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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택 늘어도 '그림의 떡'…가업 경영기간 10건 중 7건 '30년 미만'

  • 2026.08.12(수) 07:00

정부 세제개편안 피상속인 경영기간 10→30년 이상
사후관리 기간 5→10년, 가업 정의 신설

지난해 가업상속공제 결정 건수 중 3분의 2는 피상속인의 가업 영위기간이 30년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가업상속공제의 피상속인 경영기간을 현행 10년 이상에서 원칙적으로 30년 이상으로 늘리기로 하면서, 공제 혜택을 염두에 뒀던 기업 상당수가 강화된 요건의 영향권에 들어갈 전망이다.

국세청의 국세통계 '가업 영위기간별 가업상속공제의 결정현황'에 따르면 2025년 상속세 결정 기준 가업상속공제 결정 건수는 총 257건이다.

가업 영위기간별로는 10년 이상 20년 미만이 91건으로 전체의 35.4%를 차지했다. 20년 이상 30년 미만은 82건으로 31.9%, 30년 이상은 84건으로 32.7%였다.

10년 이상 30년 미만 구간을 합하면 총 173건이다. 전체 결정 건수의 67.3%로, 지난해 가업상속공제 결정 10건 중 약 7건이 정부가 새롭게 제시한 '30년 경영' 기준에는 미치지 못한 셈이다.

하지만 30년 미만 기업이 모두 공제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안은 피상속인이 20년 이상 기업을 계속 경영한 경우에는 30년에 부족한 기간만큼 사후관리 기간을 늘리는 조건으로 공제를 허용한다.

이에 따라 10년 이상 20년 미만인 91건(35.4%)은 강화된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다. 20년 이상 30년 미만인 82건(31.9%)은 공제 대상이 될 수 있으나, 사후관리 기간이 늘어난다.

공제금액 기준으로도 30년 미만 기업의 비중이 절반을 넘는다.

지난해 전체 가업상속공제 금액은 1조881억5000만원이다. 이 중 10년 이상 20년 미만 기업이 1853억4600만원, 20년 이상 30년 미만은 3593억3000만원을 차지했다.

30년 미만 기업의 공제금액은 5446억7600만원으로 전체의 50.1%다. 30년 이상 기업의 공제금액(5434억7400만원)보다 약간 많다.

30년 미만 기업의 공제금액을 제외하면 전체 공제금액의 절반이 줄어든다. 그러나 개편안에 따라 20년 이상 30년 미만 기업은 사후관리 기간을 늘리면 공제가 가능하므로, 실제 공제 규모가 절반으로 줄지는 않는다.

정부는 대신 공제한도를 기존 600억원에서 최대 1000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현재는 피상속인의 경영기간이 10년 이상 20년 미만이면 300억원, 20년 이상 30년 미만이면 400억원, 30년 이상이면 600억원을 한도로 가업상속재산을 공제한다.

개편안은 이를 '피상속인의 경영연수×20억원'으로 바꾸고 최대 한도를 1000억원으로 설정했다. 이론적으로는 가업상속공제 대상 기업의 범위는 좁아질 수 있는 반면, 기업 1곳당 공제한도는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한도 확대보다 공제 조건이 더 엄격해진 것이 더 큰 영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특히 이번 개편안에서 새로 도입된 '가업의 정의'가 중요한 변화다.

가업은 무엇인가…앞으로 '기술·노하우' 입증해야

이번 세제개편안의 가장 큰 충격은 가업의 정의가 신설됐다는 것이다.

현재는 피상속인이 10년 이상 계속 경영한 중소·중견기업인지 등 기존 요건을 중심으로 가업 여부를 판단한다.

그러나 개정안은 가업으로 인정받기 위해 전문 기술과 경영상 노하우를 보유해야 한다는 요건을 새로 제시했다. 전문 기술이란 특허권, 영업비밀, 산업기술, 숙련기술 등 법에서 정한 기술을 말한다.

프랜차이즈처럼 다른 사람의 기술이나 노하우로 운영되는 기업, 부동산 소득이나 이자·배당소득이 주인 기업은 가업에서 제외된다.

가업승계 전문가인 이우용 송정회계법인 서초지점 대표회계사는 오랜 기간 회사를 경영했다면 이미 경쟁력과 노하우가 있다고 볼 수 있다며, 법에 정한 기술만 인정하는 기준은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이 회계사는 "20년, 30년간 회사를 운영했다면 이미 경쟁력이 있는 것"이라며, "법에 정한 기술이 없다고 가업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현실과 다르다. 도소매업처럼 법에 명시된 기술이 없는 회사도 많다"고 말했다.

가업상속공제 신고해야 심사…사전 예측 가능성 떨어지나

이번 개편안에서 또 다른 논란거리는 가업상속공제 심사위원회 신설 방안이다.

심사위원회는 재정경제부 1차관이 위원장을 맡고, 정부와 민간 위원으로 구성된다. 민간위원이 과반을 차지한다.

위원회는 기업이 가업에 해당하는지, 경영기간과 사후관리 기간 동안 업종 변경이 가능한지, 공제 대상 업종을 조정할지 등을 심사한다.

납세자는 상속 또는 증여세 신고 때 심사 자료를 함께 제출해야 한다. 과세관청이 사전 조사한 뒤 위원회 심사 결과에 따라 세액이 결정된다.

상속세 신고 후에야 가업 해당 여부를 판단받기 때문에, 기업이 미리 공제 적용 가능성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있다.

이 회계사는 "상속세 신고 때 공제를 신청하면 그제서야 심사를 받게 돼 미리 준비할 수 없다"며, "큰 금액이 심사위원 판단에 따라 결정되는 건 세무조사와 다름없다. 사전 심사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존 승계 준비 기업은 어떻게 될까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를 이미 적용받은 기업에 대한 경과조치도 쟁점이 될 전망이다.

과거 제도에 따라 부모로부터 주식을 증여받고 가업상속공제를 계획한 기업 가운데, 부모의 경영기간이 30년에 못 미치는 경우가 있다.

실제로 부모의 건강 문제 등으로 주식을 일찍 증여하고, 증여세 특례를 받는 경우도 있다. 부모가 20년가량 경영한 뒤 증여했다면, 자녀는 가업상속공제를 받기 위해 계속 회사를 운영한다. 개편안이 시행되면 이들 기업은 더 긴 사후관리 기간 등 강화된 요건을 적용받을 수 있다. 경우에 따라 가업상속공제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

개편안은 2027년 7월 1일 이후 상속이 시작되는 경우부터 적용된다.

앞으로 입법 과정에서는 개정 전 특례 적용 기업에 대한 경과조치, 전문기술과 노하우의 인정 기준, 상속 전에 공제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사전심사 도입 여부가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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