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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보고]회계사 됐는데 갈 곳이 없다…회계업계에 무슨 일이

  • 2026.11.04(수) 07:00

공인회계사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는 소리가 들린다.

한때는 공인회계사(CPA) 자격증만 있으면 회계법인들이 너도나도 모셔가던 시절이 있었다. 어느 법인이 연봉을 더 주는지 비교하며 직장을 골랐고, 법인들은 어렵게 데려온 회계사가 다른 곳으로 떠날까 봐 전전긍긍했다.

그런데 지금은 정반대다. 그 어렵다는 시험에 합격하고도 수습처를 구하지 못하는 회계사들이 적지 않다. 인공지능(AI)이 신입 회계사의 업무를 대신하면서 채용이 줄었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업계에서는 조금 다른 이야기도 들린다. 무슨 이야기일까.

사연을 알려면 시간을 2021년으로 돌려야 한다. 당시 회계업계에서는 회계사 확보 전쟁이 한창이었다.

2018년 시행된 신외부감사법으로 감사업무가 늘어난 데다 기업의 인수합병(M&A)과 경영자문 시장까지 활기를 띠면서 회계사들의 일감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일은 넘쳐나는데 사람이 부족하니 회계사들의 몸값도 덩달아 뛰었다.

당시 업계 1위인 삼일회계법인이 급여·성과급 체계를 개편하자 다른 대형 회계법인들도 잇따라 보수를 높였다. 삼정은 연봉을 10% 이상, 안진은 기본급을 평균 10~15% 인상했다.

경쟁사보다 적게 줬다가는 회계사를 빼앗길 판이었으니, 법인들로서는 지갑을 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빅4 회계법인의 사업보고서를 확인해보니, 2020사업연도 1조4042억원이던 보수 총액은 2021사업연도 1조6820억원으로 약 20% 증가했다. 파트너, 직원 등 전체 인원을 감안한 1인당 보수 추정치도 1억2574만원에서 1억3756만원으로 10% 가까이 올랐다. 2025사업연도에는 1억4915만원까지 높아졌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대형 회계법인 수습회계사의 연봉은 6000만~7000만원대 수준으로 알려졌다.

한 명을 뽑으면 내 몫이 줄어든다?

한 번 올린 임금은 다시 내리기 어렵다. 문제는 회계법인들의 벌이가 예전 같지 않다는 점이다. 일감이 넘쳐날 때는 높은 연봉을 주더라도 일 잘하는 사람을 데려오는 게 먼저였지만, 이제는 그만큼 돈을 주고 사람을 더 뽑아야 할지부터 따져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고민은 중소형 회계법인에서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근로 회계사를 한 명 더 채용하는 것이 곧 기존 회계사들의 수익과 연결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소형 회계법인은 대표나 파트너 회계사가 벌어들인 수익에서 근로 회계사의 급여를 부담하는 구조인 경우가 많다"면서 "신입 회계사를 채용하고 매출이 늘지 않으면 기존 회계사들이 가져가는 수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입을 뽑으면 월급도 줘야 하고, 일을 가르치는 데 시간과 품도 들어간다. 그럴 바에는 굳이 직원을 채용하기보다 각자 거래처를 가진 회계사들이 독립적으로 일하면서 필요할 때 손을 잡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한 회계사는 "과거에는 회계사 자격증만 따면 업무 강도는 높아도 그만큼 높은 연봉과 위상을 얻을 수 있었는데, 이제는 회계사가 겸손해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물론 신입 회계사들이 갈 곳을 찾기 어려워진 데에는 AI의 등장, 감사·자문 시장의 변화 등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업계에서 들리는 또 다른 이유는 꽤 역설적이다. 사람을 구하려고 높였던 몸값 때문에, 이제는 사람을 더 뽑기가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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