습니다. 당시 세무업계는 치열한 매출 경쟁 속에서 기장 정리를 해주는 새로운 앱들이 등장하고, 전문적인 컨설팅 서비스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는데요. 
10년이 흐른 지금은 인공지능(AI)으로 키워드가 바뀌었지만, 고민의 방향성은 여전히 같은 쪽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택스워치 창간 10주년을 맞아 AI가 세무업계와 세무사의 업무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현장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고 다가올 미래를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살펴봤습니다.

인공지능(AI)이 세무업계의 풍경을 바꾸고 있다. 세무사나 회계사, 변호사 등 전문가들이 AI를 얼마나 활용하는지는 이제 새로운 이야기도 아니다. 달라진 것은 전문가뿐 아니라 고객들도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고객들은 세무사를 찾아가기 전 자신의 상황을 AI에 입력해 관련 세법과 절세 방법을 알아본다. 그리고 AI가 내놓은 답변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세무사와 상담한다.

심지어 세무조사를 앞두고 AI로 직접 대응 방안을 마련하거나, 세무사가 작성한 의견서를 다시 AI로 검증하는 고객까지 등장했다.

AI가 세무사의 업무를 돕는 도구를 넘어 고객과 세무사의 관계까지 바꾸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세무사가 세법을 찾아 설명하고 절세 방법을 제시하는 역할을 주로 했다면, 이제는 고객이 AI로 알아본 내용이 정확한지 검증하고, 실제 적용했을 때 어떤 위험이 발생할 수 있는지 판단하는 역할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상담 고객 절반 이상…AI 검색 후 방문

창간 10주년을 맞아 택스워치가 세무전문가 3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AI 활용 실태 설문조사'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감지됐다.

일부 응답자는 AI 활용 이후 달라진 점으로 고객 상담 방식의 변화를 꼽았다. 고객이 자신의 상황을 AI로 먼저 탐색하고, 그 답변을 확인하기 위해 세무사 상담을 받는다는 것이다.

곽창환 세무사(세무법인 솔루젠 대표)는 실제 상담 현장에서도 비슷한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곽 세무사는 "상담 고객 10명 중 7명 정도가 AI로 먼저 알아보고 온다"며 "과거에는 고객이 인터넷에서 세법이나 판례를 찾아본 뒤 해석이 맞는지 물어보는 정도였다면, 이제는 자신의 상황과 궁금한 점을 AI에 입력해 상당한 정보를 얻은 상태에서 상담을 요청한다"고 설명했다.

이정근 세무사(세무법인 엑스퍼트 논현지점 대표)도 상담 고객의 절반 이상이 AI로 먼저 검색한 뒤 상담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 세무사는 "최근에는 고객의 질문이 일반인의 수준을 넘어서는 경우가 종종 있어, 세무 직종에서 근무하시냐고 물어보면 AI를 돌리고 왔다고 한다. 어떤 고객은 AI로 질문을 50개를 뽑아오기도 한다"며 "고객은 이제 단순히 설명을 잘해주는 세무사를 원하는 것이 아니고, AI 이상의 전문성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상담을 준비하는 방식도 달라졌다. 곽 세무사는 고객에게 궁금한 점과 상담 내용을 미리 보내달라고 요청한 뒤 관련 법령과 사실관계를 검토하고, AI를 활용해 놓친 부분이 없는지 확인한다.

또한 상담할 때 노트북을 가져가 AI를 함께 활용한다. 과거에는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설명했다면, 이제는 상담 과정에서도 AI를 통해 관련 내용을 확인하는 것이다.

고객이 이미 상당한 정보를 확보한 상태에서 질문하기 때문에 상담 난이도도 높아졌다.

AI는 답변에 법령이나 근거를 함께 제시하기 때문에 고객이 이를 정답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다. 세무사의 판단이 AI와 다르면 오히려 세무사의 설명을 의심하기도 한다. 상담을 마친 뒤에도 세무사의 설명이나 상담 녹취 내용을 AI에 입력해 다시 확인하는 고객도 있다.

하지만 AI가 제시한 답변이 반드시 정확한 것은 아니다. 고객이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질문하면 AI 역시 그 전제를 바탕으로 답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무사는 고객이 가져온 정보의 정확성을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사실관계와 과거 과세 사례, 법령의 적용 가능성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세무사 입장에서는 고객뿐 아니라 이제는 고객이 사용하는 AI까지 함께 상대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AI에 위협 느끼는 세무전문가…전문가 역할은?

세무전문가들도 AI가 기존 업무의 상당 부분을 대체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택스워치 설문조사에 참여한 세무전문가 31명 중 35.5%(11명)은 AI가 향후 세무사의 업무를 크게 대체할 것이라고 답했다. 일부 반복 업무를 대체할 것이라는 응답도 16.1%(5명)이었다. 전체 응답자의 51.6%가 AI의 업무 대체 가능성을 예상한 것이다. [참고기사: ②"못 믿겠는데 안 쓸 수도 없다"…세무사가 빠진 AI 딜레마]

단순 반복 업무가 자동화되면서 업무 효율은 높아지지만, 신입 세무사들이 실무 경험을 통해 전문성을 쌓을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그렇다면 AI가 더 많은 업무를 대신할수록 세무사에게 남는 역할은 무엇일까.

노진화 중부대학교 학생성장교양학부 교수는 "세무사가 단순한 신고 대행자에서 세무리스크를 판단하고 설계하는 전문가로 바뀌어야 한다"며 "기장이나 단순 신고, 자료 분류 등은 AI와 플랫폼이 상당 부분 처리하더라도, 개별 납세자의 상황을 해석하고 과세 위험을 판단하며 문제가 발생했을 때 소명하는 업무에는 여전히 전문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I를 활용한 사전 세무리스크 진단과 예방적 컨설팅 역시 새로운 서비스 영역이 될 수 있다. 기존에는 세금 신고나 세무조사 등 문제가 발생한 이후 서비스를 제공했다면, 앞으로는 고객의 거래와 재무정보를 지속적으로 분석해 위험을 미리 파악하고 대응 방안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발전할 수 있다.

수임료 깎아달라는 고객…상담 기술이 경쟁력

AI 활용은 세무서비스 가격에 대한 고객의 인식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실제 한 고객은 의견서에 담을 내용을 직접 준비한 뒤 세무사에게 검토만 요청하면서 당초 제안받은 수임료의 20%를 할인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고객이 직접 자료를 준비했다고 해서 세무사의 업무가 반드시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고객이 제시한 내용이 정확한지, 법령 적용에 문제가 없는지, 향후 과세 위험은 없는지 등을 다시 검토해야 하기 때문이다.

고객은 직접 준비한 만큼 수임료를 낮출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세무사에게는 오히려 검증과 판단의 부담이 더해질 수 있는 것이다. AI를 통해 고객이 정보를 쉽게 확보할수록 이러한 인식 차이는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

이처럼 세무사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가치가 달라지면서 전문적인 판단의 중요성을 고객에게 설명하고, 고객의 요구를 정확히 파악하는 상담 능력도 경쟁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AI가 세법과 판례를 빠르게 찾아주더라도 개별 납세자의 상황과 거래의 배경, 숨겨진 위험까지 충분히 파악하려면 전문가의 경험과 판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상속·증여나 가업승계처럼 가족관계와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문제에서는 세금 계산만으로 해결책을 제시하기 어렵다. 가족 간 재산 분배에 대한 갈등이나 사업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실제로 고령의 어머니가 소유한 부동산을 두고 세 자녀의 의견이 엇갈린 상속·증여 상담 사례가 있었다. 일부 자녀는 생전증여를 원했지만, 다른 자녀는 상속을 주장했다. 이처럼 가족 간 이해관계가 얽힌 상황에서는 증여세와 상속세를 계산해 유리한 방법을 제시하는 것만으로 갈등을 해결하기 어렵다. 자녀들이 서로 다른 선택을 원하는 이유와 그 이면에 있는 걱정과 불신까지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심리학을 전공한 최봉길 세무사는 세무 상담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경청'을 꼽았다. 최 세무사는 "예전에는 저도 고객의 말을 중간에 끊고 전문가 입장에서 해결책을 제시하려고 했다"며 "지금은 고객의 말을 끝까지 듣고, 상담에만 집중하기 위해 휴대전화도 꺼놓는다. 경청과 공감, 존중과 수용이 상담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90대 아버지의 상속 문제를 걱정하는 두 아들이 최 세무사를 찾아왔다. 자녀들은 상속을 준비하고 싶어 했지만, 정작 아버지는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최 세무사는 "아버지가 마음의 문을 열지 않으면 자녀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며 "아버지가 상담을 받으러 오신다면 세금 이야기는 꺼내지 않고 어떻게 살아오셨는지 인생 이야기부터 들을 생각이다. 그래야 마음의 문을 열고 상속 문제도 이야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AI 시대에는 세무 지식과 절세 전략뿐 아니라 고객의 상황과 감정을 이해하고, 스스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상담 역량도 중요해지고 있다.

최 세무사는 오는 29일 택스워치가 주최하는 '2026 TAX Leaders Summit'에서 '컨설팅에 카운셀링을 접목해 나와 고객을 어떻게 만족시킬 것인가'를 주제로 강연할 예정이다. [참고기사: TAX 분야 차세대 리더들과 함께 하는 '2026 택스 리더스 서밋']  

이처럼 고객의 감정과 이해관계를 파악하는 상담 능력이 중요해지는 가운데, 역설적으로 AI가 이러한 역량을 높이는 도구가 될 수도 있다.

고객의 연령과 성향, 상담 목적에 따라 가상의 고객 유형인 '페르소나'를 설정해 상담 전략을 준비하거나, 과거 상담 내용과 고객별 이력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방식이다.

고객이 이전에 어떤 문제로 상담했는지, 어떤 설명을 어려워했는지, 어떤 위험을 우려했는지 등을 파악한다면 더욱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다만 고객의 민감한 세무정보를 AI에 활용할 때는 개인정보와 비밀유지에 대한 관리가 전제돼야 한다.

AI 시대에는 고객이 세무사에게 기대하는 역할도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설 수밖에 없다. 앞으로 세무사의 경쟁력은 세법 지식을 바탕으로 고객의 상황을 얼마나 정확하게 판단하고,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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