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靑袍)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중략)
-1939년 8월 이육사 선생의 시 '청포도' 중에서-
민족시인 이육사 선생이 시 '청포도'에 남긴 고향의 풍경이다. 시 속에서 '손님'을 기다렸던 독립운동가 이육사 선생은 끝내 광복을 보지 못했다.
그로부터 80여년이 흐른 올해 광복절, 그의 고향 안동에서 자란 청포도로 만든 와인이 소비자들을 만났다.
이육사 선생의 후손인 이동수 대표가 안동에서 생산한 청포도로 만든 '264청포도와인'이다. 뛰어난 품질에도 소비자와 만날 수 있는 유통채널이 많지 않아 판로 확대에 어려움을 겪던 술이다.
이번에는 대구지방국세청 직원들이 나섰다.
지난 5월부터 직접 발굴한 전통주 업체들과 대구 신세계백화점에서 릴레이 팝업스토어를 진행해 온 대구청이 광복절을 맞아 '264청포도와인' 홍보에 나선 것이다. '264'는 이육사 선생의 이름이자 일제강점기 수감 당시 수인번호에서 비롯됐다.
대구청 직원들은 좋은 술을 매대에 올려놓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한 번 스쳐 지나가는 전통주가 아니라 소비자의 머릿속에 남아 다시 찾는 술이 되려면 그 술을 기억해야 할 이유가 필요하다고 봤다.
그래서 '264청포도와인'에 이야기를 입혔다.
이육사와 광복절, 시 '청포도'와 그의 고향 안동. 술 한 병 뒤에 숨어 있던 사람과 지역, 역사를 매대 앞으로 끌어냈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매출로 이어졌다.
지난 14일부터 17일까지 나흘간 '264청포도와인' 팝업스토어에서 올린 매출은 약 1400만원. 행사가 오는 20일까지 계속되는 만큼 최종 매출은 2000만원 안팎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처음부터 소비자들의 반응이 뜨거웠던 것은 아니다.
팝업스토어 첫날만 해도 매대에는 와인이 놓여 있었지만, 그 와인이 왜 광복절을 앞두고 이곳에 등장했는지 보여주는 설명은 없었다. 소비자로서는 좋은 술 한 병과 '이육사의 청포도'를 연결하기 어려웠던 셈이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대구청 직원들은 '광복절에 이육사 선생의 고향에서 만든 청포도 와인을 판매한다'는 사실 자체가 하나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 대표에게 이를 알릴 배너를 만들어보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정작 이 대표는 자신의 이야기를 앞세우는 것을 쑥스러워하며 망설였다.
결국 대구청 직원들이 직접 나섰다. 이육사의 독립운동과 시 '청포도', 안동에서 생산된 와인의 이야기를 하나의 배너에 담아 매장에 세웠다.
술 한 병 뒤에 숨어 있던 이야기가 소비자 앞에 모습을 드러낸 순간이었다.
대구청 관계자는 "처음에는 대표님이 워낙 쑥스러워해 사실상 술만 가져다 놓고 판매했다"며 "광복절에 이육사 선생의 고향에서 만든 청포도 와인을 판매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그 이야기를 알리는 배너를 제작했는데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대구청은 이번 팝업스토어에서 전통주 판로 지원의 또 다른 가능성도 확인했다.
단순히 전통주를 '어디에서 팔 것인가'를 연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소비자에게 '왜 이 술을 기억해야 하는가'까지 전달하는 방식이다. 지역의 역사와 문화, 제조자의 이야기를 상품과 연결해 전통주 자체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대구청은 지역 주류 활성화를 위해 앞으로 이 같은 '팝업스토어'를 확대할 계획이다.
박정열 대구청장은 "광복절을 맞아 지역의 우수한 전통주와 그 속에 담긴 문화와 역사를 알릴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며 "앞으로도 지역 전통주 제조자가 안정적으로 판로를 넓혀갈 수 있도록 세정 지원과 유통업계 협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