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사님, AI는 이렇게 말하던데 왜 다르게 말씀하세요?"
"AI는 금방 대답하던데, 세무사님은 답변하는 데 왜 오래 걸려요?"
"양도세 계산, 왜 지금 바로 안 해주나요?"
AI로 세금 문제를 미리 알아보고 세무사를 찾아온 고객이라면 충분히 던질 법한 질문들이다. AI는 몇 초 만에 답변을 내놓는다. 반면 세무사는 주택 보유 수와 취득 시기 등 기본 정보를 먼저 확인한다. 이 과정이 고객에게는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다.
세무사도 난감할 수 있다. AI의 답변과 세무사의 설명이 다를 경우, 먼저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또한 고객이 잘못 알고 있는 내용을 바로잡는 데 시간이 걸린다. 즉석에서 세금 계산을 요구받기도 한다.
AI로 사전에 세법을 알아보고 온 고객에게 세무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지난 15일 택스워치가 개최한 '2026 TAX Leaders Summit'에서 부동산 세제 전문가인 김호용 세무법인 화담 대표세무사에게 이 질문을 던졌다.
'미네르바 올빼미'라는 필명으로 알려진 김 세무사의 답은 명쾌했다. 상담 전에 필요한 자료를 확보하고, 고객이 잘못 알고 있는 사실부터 바로잡으라는 것이다. 김 세무사의 설명을 바탕으로 AI를 이용하는 고객에게 대응할 때 참고할 만한 요령을 정리했다.
대응 포인트① 상담 전에 질문과 자료부터 받아라
김 세무사가 가장 먼저 강조한 것은 사전 준비다.
그는 고객에게 상담받고 싶은 내용을 미리 알려달라고 요청한다. 양도세 상담이라면 보유한 주택 수와 각각의 취득일, 조합원 입주권 보유 여부 등을 사전에 확인한다.
상속 상담도 마찬가지다. 부동산과 금융재산 현황은 물론 자녀들이 어떤 부동산을 가지고 있는지까지 자료를 받아둔다.
자녀들이 이미 어떤 부동산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상속받을 재산을 어떻게 나누는 것이 유리한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세무사는 "상담하는 자리에서 이런 자료를 처음 받으면 제대로 답변할 수 있는 세무사가 없다"고 말했다.
고객은 단순히 집 한 채를 팔면 세금이 얼마나 나오는지만 궁금할 수 있다. 하지만 세무사는 그 집 외에 다른 주택이 있는지, 언제 취득했는지, 비과세 요건을 충족했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
이런 정보를 미리 파악하지 않으면 정작 중요한 세금 문제를 검토하기보다 상담시간 대부분을 사실관계 확인에 쓰게 된다.
AI가 즉석에서 답변한다고 해서 세무사까지 바로 답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정확한 상담을 위해서는 필요한 정보를 먼저 확보해야 한다.
대응 포인트② AI 답변보다 고객의 잘못된 질문부터 바로잡아라
다른 대응 방법은 AI의 답변을 검증하기 전에 고객이 무엇을 질문했는지부터 살펴보는 것이다.
김 세무사는 "고객들은 세법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정확한 질문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질문이 잘못되니까 AI의 답도 잘못 나온다"며 "세무사는 그 질문을 바로잡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 세무사를 찾아온 한 고객은 조합원 입주권을 일반 주택으로 잘못 알고 있었다.
일반 주택과 조합원 입주권은 양도세를 계산할 때 적용하는 규정이 달라질 수 있다. 그런데 고객이 입주권을 주택으로 간주하고 AI에 질문할 경우, 실제 상황과 다른 답변이 나올 수 있다.
AI가 잘못된 세법을 알려준 것이 아니라, 고객이 질문의 전제부터 잘못 설정했을 수 있다.
더욱이 양도세는 주택 수뿐 아니라 취득일과 보유·거주기간, 조합원 입주권 보유 여부 등에 따라 적용 규정이 달라진다. 상속 상담에서도 부모가 남긴 재산 외에 자녀들의 부동산 보유 현황이나 과거 증여 내역 등을 확인해야 할 수 있다.
고객은 본인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정보만 AI에 입력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질문에서 빠뜨린 정보가 실제로는 세금을 결정하는 핵심 요건일 수 있다.
따라서 AI의 답변이 맞는지 따지기 전에 고객이 어떤 정보를 입력했는지, 그 정보가 사실과 일치하는지, 중요한 사실관계가 빠지지는 않았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결국 세무사는 AI의 답변 속도와 경쟁하기보다, 고객이 놓친 사실관계를 확인해 정확한 세금 판단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응 포인트③ 나에게 맞는 AI 도구를 활용하라
AI를 이용하는 고객이 증가함에 따라, 세무사들도 AI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택스워치가 최근 세무사·회계사 등 세무전문가 3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7.1%(27명)가 두 개 이상의 AI를 사용하고 있었다. 챗GPT나 제미나이, 클로드 등 여러 AI를 비교하며 업무에 활용하는 것이다. [참고기사: ①챗GPT 하나로 부족해?…세무사 절반이 AI 도구 3개 이상 쓴다]
최근에는 단순히 AI에 세법을 물어보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업무에 필요한 도구를 직접 개발하는 세무사들도 등장했다.
과거에는 프로그램을 만들려면 코딩 지식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클로드와 같은 AI에 원하는 기능을 설명하면 코드를 작성해 주기 때문에 개발 경험이 없는 사람도 비교적 쉽게 업무용 도구를 만들 수 있다.
김 세무사 역시 클로드를 활용해 양도세 계산 도구를 직접 개발했다. 상담에 필요한 정보를 입력하면 양도세를 계산하고, 세법 개정 전후의 세 부담도 비교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상담 전에 고객의 자료를 미리 받아두고, 직접 개발한 계산 도구를 활용하면 상담 과정에서 세금을 계산하거나 여러 선택지에 따른 세 부담을 비교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직접 도구를 개발하기 어렵다면, 세무업무에 특화된 AI 서비스를 활용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더존비즈온의 'ONE AI 세법·노무도우미', 삼일PwC의 '삼일택스에이전트' 등이 대표적이다. 세무법인 센트릭처럼 자체적으로 AI를 개발해 업무에 활용하는 곳도 있다.
이들 AI는 세법, 예규, 판례 검색 등 세무업무 지원에 활용되고 있다. 다만 서비스마다 제공하는 기능과 활용 범위가 다른 만큼 자신의 업무에 맞는 도구를 선택하고 AI가 내놓은 결과를 검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AI를 이용하는 고객에게 대응하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세무사 자신도 AI를 잘 활용하는 것이다.
2편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