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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코인 안 팔아도 세금?…'양도·대여'부터 따져보니

  • 2026.09.18(금) 07:00

코인 교환·물건 구매·렌딩·스테이킹…어디에 해당할까

세 차례 미뤄진 가상자산 과세가 2027년 1월 1일 시행된다. 정부는 5년의 시간을 벌었지만, 과세를 둘러싼 논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오래전에 산 코인의 취득가액은 어떻게 정할지, 양도와 대여의 경계는 어디까지인지, 스테이킹·에어드롭처럼 기존 세법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거래에는 어떤 기준을 적용할지 풀어야 할 문제가 적지 않다.
해외거래소와 개인지갑, 탈중앙화거래소 거래를 얼마나 정확히 포착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택스워치는 가상자산 전문가와 정부 관계자의 자문을 받아, 투자자가 실제로 내야 할 세금부터 취득가액 계산, 거래유형별 과세기준, 제도상 남은 과제와 이를 준비하는 과세당국의 조직 운영까지 살펴본다.

#. A씨는 5000만원에 산 비트코인 1개가 1억원으로 오르자 이를 전부 달러 가치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 테더(USDT)로 바꿨다. 원화로 현금화하지는 않았지만 비트코인을 다른 가상자산과 교환한 셈이다.

#. B씨는 2000만원에 산 비트코인 1개가 8000만원으로 오르자 명품가방을 구매하면서 비트코인 1개를 지불했다. 비트코인을 원화로 팔지는 않았지만 보유하던 코인을 넘기고 그 대가로 물건을 취득했다.

A씨는 원화를 한 푼도 손에 쥐지 않았다. B씨 역시 비트코인을 거래소에서 팔지 않았다. 얼핏 보면 둘 다 아직 세금을 따질 단계가 아닌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내년부터 시행되는 가상자산 과세에서는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소득세법 제21조 제1항 제27호는 가상자산을 양도하거나 대여함으로써 발생하는 소득을 과세대상으로 규정한다.

그렇다면 다른 코인으로 바꾼 A씨의 거래는 양도일까. 코인으로 물건을 산 B씨는 어떨까. 또 코인을 플랫폼에 맡겨 보상을 받는 렌딩은 어디까지 '대여'라고 볼 수 있을까.

현행 세법이 정한 '양도'와 '대여'의 개념에 실제 가상자산 거래를 하나씩 대입해봤다. 

화폐처럼 물건 사는 것도 '양도'라고?

가장 전형적인 거래는 가상자산을 원화로 파는 매매다. 5000만원에 산 비트코인을 1억원에 팔았다면 기존 가상자산을 처분하고 그 대가로 원화를 받은 것이다.

하지만 양도는 가상자산을 팔고 원화를 손에 쥐었을 때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다른 가상자산과 맞바꾸는 '교환'도 양도에 포함된다.

A씨가 대표적이다.

A씨는 5000만원에 산 비트코인 1개가 1억원으로 오르자 이를 1억원 상당의 테더로 바꿨다.

원화를 손에 쥐지는 않았지만 기존에 가지고 있던 비트코인을 처분하고 그 대가로 테더라는 다른 가상자산을 취득했다.

비트코인을 이더리움으로 바꾸거나, 이더리움을 테더로 바꾸는 거래도 같은 구조다.

결국 가상자산의 양도를 판단할 때 중요한 것은 '현금화했느냐'가 아니다. 기존 가상자산을 처분하고 그 대가로 다른 경제적 가치를 받았느냐가 핵심이다.

따라서 A씨가 비트코인을 테더로 바꾼 시점에는 기존 비트코인의 양도에 따른 소득을 따져봐야 한다.

코인으로 가방 샀는데…이것도 양도?

B씨의 사례는 더 생소하다.

B씨는 비트코인을 거래소에서 팔지 않았다. 가방을 사면서 결제수단으로 사용했을 뿐이다.

하지만 거래의 실질을 보면 다르다.

2000만원에 산 비트코인 1개가 8000만원으로 오른 뒤 이를 가방 판매자에게 넘겼다면, B씨는 자신이 보유하던 가상자산을 처분하고 그 대가로 8000만원 상당의 물건을 받은 셈이다.

경제적으로 보면 비트코인을 8000만원에 처분한 뒤 그 돈으로 가방을 산 것과 비슷한 결과다.

원화를 중간에 거치지 않았을 뿐 가상자산과 물품을 서로 맞바꾼 것이다.

결국 가상자산으로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거래에서도 기존 코인의 양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가상자산 투자자들이 흔히 생각하는 원화로 현금화하기 전까지는 세금이 없다는 공식이 반드시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빌려준 코인을 그대로 돌려받지 않아도 '대여'

대여는 양도보다 한층 복잡하다.

현행 소득세법은 가상자산을 양도하거나 대여해 발생한 소득을 과세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정작 가상자산의 '대여'가 무엇인지 별도로 정의하고 있지는 않다.

대표적인 대여 거래로 볼 수 있는 것은 렌딩(Lending)이다.

투자자가 비트코인 1개를 플랫폼에 빌려줬다고 해보자.

플랫폼은 넘겨받은 비트코인을 일정 기간 운용하고 계약이 끝나면 투자자에게 비트코인 1개와 약정한 보상을 돌려준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투자자가 처음 건넨 바로 그 비트코인을 돌려받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돈을 빌려주는 경우를 생각하면 쉽다.

10만원을 빌려줬다고 해서 나중에 처음 건넨 바로 그 지폐를 돌려받을 필요는 없다. 같은 금액인 10만원을 돌려받으면 된다.

가상자산도 비슷하다. 비트코인 1개를 빌려줬다면 처음 건넨 바로 그 코인이 아니라 같은 종류와 같은 수량인 비트코인 1개를 돌려받을 수 있다.

대여 여부를 판단할 때는 크게 ①가상자산을 받은 상대방에게 처분권이 넘어갔는지, ②빌려준 사람에게 같은 종류·같은 수량의 가상자산을 돌려받을 권리가 생겼는지를 살펴보면 된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 1개를 받은 플랫폼이 이를 자유롭게 팔거나 다른 곳에 다시 빌려줄 수 있고, 투자자는 일정 기간 뒤 비트코인 1개와 보상을 돌려받기로 했다면 대여의 성격이 강해진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대학원 교수는 "렌딩과 스테이킹은 모호한 부분이 있다. 과세체계에서 대여의 범위를 어떻게 정할 것인지가 실무적인 쟁점 중에 하나"라며 "반환의무와 처분권 이전 권한이 넘어갔다고 한다면 렌딩도 대여로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 두 가지 요건에 비춰봤을 때 렌딩은 비교적 판단이 쉽다는 의미인 셈이다. 렌딩의 경우 플랫폼에 코인의 처분권이 넘어가고, 투자자는 나중에 동종·동량의 가상자산과 보상을 돌려받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 보면,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세법에서는 가상자산 대여로 생긴 소득을 이자소득이 아니라 기타소득으로 본다.

스테이킹은 '대여'일까?

문제는 렌딩 다음부터다.

가상자산 시장에는 '예치', '스테이킹', '리퀴드 스테이킹', '유동성 공급' 등 코인을 활용해 보상을 얻는 다양한 거래가 있다.

겉으로 보면 모두 코인을 맡기고 보상을 받는 거래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 구조는 서로 다르다.

어떤 거래는 플랫폼에 코인의 처분권이 넘어가 렌딩과 비슷할 수 있고, 어떤 거래는 투자자가 코인을 계속 통제하면서 블록체인 네트워크 검증에 참여해 보상을 받기도 한다.

황 교수는 "가상자산 거래유형이 빠르게 늘어나는 만큼 단순히 상품 이름만으로 대여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며 "실제로 누가 가상자산을 지배하고, 무엇을 돌려받으며, 어떤 이유로 보상을 받는지를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결국 매매·교환·결제와 렌딩까지는 현행 세법의 '양도·대여'라는 틀에 비교적 쉽게 대입할 수 있다.

그러나 스테이킹이나 유동성 공급처럼 새로운 거래로 들어가면 질문은 달라진다.

같은 '스테이킹'이라는 이름을 쓰는데도 하나는 대여에 가깝고, 다른 하나는 대여와 전혀 다른 거래가 될 수 있을까.

다음 편에서는 예치와 스테이킹, 리퀴드 스테이킹, 유동성 공급 등 거래 이름만으로 과세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사례를 살펴본다.

4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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