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국세청 출입기자단 워크숍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 자리에는 전국 각지의 전통주가 놓여 있었다. 각 지방국세청에서 준비한 술이었다. 국세청을 세금만 걷는 기관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주류 행정(주류 제조·판매 면허 등)도 맡고 있다. 전통주와는 의외로 인연이 깊은 셈이다.
어떤 지역의 전통주가 맛있는지 투표까지 했다. 1위는 대전의 '독수리 막걸리'. 대전을 연고로 한 프로야구단 한화이글스와 지역 양조장이 함께 만든 술로, 지역색이 뚜렷하다. 그런데 2위는 조금 의외였다. 제주를 떠올리게 하는 '라봉 막걸리(나주 쌀+한라봉)'를 광주지방국세청이 준비한 것이다.
흥미로운 건 제주세무서를 관할하는 곳이 광주청이 아니라 부산지방국세청이라는 점이다. 광주청 직원들 사이에서는 "부산보다 제주와 가까운 광주청이 제주세무서를 관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그렇다면 제주세무서는 왜 부산청 소속일까.

지도만 보면 광주청이 더 자연스럽다
단순하게 거리만 따지면 광주청 직원들의 말에도 일리가 있어 보인다. 광주청에서 제주서까지 직선거리는 약 200㎞. 부산청에서는 약 290㎞로, 광주청이 100㎞ 가까이 가깝다.
이동 경로도 다양하다. 광주에서는 항공편을 이용할 수 있고, 범위를 더 넓히면 목포·완도·진도 등에서 배를 타고 제주로 갈 수도 있다. 반면 부산에서 제주로 이동할 때는 항공편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다고 한다.
국세청과 달리, 검찰은 제주를 광주권으로 묶고 있다. 제주지방검찰청은 광주고등검찰청 관할이다. 관세청도 마찬가지다. 제주세관 역시 광주본부세관 소속 산하기관이다. 이런 이유로 국세청 내부에서는 제주세무서가 부산청 관할인 것이 어색하다는 의견도 있다.
제주서는 원래 광주청 산하였다
그런데 진짜 반전은 따로 있다. 제주서는 1950년 3월 광주사세청(현재의 지방청) 산하로 문을 열었다. 1966년 국세청 출범 이후에도 광주청이 제주를 관할했다. 지금처럼 부산청 소속이 된 건 1972년 2월부터다.
이관의 배경은 무엇이었을까. 당시 제주와 부산의 경제적 연결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제주와 부산 사이의 물류 교류가 활발했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제주지역 경제인들도 부산청 이관을 요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에도 제주 경제계는 부산청 잔류를 원했다. 1990년대 후반, 제주서를 다시 광주청으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자 제주상공회의소가 반대하고 나섰다. 화물 물동량과 항공교통편 등을 감안하면 호남보다 영남지역과의 연계가 더 크다는 이유였다. 행정기관과의 물리적 거리보다, 제주 경제가 어느 지역과 더 긴밀하게 연결돼 있느냐를 중요하게 본 것이다.

제주가 민감했던 제주서의 '급'
제주서의 '급'이 다시 주목받은 건 한참 뒤였다. 2022년 말, 오랫동안 4급 서기관이 맡던 제주세무서장이 3급 부이사관급으로 격상됐을 때다. 제주서장을 지낸 한 인사는 당시 분위기를 "제주에서도 '이제야 제주를 제대로 인정해주는구나'라며 상당히 반긴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이런 분위기에는 제주지역의 다른 주요 기관장과 비교해 세무서장의 직급이 낮다는 인식이 깔려 있었다. 제주경찰청장만 해도 치안감으로 2급 상당이다. 상대적으로 낮은 직급 탓에 기관 간 협업에도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2022년 당시 인구는 70만명, 내국세 세수는 2조7000억원에 이르는 달라진 세원 환경도 한몫했다.
50여년 전 경제권의 변화가 제주서의 소속을 바꿨듯, 앞으로 제주를 둘러싼 경제 지형이 또 달라진다면 관할 문제도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올지 모를 일이다. 마침 광주·전남 통합으로 호남권의 덩치도 커졌다. 어쩌다 보니 광주청의 라봉 막걸리가 다시 눈에 들어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