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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 치트키' 가족법인의 배신…증여세 부메랑 피하려면

  • 2026.08.25(화) 07:50

[프리미엄 리포트]박재영 법무법인 대륙아주 파트너 변호사

가족법인은 부동산 투자와 자산 승계 과정에서 절세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거래 구조와 사업 실질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오히려 예상치 못한 세금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박재영 변호사는 이번 기고에서 가족법인을 둘러싼 증여세 과세 논리와 법인 자금의 사적 사용에 따른 세무 리스크를 살펴보고, 가족법인을 활용할 때 무엇을 주의해야 하는지 조언한다.

최근 고액 자산가들 사이에서 자녀를 주주로 한 '가족법인' 설립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부동산 규제와 소득세 누진세율을 피하려는 자산가들의 심리와, 법인을 통하면 증여세 없이 부를 이전할 수 있다는 달콤한 유혹이 맞물리면서,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절세 컨설팅이 성행한 탓이다.

하지만 과세당국의 시각은 대중의 기대만큼 관대하지 않다. '법인'이라는 껍데기 뒤에 숨은 실질적인 부의 이전을 현미경처럼 들여다보며 전례 없는 고강도 기획조사를 벌이고 있다. 가족법인이라는 이른바 '절세 치트키'를 맹신하다 수십억원의 추징 고지서를 받아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법인은 별개'라는 착각, 상증세법 제45조의5의 덫

최근 세무조사 현장이나 조세심판원 결정례에서 가장 빈번하게 철퇴를 맞는 사안이 바로 '부모의 자금 무상 대여'다. 부모가 자녀 명의의 가족법인에 무이자 또는 초저금리로 수십억 원의 자금을 빌려주고, 법인이 그 돈으로 꼬마빌딩 등 부동산을 취득하는 구조다.

이때 납세자들은 흔히 "나와 법인은 엄연히 다른 인격체이며, 법인에 돈을 빌려준 것일 뿐 자녀에게 직접 현금을 준 것이 아니므로 증여가 아니다"라고 강력히 주장한다.

그러나 과세관청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5조의5(특정법인과의 거래를 통한 이익의 증여 의제)를 날카롭게 들이댄다. 부모의 자금 대여로 인해 법인은 막대한 이자 비용을 절감했고, 결과적으로 주주인 자녀들의 주식 가치가 크게 상승했으므로 그 '주식 가치 상승분' 자체를 증여받은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실질과세의 원칙 앞에서는 법인이라는 장막도 무용지물이 된다.

페이퍼컴퍼니의 한계, 사업 실질의 현미경 검증

과세당국이 가족법인을 들여다볼 때 자금 출처만큼이나 집요하게 파고드는 것이 바로 '사업의 실질'이다. 단순히 부동산을 매입해 두기 위해 설립한 뒤, 실제 직원이나 독립된 사무실 없이 부모가 모든 자금을 관리하며 임대수익만 거두는 구조라면 조사국의 집중 타깃이 된다.

자녀가 실질적으로 법인을 경영하고 있는지, 법인 자체적인 수익으로 대출 원금과 이자를 상환할 자력(資力)이 있는지를 샅샅이 검증한다. 만약 명의만 빌려준 페이퍼컴퍼니로 판명되어 법인의 실질 자체가 부인될 경우, 그동안의 모든 거래가 부모와 자녀 간의 직접 증여로 재구성되는 치명타를 입게 된다.

꼬리표 붙은 법인 자금, 출구 잃은 쌈짓돈

가까스로 부동산을 취득해 법인 규모를 키웠다 하더라도, 그 자금을 자녀의 개인 자산으로 합법적으로 꺼내는 '출구 전략(Exit)'에서 다시 한번 거대한 세금 장벽에 부딪힌다.

합리적인 사업 목적 없이 임대소득이나 대출금을 주주에게 무단으로 대여하면 세법상 '업무무관 가지급금'으로 분류된다. 과세관청은 이에 대해 법인세를 추가 과세하고, 자금을 가져간 자녀에게는 상여 등으로 처분하여 최고세율의 소득세까지 이중으로 부과한다. '내 법인 돈을 내가 쓴다'는 1차원적인 접근은 세무조사관들의 가장 쉬운 사냥감이 될 뿐이다.

디지털 과세행정 시대  'AI 스크리닝'으로 맞서라

가족법인은 결코 요술 지팡이가 아니다. 사업적 실질이 뒷받침되지 않은 맹목적인 설립은 과세당국에 모든 패를 보여주는 자충수에 불과하다. 더욱이 현재 국세청의 차세대 국세행정시스템(NTIS)은 법인의 자금 흐름과 주주의 소득원, 이자 지급 내역 등을 실시간으로 교차 검증하며 비정상 거래를 핀셋처럼 짚어낸다.

디지털화된 과세당국의 그물망을 피하려면 납세자의 방패 역시 첨단화되어야 한다. 필자가 소속된 법무법인 대륙아주가 최근 업계 최초로 국세청 조사 알고리즘을 구현한 '인공지능(AI) 기반 사전 세무조사 프로그램'을 전격 도입해 '디지털 통합 리스크 관리 센터'를 출범시킨 이유다.

국세청 조사 현장에서 축적된 실전 과세 논리와 최첨단 AI 스크리닝을 결합한 선제적 진단만이, 가족법인에 숨겨진 세무 지뢰를 가장 완벽하게 제거하는 해법이 될 것이다.

☞ 박재영 변호사는?
외부에서의 탁월한 전문성을 인정받아 5급 민간경력채용으로 공직에 입문한 조세 실무 전문가다. 이후 국세청에서 10년 이상 근무하며 서울지방국세청 조사3국 수석팀장 등 조세 행정의 핵심 보직을 두루 역임했다. 민간 전문가의 감각과 과세관청 최전선의 세무조사 실무를 모두 섭렵한 독보적인 이력을 자랑한다.
현재는 법무법인 대륙아주에서 조세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며 상속·증여세, 부동산 세제 등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조세불복 및 행정소송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조세 법리와 과세 당국의 생리를 완벽하게 아우르는 통찰력을 바탕으로 납세자의 권익을 굳건히 방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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