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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보고]한국식 전자세정 꿈꾼 일본…발목 잡은 '이것'

  • 2026.08.31(월) 09:39

국세청 전산시스템 개발에 참여했던 간부급 관계자는 이 일을 2015년 하반기쯤으로 기억한다. 당시 서울에 주재하던 일본의 국영방송 NHK 취재진이 한국의 국세행정을 들여다봤다.

국세청 관계자는 10여년 전 NHK의 취재를 떠올리며 "우리 전자세정에 감탄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그해 2월에는 5년간 준비한 차세대 국세행정시스템(NTIS)이 개통됐다. 기존 국세통합시스템(TIS)을 전면 개편하고, 홈택스와 현금영수증 등 흩어져 있던 전산시스템을 하나로 묶은 대형 프로젝트였다.

한국과 일본 국세청의 인연은 199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시작은 첫 한·일 국세청장회의다. 이후 35년간 양국 국세청장이 서로 오가며 현안을 논의하고, 실무진도 상대국의 제도와 세정 경험을 공유해 왔다.

오랜 교류 속에서 일본이 눈여겨본 것 중 하나는 한국의 전자세정이었다. 특히 주민등록번호를 기반으로 각종 소득·세금 자료를 연결하는 방식에 관심을 보였다. 2015년 NHK 취재진도 이 대목을 놀라워했다고 한다.

우리가 연말정산 때 병원이나 학교를 일일이 찾아다니지 않아도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의료비와 교육비 등 곳곳에 흩어진 자료가 주민등록번호를 매개로 한 사람의 공제자료로 모이고, 국세청은 이를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를 통해 보여준다.

일본에도 우리나라의 연말정산과 비슷한 '연말조정' 제도가 있다. 대부분의 직장인은 회사가 1년치 소득과 세금을 정산하면서 신고·납세 의무를 마친다. 다만 급여소득이 2000만엔을 넘거나 급여 외 소득이 20만엔을 초과하면 별도로 확정신고를 해야 한다.

일본도 한국처럼 납세자의 소득자료를 한데 모으는 시스템에 관심을 보였지만, 한국과 같은 방식으로 가기는 쉽지 않았다는 게 국세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차이를 만든 건 기술보다 문화였다.

일본이 탐냈지만 가져가지 못한 '주민번호'

만약 병원에서 주민등록번호가 없다면 어떨까. 의료비를 냈더라도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에서 해당 지출을 찾기 어려울 수 있다. 실제 올해 태어난 신생아도 출생신고를 하지 않았을 땐 의료비 자료가 조회되지 않는다. 우리가 병원 영수증을 일일이 챙기지 않아도 되는 건 주민등록번호 덕분인 셈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일본이 한국과 같은 시스템을 갖추기에는 넘어야 할 벽이 있었다고 했다. 그는 "복지행정 서비스를 제대로 하려면 주민등록번호를 통해 정보를 수집할 필요가 있지만, 일본에서는 국민 정서상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 일본의 세무 현장에서도 이런 보수적인 정서는 엿보인다. 일본 세무전문가인 김철훈 누리세무그룹 대표세무사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여전히 관공서(세무서 등)와 팩스로 서류를 주고받는 경우가 많고 종이 신고서를 제출하는 관행도 남아 있다. 

그렇다고 일본의 세정이 뒤처졌다고만 볼 수는 없다. 김 대표세무사는 "일본은 정서적으로 과세관청에 트집 잡힐 만한 일을 애초에 하지 않으려 한다"고 했다. 전산화 속도는 상대적으로 더디지만, 세무·회계의 투명성은 오히려 높다는 게 김 대표의 평가다. 

세금 잘 내는 문화는 일본서 배웠다

반대로 한국이 일본에서 눈여겨본 건 세금을 대하는 납세자의 태도였다. 시스템은 한국이 앞섰지만, 성실납세 문화만큼은 일본에서 배울 점이 적지 않았다는 게 국세청 관계자들의 평가다.

일본에서는 업종별 협회나 단체가 활성화돼 있고, 회원들의 성실신고를 독려한다고 한다. 한 국세청 관계자는 "일본에서는 협회에 가입하지 않으면 업계 정보나 흐름에서 뒤처진다는 인식이 강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한국의 납세환경은 어떨까. 2024년 7월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발표한 '납세의식과 납세순응행위 결정 요인 분석' 보고서를 보면, 전국 성인 남녀 4000명 가운데 국세청을 신뢰한다고 답한 비율은 35.2%였다. 국민의 재산권과 직접 맞닿아 있는 징세기관이라는 점에서 높은 신뢰를 얻기가 쉽지 않은 측면도 있다.

세무조사를 대하는 태도에서도 차이가 있다. 김 대표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조사 결과를 놓고 과세관청과 납세자가 다투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일본에서는 대화를 거쳐 스스로 잘못을 바로잡는 데 무게를 둔다. 김 대표는 "일본에서는 세무서와 상담 후 스스로 수정신고하는 것을 이상적인 납세 태도로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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