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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께 드린 명절 용돈 600만원…증여세 내야 할까

  • 2026.09.23(수) 07:00

"여행 다녀오세요" 어머니께 600만원 드렸다면

#. 추석 명절을 맞아 형제들과 어머니 댁을 찾은 A씨는 어머니 용돈 30만원을 현금으로 준비했다가 당황했다. 농사일이 없는 겨울에 동네 사람들이 단체로 크루즈 여행을 가자고 했는데 어머니가 가고 싶어 하는 눈치였기 때문이다. 형과 동생은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후 외로워하시는 어머니를 위해 여행을 보내드리자고 했고, 각자 200만원씩 어머니 계좌로 이체했다.

A씨의 어머니는 추석 명절에 아들 셋이 준 600만원으로 여행을 갈 수 있게 됐다.

직장을 다니며 아이를 키우는 아들들도 형편이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어머니를 생각하는 아들들의 마음은 참 따뜻했다.

그런데 세법은 아들들의 효심을 따뜻하게만 바라보지 않는다.

명절 용돈이라고 생각했던 돈도 금액과 사용처에 따라 증여세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부모님 명절 용돈은 비과세 아닌가요?

많은 사람들은 생활비, 병원비, 조의금, 축의금 등은 증여세가 부과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법에 구체적인 금액 기준은 없지만,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수준이면 증여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6조 제5호에 따르면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이재구호금품, 치료비, 피부양자의 생활비, 교육비는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도록 되어 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35조에는 기념품이나 학자금, 장학금, 축하금, 부의금, 혼수용품 등이 비과세 대상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다만 해당 용도에 직접 지출한 경우에 한한다.

상증세법에 따르면 A씨 형제가 어머니께 드린 총 600만원이 비과세되는 명절 용돈에 해당하는지는 금액만으로 단정하기 어렵다. 세법에는 명절 용돈이 얼마까지라는 구체적인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돈을 드린 이유와 금액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금품인지를 따져봐야 한다.

특히 부모님 여행을 위해 큰돈을 드린 경우에는 판단이 더 복잡하다. 여행비는 세법이 인정하는 치료비나 생활비, 교육비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단순히 '부모님을 위한 돈'이라는 이유만으로 생활비 비과세 규정을 적용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곧바로 증여세 과세 대상이 된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명절을 맞아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범위에서 지급한 용돈이나 금품인지 등을 함께 따져봐야 하기 때문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범위의 명절 용돈은 증여세 과세대상이 되지 않는다. 법령에 정확한 금액이 정해져 있지는 않다"며 "개별 사안마다 사실관계를 파악해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용돈에 증여세 문제가 왜?

부모님께 드린 명절 용돈이나 여행비용을 보탠 돈에 증여세가 붙는다면 억울하다고 느낄 수 있다. 부모님께 효도하려고 드린 돈까지 세금을 매긴다고 생각하면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사실 가족 간에 계좌이체를 했다고 해서 곧바로 증여세가 부과되는 것은 아니다. 계좌이체 내역만으로 세금을 매기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A씨 가족에게 증여세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경우는 언제일까.

어머니가 아들들이 명절 용돈으로 준 600만원을 쓰지 않고 모아뒀다가 주식이나 주택 등 다른 재산을 취득하는 데 사용했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향후 자금출처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 돈의 성격을 따져볼 수 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사례로 생활비가 있다. 자녀들이 매달 어머니께 100만원씩 생활비를 드렸고 어머니가 이를 실제 생활비로 사용했다면 비과세 대상이다. 하지만 돈을 쓰지 않고 모아 적금이나 주식 등 다른 재산을 취득했다면 증여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실무상 이런 가족 간 거래내역이 드러나기 쉬운 시점 중 하나가 상속세 조사다.

부모가 사망해 상속세 조사가 이뤄지면 과세당국이 피상속인의 금융거래 내역 등을 살펴보는 과정에서 과거 부모와 자녀 사이에 오간 돈의 성격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자녀가 과거 부모에게 보낸 돈과 부모가 나중에 자녀에게 물려주는 재산을 서로 통산해 계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녀가 어머니에게 보낸 돈이 실제 생활비로 사용됐다면 애초에 비과세이므로 별도의 증여 문제가 없다. 그렇다고 자녀가 부담했던 생활비를 나중에 어머니의 상속재산에서 빼주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어머니가 생활비 명목으로 받은 돈을 쓰지 않고 모아 적금이나 주식 등 재산을 형성했다면 자녀가 어머니에게 한 증여인지 여부를 따져볼 수 있다. 이후 그 재산이 어머니 명의로 남아 있다가 자녀에게 상속된다면 이번에는 별도의 상속세 과세관계를 따지게 된다.

김철훈 누리세무그룹 세무사는 "가족 간에 돈이 오갔다고 해서 나중에 한꺼번에 통산해 계산하는 구조가 아니다"며 "자녀가 부모에게 준 돈은 증여가 되고, 부모가 그 돈을 모아 만든 재산이 다시 자녀에게 내려오면 상속이 된다. 각각 별개의 과세 문제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아들 셋이면 5000만원씩?…공제는 총 5000만원

여기서 증여재산공제와 비과세 대상인 생활비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부모가 자녀로부터 재산을 증여받는 경우 직계비속에게 받은 증여재산은 10년간 5000만원까지 공제받을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생활비나 치료비처럼 애초에 증여세가 부과되지 않는 금액까지 이 5000만원에 합산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A씨 형제들이 어머니에게 매달 100만원씩 생활비를 보냈고, 이 돈이 실제 생활비로 사용됐다면 해당 금액은 증여재산공제 5000만원을 계산할 때 포함되지 않는다.

반면 생활비 명목으로 받은 돈 가운데 상당액을 사용하지 않고 모아 주택이나 주식 등 재산 취득에 사용했다면 그 금액은 증여로 판단될 가능성이 있다. 

명절에 받은 600만원도 마찬가지다.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명절 용돈이면 비과세지만, 그 범위를 넘으면 증여로 판단되어 증여재산공제 대상이 될 수 있다.

또 하나 유의할 점은 아들이 세 명이라고 해서 각각 5000만원씩, 총 1억5000만원을 공제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부모가 여러 자녀에게 재산을 증여받았다면 수증자인 부모를 기준으로 직계비속에게 받은 재산을 합산해 10년간 5000만원의 공제 한도를 적용한다. 국세청 관계자는 "수증자를 기준으로 직계비속에게 받은 증여재산을 합산해 공제한다"고 설명했다.

현금으로 드리면 OK?

그렇다면 계좌이체 대신 현금으로 명절 용돈을 드리면 괜찮을까.

계좌이체는 거래 기록이 남지만 현금은 돈이 오간 흔적을 확인하기 상대적으로 어렵다. 그렇다고 현금으로 주면 증여세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세법상 중요한 것은 돈을 어떤 방식으로 전달했느냐가 아니라, 그 돈이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명절 용돈인지 아니면 실질적인 재산 증여인지다.

국세청 관계자도 "명절 용돈을 현금으로 드리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식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A씨 형제가 각각 200만원을 현금 봉투에 담아 어머니에게 드렸다고 해도 세법상 판단 기준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명절 용돈이면 계좌이체든 현금이든 비과세다. 그러나 그 범위를 넘으면 증여세 규정이 적용된다.

결국 세법은 얼마를, 어떤 이유로 줬는지, 그 돈이 어떻게 사용됐는지를 보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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