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소규모 양조장이 백화점 고객을 직접 만나는 일은 쉽지 않다. 좋은 술을 만들어도 소비자에게 알릴 기회가 부족한 데다, 팝업스토어를 열기 위해 백화점과 직접 컨택하고 냉장시설까지 마련하는 것은 영세 업체에 적지 않은 부담이기 때문이다.
대구지방국세청 직원들은 이 같은 전통주 업체들의 어려움에 주목했다. 5월29일부터 이달 23일까지 4개 전통주 업체와 진행한 신세계백화점 팝업스토어는 국세청과 업체 모두 처음 시도하는 도전이었다.
대구청 성실납세지원국 부가세과 소비세팀을 일컫는 '대구청 주(酒)벤저스'는 지역 양조장을 직접 발굴해 신세계백화점과 연결하고, 제품을 보관·전시할 수 있는 쇼케이스 냉장고도 마련했다.
단순히 세정 지원에 그치지 않고 지역 전통주가 소비자를 만날 수 있도록 판로 개척에 나선 것이다.
대구청이 신세계백화점과 함께 마련한 전통주 팝업스토어에는 경북 칠곡에서 백진주쌀과 벌꿀참외를 직접 재배해 술을 빚는 칠백주조의 김현한 대표도 참여했다.
김 대표는 2019년 귀농한 뒤 참외 전통주 ‘참참’을 개발했지만, 작은 양조장이 스스로 백화점 판매 기회를 만드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김 대표는 택스워치와의 인터뷰에서 "대구청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제가 어떻게 신세계백화점과 직접 접촉해 팝업스토어를 열겠느냐"며 "주류박람회에 참가할 때보다 판매량이 두 배 이상 늘었고, 소비자에게 브랜드를 알리는 데도 큰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다.
팝업스토어 참여 업체인 김 대표에게 지역 전통주의 판로를 열기 위해 뛰어다닌 대구청 직원들의 지원이 현장에서 어떤 변화를 만들어냈는지 들어봤다.
Q. 대표님의 이력은 특이하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삼성전자라는 좋은 직장을 다니다가 갑자기 전통주 제조를 시작하셨는데 그 이유가 궁금하다.
저는 예전부터 귀농을 하고 싶었다. 2011년부터 귀농을 꿈꿨지만, 사실 가족의 동의가 필요했다. 아내의 동의를 얻는 데 10년 가까이 걸렸다.
2019년 귀농을 하면서 백진주쌀과 칠곡벌꿀참외 농사를 짓게 됐다. 단순히 농사만 짓는 것이 아니라 경북농민사관학교와 경북과학대학교 등을 다니며 공부도 열심히 했다.
농사만 짓는다면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해 규모를 키워서 경영하면 된다. 그런데 그럴 것이라면 왜 직장을 그만두고 귀농했나 싶은 생각도 들더라. 그래서 양조장을 시작하게 됐다. 저는 농산물을 가공해 제품으로 만들고, 이를 브랜딩해 지역을 알리는 데 역할을 하고 싶었다.
귀농을 준비하면서 전통주 공부도 꾸준히 해왔고, 2022년 중소벤처기업부 예비창업패키지를 통해 사업을 시작했다.
Q. 참외로 만든 술은 흔치 않다. 개인적으로는 처음 보는 것인데, 어떻게 참외로 술을 만들 생각을 했나?
제가 참외 농사를 지었기 때문에 참외로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다. 또 참외로 만든 술이 잘 없는 것도 제 의지를 더 불태웠다.
칠백주조의 술은 단순히 지역 농산물을 사용한다는 의미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원료를 직접 재배하고 전통 방식으로 천천히 발효시켜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농사의 시작부터 술 한 병이 완성될 때까지 전 과정을 직접 책임지는 것이 강점이다.
고객들은 우선 참외로 술을 만들었다는 것 자체를 놀라워한다. 입맛이 예민한 분들은 "참외 향이 좋다", "은은한 단맛이 있다"는 반응을 보인다.
그런 반응을 들으면 '내가 이렇게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만큼 뜻깊다.
Q. 전통주를 만들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나?
처음에는 술을 만들고 준비하고 창업하는 게 힘들 줄 알았는데, 막상 해보니까 파는 게 제일 힘들다. 판로 확보가 어렵다.
사실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는 지금도 어떻게 판매할 것인지 계속 공부하고 있다. 팝업스토어 같은 기회를 제 스스로 만들기가 쉽지 않다.
좋은 술을 만들어도 소비자가 직접 맛볼 기회가 많지 않고, 작은 양조장은 홍보와 유통망을 확보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
소비자가 한 번이라도 맛을 보면 좋은 반응을 보이는 것은 좋지만, 그 첫 만남을 만드는 과정이 쉽지 않다. 이것이 가장 큰 숙제라고 생각한다.
Q. 이번 백화점 팝업스토어와 같은 행사가 실제 판로 개척에 많은 도움이 되나?
정말 많은 도움이 된다. 이건 인터뷰라서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다. 대구청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제가 어떻게 신세계백화점과 직접 접촉해서 팝업스토어를 열겠나.
대구청 덕분에 이렇게 신세계에서 팝업스토어를 열 수 있었다.
대구청이 신세계백화점과 처음 진행한 팝업스토어의 참여 업체로 선정됐다는 것만으로도 개인적으로 큰 경험과 경력이 됐다.
Q. 대구청과 어떤 인연으로 팝업스토어에 참여하게 됐나?
대구청에서 저한테 먼저 연락이 왔다. 제가 국세청에 무슨 인맥이 있는 것도 아닌데 먼저 연락을 주셔서 저도 놀랐다.
팝업스토어 참여 의사를 물어보시는데, "당연히 하죠. 왜 안 하겠습니까"라고 대답했다.저는 이 제안을 지역 전통주를 더 많은 소비자에게 소개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특히 백화점은 품질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고객들이 많이 찾는 공간인 만큼, 저희 브랜드의 가치와 스토리를 전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단순히 판매를 넘어 소비자와 직접 대화할 수 있다는 점을 가장 기대했다.
Q. 팝업스토어를 운영해 보니 소비자 반응은 어땠나? 매출에도 많은 도움이 됐나?
제가 주류박람회나 우리술대축제 같은 박람회에도 가봤지만, 거기서도 이렇게 많이 팔아보지는 못했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지리적으로 가깝다 보니까 수월한 점도 있다. 수도권 박람회에 참가하면 현지 숙박을 해야 하고 냉장시설도 갖춰야 해서 어려운데, 여기는 아침에 바로 술을 가져와 판매할 수 있다.
박람회에 비해 술 판매량은 두 배 이상인 것 같다. 물론 팝업스토어 운영 기간이 일주일로 조금 긴 영향도 있다. 주말 판매량이 가장 좋았다.
고객들 반응도 예상보다 훨씬 긍정적이다. 직접 시음해 본 분들의 구매율도 높았고, 브랜드를 처음 알게 된 고객들이 SNS를 팔로우하거나 다시 찾아오겠다고 말해준 것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팝업스토어는 단순한 판매보다 브랜드를 알리는 효과가 훨씬 크다는 것을 느꼈다.
Q. 소비자들은 전통주의 맛이 천차만별이고 숙취가 심하다는 인식이 있다. 전통주를 조금 더 쉽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있나?
대구청에서 전통주를 하이볼처럼 만들어 마실 수 있는 칵테일 레시피를 모아놓은 책자를 만든다고 한다. 그래서 저도 레시피를 작성해 제공했다.
전통주를 그대로 마시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입맛에 맞게 만들어 마시면 조금 더 가볍게 즐길 수 있다.
전통주도 종류가 다양하다. 스위트한 막걸리가 있고, 드라이한 막걸리도 있고, 산미가 좋은 막걸리도 있다. 각각의 술로 하이볼이나 칵테일을 만들어 먹고, 어떤 재료를 사용하는지 알아가는 것도 굉장히 재미있다.
전통주가 어렵다고 하지만, 어렵게 생각할 이유가 없다.
요즘 전통주나 지역특산주는 온라인 판매가 가능하니까, 다양한 전통주가 입점해 있는 온라인 유통채널을 찾아서 구매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제가 만든 칠백주조의 ‘참참’은 알코올 도수 7도와 12도, 두 종류가 있다. 도수 7도인 제품은 스위트해서 새콤한 안주와 잘 어울린다. 식초가 들어간 산미가 있는 무침류와 잘 맞다.
도수가 12도인 막걸리는 드라이하다. 그래서 매운 요리와 잘 어울린다. 낙지볶음이나 매운 음식과 함께 즐기기에 적합하다.
Q. 대구청이 200만원 상당의 쇼케이스 냉장고를 구매해 팝업스토어 참여 업체에 무상으로 대여했는데, 이런 지원이 실제로 도움이 됐나?
많은 도움이 됐다. 업체가 직접 마련하려면 쇼케이스 냉장고를 빌려 행사장까지 옮겨 설치해야 하는데, 비용 부담도 상당하고 운반도 쉽지 않다.
이 쇼케이스를 보면 업체의 제품이 정말 잘 부각되도록 만들어져 있다. LED 등이 딱 펼쳐져서 술이 환하고 화사하게 보이니까 제품이 잘 부각된다.
제가 원하던 것이 딱 이 모습이었다.
매장 위치도 안쪽이 아니라 고객들이 지나가면서 제품을 바로 볼 수 있는 곳이어서 쇼케이스 냉장고의 효과가 더 컸다. 그런 면에서 큰 도움이 됐다.
Q. 전통주 업체에 가장 필요한 지원은 무엇인가?
가장 필요한 것은 소비자를 만날 수 있는 기회다.
일회성 지원보다 백화점·대형 유통업체·지역 관광과 연계한 지속적인 판로가 마련된다면 작은 양조장들도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시음 행사나 체험 프로그램처럼 소비자가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