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하영의 증조부를 둘러싼 친일 논란은 우리 사회에 묵직한 질문을 던졌다. 광복절을 앞두고 불거진 논란을 계기로 어렵게 살아가는 독립운동가 후손들과 달리 상당한 재산을 물려받은 일부 친일파 후손들의 삶이 다시 조명되면서 논쟁도 커졌다.
그렇다면 세법은 친일파 후손이 물려받은 재산을 어떻게 바라볼까.
친일파 후손이 조상에게서 물려받은 땅에 대해 상속세를 정상적으로 냈다고 가정해보자. 그런데 이 땅이 국가가 환수해야 할 '친일재산'으로 확인된다면 어떻게 될까. 국가에 재산을 돌려준 만큼 이미 납부한 상속세도 돌려받을 수 있을까.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상속받은 토지를 이미 제3자에게 팔아 양도소득세까지 냈는데, 이후 해당 토지가 친일재산으로 확인돼 국가가 매각대금을 환수한다면 어떨까. 손에 남은 돈은 없는데 이미 낸 양도세는 그대로 부담해야 하는 것일까.
최근 친일재산 환수를 둘러싼 논의가 다시 불붙고 있다. 친일재산을 국가가 되찾는 문제 뒤에는 이처럼 복잡한 세금 문제가 따라붙는다. 친일재산이 국가에 환수됐을 때 이미 낸 상속세와 양도세는 어떻게 되는지 짚어봤다.

상속재산에서 빠진 친일재산…증여세는 달랐다
2004년 5월,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면서 A씨는 부동산 등 재산을 물려받았다. 상속세도 신고·납부했다. 그런데 3년 뒤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상속재산 가운데 대지 등 24필지가 친일재산이라는 판단을 받은 것이다.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가 A씨의 증조부가 취득한 재산을 조사한 결과였다. 해당 부동산은 국가에 귀속됐고, 등기부상 소유권도 국가로 넘어갔다.
용어 TIP!
친일재산은 러·일전쟁 개전 때부터 1945년 8월 15일까지 친일반민족행위자가 일제에 협력한 대가로 취득한 재산을 말한다. 이러한 재산을 상속받거나, 친일재산이라는 사실을 알면서 증여·유증받은 재산도 포함된다. 이 기간 친일반민족행위자가 취득한 재산은 친일행위의 대가로 얻은 것으로 추정한다.
문제는 이미 낸 상속세였다. A씨 입장에서는 국가가 가져간 땅까지 자신의 상속재산으로 계산해 세금을 낸 셈이 됐다.
심판청구를 제기한 A씨 측은 과거 심판례(조심2010서4074)까지 근거로 내세웠다. 뇌물로 받은 돈을 원래 주인에게 돌려줬다면 실제로 쓸 수 있는 소득이 생겼다고 보기 어렵다는 결정이었다. A씨 역시 친일재산이 국가에 귀속된 이상 자신에게 실제로 상속된 재산으로 볼 수 없다는 논리를 폈다.
국세청의 판단은 달랐다. 친일재산이 국가에 귀속됐더라도 실제 소유권이 국가로 넘어간 것은 상속이 이뤄진 뒤라고 봤다. 친일행위자가 처음 재산을 취득한 때까지 거슬러 올라가 애초부터 상속재산이 아니었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아버지가 사망한 2004년 당시에는 A씨가 물려받은 재산에 해당하고, 상속세를 매긴 것도 정당하다고 했다.
승패를 가른 건 재산이 국가 소유가 된 '시점'이었다. 친일행위자특별법은 친일재산을 취득·증여 등 원인행위 때부터 국가 소유로 보도록 규정하고 있다. 실제 등기부상 등기원인일도 친일행위자가 재산을 취득·증여한 때(1925년 12월5일·1913년 8월2일 등)로 돼 있었다. 심판원은 이를 근거로 친일재산을 상속재산가액에서 제외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조심2011서2252).
같은 친일재산을 두고 다른 세법해석(예규)이 나온 바 있다. 2008년 충남 서산의 토지를 증여받고 증여세를 냈는데, 2010년 해당 토지가 친일재산으로 국가에 귀속된 사례다. 국세청은 증여 이후 친일재산으로 국가에 귀속된 토지도 증여재산에 포함된다고 봤다(재산세과-981). 나중에 국가로 넘어갔더라도 증여 당시 발생한 납세의무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해석한 것이다.
매각대금까지 환수한다는데…양도세는 '답이 없다'
친일재산 환수 문제는 다시 현재진행형이 됐다. 1기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이하 조사위)가 해산한 지 16년 만인 올 12월 다시 가동될 예정이다. 그런데 재산이 후손에게 그대로 남아 있지 않고, 국가가 환수하기 전에 제3자에게 이미 팔렸다면 어떻게 될까.
현재로서는 친일재산을 미리 팔아 현금화하더라도 환수를 피할 수 없다. 12월 3일 시행될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 등에 관한 특별법'은 친일재산뿐 아니라 처분 대가까지 환수할 수 있도록 근거를 명확히 했다.
그렇다면 이미 낸 양도세는 돌려받을 수 있을까. 친일재산인 땅을 10억원에 팔고 양도세 5000만원을 냈다고 해보자. 손에 남은 돈은 9억5000만원인데, 이후 국가가 매각대금 10억원을 환수한다면 이미 세금으로 낸 5000만원은 어떻게 되는지가 문제다.
가늠해볼 만한 과거 예규가 있다. 1기 조사위가 활동하던 2009년, 국세청은 친일재산 매각과 관련한 양도세 환급 질의에 답변을 내놨다. 국세청은 법원의 원인무효 확정판결로 소유권이 원래 주인에게 돌아왔다면 당초 소유권 변동 자체가 없었던 것으로 본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쉽게 말해 땅을 판 일 자체가 없었던 것으로 보는 것이다.
하지만 친일재산은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봤다(재산세과-869). 국가가 되찾는 것은 친일재산을 팔아 받은 돈이지, 제3자에게 땅을 판 거래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이 예규에서는 이미 낸 양도세의 환급 여부까지는 명시하지 않았다.
17년이 지난 지금도 답은 명확하지 않다. 국세청 관계자는 "2009년 예규 이후 이와 관련해 별도로 정비된 해석은 없다"며 "사실관계가 조금이라도 달라지면 다른 해석이 나올 수 있어 행위 자체만으로 환급 여부를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