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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약물 직구, 부모가 막아 달라고 할 때 방법은

  • 2026.11.05(목) 11:00

[프리미엄 리포트]신민호 대문관세법인 대표관세사

청소년의 약물 오남용 문제가 해외직구로까지 번지고 있다. 해외직구 의약품은 통관심사를 거치지만, 청소년이 반복적으로 약을 구매하거나 보호자가 위험을 알게 됐을 때 이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충분할까.

신민호 대문관세법인 대표관세사(경제학 박사)는 이번 기고에서 개인통관고유부호를 활용한 '미성년자 의약품 보호통관제' 도입을 제안한다. 보호자 확인과 반복 반입 점검, 긴급 통관 보류 절차를 통해 청소년을 약물 오남용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면서도 정상적인 치료와 자기결정권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짚는다.

한 어머니가 매일 수십 곳의 약국에 전화를 걸었다. 약물중독에 빠진 딸에게 약을 팔지 말아 달라는 부탁이었다. 딸이 해외에서 의약품을 대량 주문한 사실을 확인한 뒤에는 관세청에도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어머니가 원한 방식으로 자녀의 개인통관고유부호 사용을 정지시키지는 못했다.

지난달 26일 한 언론사 보도에 등장하는 사례다. 보도에 따르면 어머니는 본인이 아닌 보호자가 직구를 막으려면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는 안내를 받았다고 호소했다. 딸은 약물 과다복용으로 올해만 세 번째 입원 치료를 받고 있었다.

이 사례만으로 당시 관세청의 미성년 개인통관고유부호 사용 정지 관련 행정적인 안내가 문제가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구체적인 신청 내용과 거절 사유를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제도에 던지는 질문은 분명하다. 자녀에게 의약품이 전달되면 위험하다는 사실을 보호자가 알게 됐을 때, 형사신고와 별개로 신속하게 보호를 요청할 통로가 충분히 마련돼 있는가.

해답은 미성년자의 해외직구 전체를 막는 데 있지 않다. 이미 해외직구 수하인을 식별하고 있는 개인통관고유부호 제도에 의약품에 한정된 '보호통관' 기능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통관 가능 수량과 안전 복용량 달라

해외직구 의약품이 아무런 확인 없이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의약품은 이미 목록통관 배제 대상이다. 일반 물품처럼 통관목록 제출만으로 처리하는 대신 수입신고를 거쳐야 한다. 자가사용 인정기준도 있고, 오·남용우려의약품에는 처방전상 수량을 확인하는 기준이 적용된다.

현행 '특송물품 수입통관 사무처리에 관한 고시'에서도 의약품은 목록통관 배제대상으로 분류돼 있다. 따라서 문제는 의약품에 아무런 통관절차가 없어서라기보다, 현재의 통관심사가 청소년의 반복적 약물사용 위험까지 포착하도록 설계된 제도는 아니라는 데 있다.

문제는 이러한 통관 기준과 미성년자의 약물 위해를 예방하는 장치가 같은 것은 아니라는 데 있다.

관세청이 안내하는 의약품 자가사용 인정기준은 총 6병이며, 이를 초과하는 경우에는 용법상 3개월 복용량을 기준으로 한다. 하지만 병마다 들어 있는 정제 수와 성분 함량은 다르다. 개별 반입 건이 기준 안에 들어오는지만 확인해서는 일정 기간 반복해서 들어오는 물량과 실제 사용 목적을 충분히 판단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6병'이나 '3개월 복용량'은 통관상 자가사용 여부와 수입요건을 판단하기 위한 기준이지, 청소년에게 의학적으로 안전한 복용량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세관에서 통관할 수 있는 수량과 실제로 안전하게 복용할 수 있는 수량은 전혀 다른 문제다.

해외에서 처방전 없이 판매하는 제품이라는 사실도 국내 반입 가능성이나 청소년의 안전을 보장하지 않는다. 구매 국가의 판매 기준, 우리나라의 수입 요건, 실제 복용의 안전성은 각각 확인해야 할 문제다.

따라서 보완의 방향은 단순히 병 수를 줄이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누가 어떤 의약품을 얼마나 자주 반입하는지 확인하고, 구체적인 위해 우려가 발견됐을 때 대응할 절차를 갖춰야 한다.

특히 동일 성분 또는 오·남용 우려가 있는 성분이 짧은 기간 반복적으로 반입되는 경우에는 개별 건의 수량뿐 아니라 일정 기간의 누적 반입량과 빈도를 함께 확인하는 위험관리 방식도 검토할 수 있다.

부호 발급 때 동의만으로는 부족

개인통관고유부호는 해외직구 물품의 수하인을 식별하는 수단이다. 이 식별 기능을 의약품 통관심사와 연결하면 미성년자 보호를 위한 접점을 만들 수 있다.

개인통관고유부호 자체를 의료정보 시스템으로 만들자는 의미는 아니다. 이미 존재하는 수하인 식별 기능을 이용해 '미성년자·의약품·반복반입'이라는 위험신호를 찾아내는 연결고리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관세청은 올해부터 개인통관고유부호에 1년의 유효기간을 두고, 도용 정황 등이 확인되는 경우 직권으로 사용을 정지할 수 있는 관리기능도 도입했다. 이미 부호의 발급·갱신·사용정지 기능을 갖추고 있는 만큼, 완전히 새로운 시스템을 만드는 것보다 기존 관리체계에 의약품 보호 기능을 추가하는 방안이 현실적일 수 있다.

이를 위해 '미성년자 해외직구 의약품 보호통관제' 도입을 제안한다. 핵심은 ①의약품 반입에 대한 법정대리인 확인 ②반복·대량 반입 점검 ③긴급 보호 신청의 세 가지다.

우선 미성년자 명의로 의약품을 반입할 때 법정대리인의 확인과 동의를 받는 절차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개인통관고유부호를 처음 발급할 때 한 번 동의받는 방식만으로는 이후의 위험한 구매를 예방하기 어렵다. 이미 발급된 부호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의약품 반입 단계에 확인 기능을 두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모든 미성년자의 모든 의약품 반입에 동일한 사전동의를 요구하는 것이 반드시 최선이라고 단정할 필요는 없다. 현행 개인통관고유부호 제도에서도 만 14세 미만은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아 발급하지만, 만 14세 이상 미성년자는 본인 인증수단을 통해 직접 발급할 수 있다. 따라서 연령, 의약품의 위해성, 반복·대량 반입 여부에 따라 보호 수준을 단계화하는 방식이 보다 현실적이다.

예컨대 만 14세 미만은 법정대리인 확인을 원칙으로 하고, 만 14세 이상 미성년자에게는 모든 일반의약품을 일률적으로 제한하기보다 오·남용 위험 성분이나 일정 횟수 이상의 반복 반입에 대해 추가 확인 또는 보호자 통지를 하는 방식을 검토할 수 있다. 구체적인 연령과 대상 의약품은 아동의 자기결정권과 의약품 안전을 함께 고려해 입법과정에서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

다만 보호자가 동의했다고 모든 반입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 수입이 금지되거나 제한되는 의약품에는 기존 규제가 그대로 적용돼야 한다. 반복·대량 반입이나 위해 우려가 큰 제품은 동의 여부와 별도로 사용 목적과 수량을 심사해야 한다.

제품명뿐 아니라 성분·함량·포장당 수량을 확인할 수 있는 신고정보도 필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동일인의 일정 기간 누적 반입량과 빈도를 살펴보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구체적인 심사 기준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의학적 위해성과 정상적인 사용량을 고려해 정하고, 관세청이 통관 단계에서 적용하는 방식이 적절하다.

역할도 분명히 나눌 필요가 있다. 관세청은 개인통관고유부호를 중심으로 수하인과 반입이력을 확인하고, 식약처는 어떤 성분과 수량을 위험신호로 볼 것인지 의학적·약학적 기준을 마련하는 방식이다. 위기청소년에 대한 치료와 보호가 필요한 경우에는 의료기관과 청소년·아동보호체계가 그 뒤를 이어야 한다.

신고보다 먼저 보호 요청이 필요

가장 시급한 과제는 긴급 보호 신청 절차다.

법정대리인이 자녀의 과다복용이나 위험한 주문 사실을 확인하면, 대리권과 구체적인 위해 사유를 제출해 해당 의약품의 통관을 한시적으로 보류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어야 한다. 신청이 들어오면 현재 통관 중인 물품도 확인하고, 세관과 관계기관이 신속하게 제한 유지 여부를 판단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때 보호자의 신청은 곧바로 통관을 영구적으로 금지하는 처분이 아니라 긴급 위험심사를 개시하는 요건으로 설계하는 것이 타당하다. 우선 단기간 통관을 보류한 뒤 위해성, 치료 필요성, 반복반입 여부를 확인하고 보호조치의 유지·해제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이는 부모의 요청만으로 자녀의 모든 해외직구를 무기한 차단하자는 제안이 아니다. 의류나 도서 등 일반 물품은 원칙적으로 기존 절차를 유지하고, 보호조치는 의약품과 필요한 기간으로 한정해야 한다. 미성년자에게도 제한 사유를 알리고 의견을 제시할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특히 17~18세 청소년까지 동일한 방식으로 부모의 의사만을 우선시키는 것은 자기결정권과 정상적인 치료를 침해할 수 있다. 연령과 위험 정도에 따라 본인의 의견을 듣고, 필요한 경우 의료전문가가 판단에 참여하도록 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보호 신청 자체를 범죄신고로 취급해서도 안 된다. 위험한 물품이 아이에게 전달되는 것을 막으려는 요청과 위법행위에 대한 수사는 목적과 절차가 다르다. 물론 별도의 위법 혐의가 발견됐을 때 필요한 법 집행까지 배제하자는 뜻은 아니다.

'아이를 처벌해 달라'는 신고와 '아이에게 이 약이 전달되지 않도록 잠시 막아 달라'는 보호 요청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이번 보도가 우리에게 던진 가장 중요한 제도적 질문도 바로 여기에 있다.

치료와 개인정보를 함께 보호해야

제도의 실효성만큼 중요한 것은 정상적인 치료를 방해하지 않는 설계다. 치료 목적으로 필요한 의약품은 의료적 근거를 통해 신속하게 심사할 수 있어야 한다. 보호자와 연락하기 어렵거나 가정 내 갈등·학대 등으로 동의를 받기 곤란한 청소년에게는 의료기관과 아동보호체계를 통한 대체 절차도 필요하다.

개인정보 역시 최소한으로 처리해야 한다. 개인통관고유부호 자체에 중독 이력이나 진단명을 표시할 이유는 없다. 관세청 내부 시스템에서 필요한 보호 상태를 관리하고, 통관업체에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는 정보만 전달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건강정보가 해외 판매자나 배송업체에까지 흘러가서는 안 된다.

특히 개인통관고유부호는 통관을 위한 식별수단이지 건강정보 표시수단이 아니다. '약물중독', '치료 중'과 같은 민감한 정보가 부호 자체나 외부 통관자료에 표시되는 방식은 피해야 한다. 위험심사에 필요한 최소정보만 관계기관 내부에서 처리하는 원칙이 필요하다.

이러한 조치를 고시 개정만으로 모두 시행할 수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강제적인 통관 보류·제한, 법정대리인에 대한 정보 제공, 기관 간 정보 연계에는 명확한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 제한 사유와 기간, 치료 목적 예외, 재심사와 불복 절차까지 함께 규정해야 한다.

특히 만 14세 이상 미성년자의 정보를 법정대리인에게 제공하거나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통관을 제한하는 제도를 도입한다면 더욱 명확한 법률상 근거와 비례성 통제가 필요하다. 보호라는 목적이 중요하더라도 개인정보와 자기결정권을 필요 이상으로 제한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관세청과 식약처는 우선 현행 제도에서 가능한 보호자 신청 범위와 긴급 민원 처리절차를 점검하고, 부족한 권한과 정보 처리 근거는 입법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

제도 도입도 한꺼번에 전국적으로 시행하기보다 오·남용 위험이 높은 일부 의약품이나 반복반입 사례를 대상으로 시범운영한 뒤 효과와 부작용을 검증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개인통관부호만으론 문제 해결 안 돼

해외직구를 통한 의약품 유입을 관리한다고 청소년 약물 문제가 모두 해결되지는 않는다. 국내 약국 구매와 온라인 불법 유통에 대한 대응, 상담과 치료 지원이 함께 이어져야 한다. 다만 국경을 넘어 들어오는 물품에 대해서는 통관 단계가 아이에게 전달되기 전 개입할 수 있는 중요한 지점이다.

또한 청소년이 가족이나 제3자의 개인통관고유부호를 이용하는 등 우회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보호통관제만으로 모든 위험을 막을 수 있다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수하인과 배송지의 반복·불일치 등 기존 관세행정의 위험관리와 국내 의약품 유통관리, 치료지원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그럼에도 통관은 다른 대응수단과 분명한 차이가 있다. 약물이 이미 아이의 손에 들어간 뒤 치료하거나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국경을 통과해 전달되기 전에 개입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개인통관고유부호가 확인해야 할 것은 물품을 받을 사람의 신원이다. 이제 그 신원정보를 바탕으로 보호가 필요한 미성년자인지, 위험 신호가 있는 반입인지 살피는 기능을 더할 때다. 부모가 "이 약이 아이에게 전달되지 않게 해 달라"고 요청했을 때, 그 요청을 접수하고 판단하며 필요한 보호로 연결하는 절차가 있어야 한다.

개인통관고유부호는 이미 해외직구에서 '누가 물건을 받는가'를 확인하고 있다. 이제 미성년자의 의약품처럼 명백한 위해 우려가 있는 영역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물건을 지금 그대로 전달해도 되는가'를 확인할 수 있는 보호장치를 고민할 때다.

이 제도는 관세청만으로 만들 수 있는 제도도, 식약처만으로 만들 수 있는 제도도 아니다. 관세행정 전문가와 의약품 안전 전문가, 의료·청소년 보호 전문가, 개인정보 전문가가 함께 현실적인 기준을 설계해야 한다. 보호는 빨라야 하지만 제한은 최소화해야 한다. 그 두 원칙을 함께 지키는 '미성년자 의약품 보호통관제'를 이제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

☞ 신민호 관세사(경제학 박사)는?
현 서울관세사회 회장이자 대문관세법인 대표 관세사.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후 건국대에서 국제상무 전공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법무법인 율촌·충정 등 대형 로펌에서 관세통상 자문을 이끌었으며, 미국 워싱턴 D.C. 글로벌 로펌 파견 경험을 통해 독보적인 국제 통상 식견을 쌓았다. 실무와 정책을 아우르는 공급망 전략가로서 『2026 쇼크: 공급망은 이미 전쟁터다』, 『트럼프 2.0의 경고』 등을 집필하며 기업들의 글로벌 생존 전략을 선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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