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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옷값·1인 기획사도 소용없었다…안 통한 연예인 절세법

  • 2026.09.09(수) 08:10

조세심판례로 본 연예인들의 소득·경비 처리

연예인은 일반 직장인과 돈을 버는 방식부터 다르다. 광고와 방송 출연으로 수입을 얻고, 자신의 이미지를 관리하는 데 적지 않은 돈을 쓴다. 직접 1인 기획사를 만들어 출연료를 받기도 한다. 이런 연예계 활동의 특수성은 세금을 매길 때도 종종 문제가 된다. 명품 옷값은 어디까지 경비로 인정될까. 1인 기획사로 받은 출연료는 개인 돈일까, 회삿돈일까. 조세심판원이 판단한 연예인들의 '절세법'은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았다.

명품 옷값, 어디까지 경비일까

"명품 광고를 따내려면 해당 브랜드 제품을 꾸준히 착용해 대중에게 노출하고, 잠재적 광고주에게 어필해야죠."

30년 넘게 연예계에서 활동해 온 A씨에게 옷은 단순히 입고 다니는 물건만은 아니었다. 광고모델로 활동하는 그에게 어떤 옷을 입고 대중 앞에 서느냐는 자신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일이기도 했다. 패션쇼나 시사회에 참석할 때도, 평소 SNS에 모습을 드러낼 때도 마찬가지다.

A씨는 실제로 명품 옷과 액세서리를 꾸준히 샀다. 소속 기획사 없이 직접 영업활동을 해온 만큼, 좋은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서 남들보다 옷에 더 많은 돈을 쓸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2019년, 이렇게 쓴 옷값을 광고 활동에 들어간 비용으로 보고 종합소득세를 신고할 때 필요경비에 넣었다. A씨의 주장에 따르면 의상비 지출은 수입금액의 20~30%였다. 

그런데 국세청은 옷값을 모두 '일하는 데 쓴 돈'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광고나 방송 촬영, 행사에서 직접 입었다는 사실이 확인되는 옷과 그렇지 않은 옷은 다르다고 본 것이다. 영수증이 있더라도 실제 업무에 사용했다는 사실을 보여주지 못한 의상비는 경비에서 빠졌다.

A씨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광고주와 미팅할 때마다 자신이 입은 옷을 사진으로 남겨놓을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맞섰다. "복사 용지를 살 때 종이 한 장 한 장에 무엇을 복사했는지 증명하라고 하는 것과 같다"는 비유까지 들었다.

판단을 가른 건 얼마나 비싼 옷인가가 아니라, 그 옷이 실제로 돈을 버는 데 쓰였는가였다.

조세심판원은 정식 모델 계약을 맺은 특정 브랜드의 의상비는 사업 관련성이 인정돼 이미 필요경비에 포함됐다는 점을 짚었다. 반면 계약한 브랜드와 무관하거나 사업 관련성을 보여줄 자료가 없는 의상비까지 경비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연예인이 이미지와 인지도에 큰 영향을 받는 직업이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옷을 입은 모습이 언론이나 SNS를 통해 대중이나 광고주에게 노출됐다는 이유만으로 그 옷값을 모두 필요경비로 인정하는 것은 통상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기각, 조심2023서7593).

※ 용어 TIP!
필요경비는 사업을 하면서 돈을 벌기 위해 들어간 비용을 말한다. 소득세법 제27조는 사업소득을 계산할 때 총수입금액에 대응하는 비용 가운데 ‘일반적으로 용인되는 통상적인 것’을 필요경비로 인정하도록 하고 있다.

1인 기획사가 쓴 미용·차량비는 누구 비용?

"회사가 쓴 돈이지만, 결국 제 연예계 활동을 위해 쓴 돈입니다."

2014년, 배우 B씨는 자신이 지분 90%를 가진 회사를 세웠다. 아버지와 동생도 각각 5%씩 지분을 나눠 가졌다. B씨와 아버지가 대표를 맡았고, 동생도 직원으로 일했다. 말 그대로 가족이 함께 꾸려가는 '1인 기획사'에 가까웠다.

회사가 하는 일도 B씨를 중심으로 돌아갔다. B씨 주장에 따르면 아버지는 계약서를 확인하고 연예계 활동으로 벌어들인 돈을 관리했고, 동생은 B씨의 개인적인 활동에서 매니저 역할을 했다. 회사에서는 이들에게 급여를 지급했다고 한다. 

돈이 들어갈 곳은 한두 곳이 아니었다. 차량 유지비와 의상비, 미용비까지도 회사에서 나갔다. B씨가 보기엔 회삿돈과 자신의 연예계 활동을 떼어놓고 생각하기 어려웠다. 이를 이유로 자신의 사업소득을 계산할 때 필요경비로 인정해달라고 했다. 

"회삿돈으로 썼잖아요. 그걸 다시 개인이 쓴 비용이라고 할 수는 없죠."

국세청의 과세 논리는 이랬다. 회사와 B씨는 세법상 별개의 주체다. 회사가 차량 유지비와 의상비, 미용비 등을 부담했다고 해서 이를 그대로 B씨 개인의 필요경비로 인정할 수는 없다고 봤다. B씨가 회사로부터 관련 재화나 용역을 제공받고 적격증빙을 챙긴 사실도 없었다.

그런데 심판원은 국세청의 계산법에도 문제가 있다고 봤다. 실제 돈의 쓰임새를 충분히 따져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①직원으로 일한 아버지와 동생이 B씨에게 실제 어떤 일을 해줬는지 ②차량 유지비나 미용비 등이 B씨의 연예계 활동과 직접 관련돼 있는지를 국세청이 구체적으로 조사하지 않았다. 

심판원은 회사가 지출한 비용 가운데 실제 B씨의 사업과 직접 관련된 금액이 얼마인지 다시 조사해 세금을 다시 계산하라고 결정했다(재조사, 조심2025서3267).

※ 용어 TIP!
적격증빙은 사업자가 사업과 관련해 재화나 용역을 공급받고 대가를 지출할 때 받아야 하는 증명서류를 말한다. 계산서, 세금계산서, 신용카드매출전표, 현금영수증 등이 대표적이다.

출연료를 1인 기획사로 받으면 회사 수입일까

국세청이 주목한 건 출연료가 들어간 계좌가 아니라 '계약'이었다. 배우 C씨는 자신이 지분 100%를 가진 회사를 세운 뒤, 연예계 활동으로 번 돈을 회사 계좌로 받았다. 회사는 이를 매출로 잡아 법인세까지 냈다. 겉으로는 회사가 벌어들인 돈으로 보였다. 

그런데 계약서를 들여다보면 얘기가 달라졌다. C씨는 회사를 세운 뒤에도 소속사와 자신의 이름으로 전속 계약을 계속 맺었다. 출연료를 회사 계좌로 보내기로 한 별도의 합의서는 있었지만, 국세청은 이를 돈 받을 곳을 바꾼 것으로 봤다. C씨가 전속 계약으로 갖게 된 권리와 의무 자체를 회사에 넘긴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회사 계좌로 돈만 받은 게 아닙니다. 10년 가까이 실제 회사로 운영해 왔습니다."

국세청이 회사로 들어간 출연료 등을 C씨의 사업소득으로 보고 종합소득세를 매기자, C씨는 억울해했다. 자신과 소속사, 회사가 합의해 연예계 활동으로 발생하는 수익을 회사로 넘겼고, 이후 실제로 회사 명의로 세금계산서를 발행하고 법인세도 납부해 왔다고 한다. 

1인 기획사라고 해서 실체가 없는 회사도 아니라고 했다. 회사는 대중문화예술기획업 등록을 마쳤고, 콘텐츠 개발과 투자, 부동산임대 등 다른 사업도 해 왔다. 

쟁점은 돈이 어디로 들어갔느냐가 아니라, 그 돈을 받을 권리가 누구에게 있었느냐였다.

심판원도 국세청 판단에 손을 들어줬다. C씨가 회사를 세운 뒤에도 계속 자신의 이름으로 소속사와 전속 계약을 맺었고, 회사에 출연료를 받을 권리 자체를 넘겼다고 볼 만한 별도 계약도 없었다는 점을 봤다. 심판원은 출연료가 회사 계좌로 들어갔다는 사실만으로 회사 수입으로 볼 수는 없고, 해당 수익을 받을 권리는 C씨에게 있다고 봤다(기각, 조심2025서2639).

※ 용어 TIP!
실질과세원칙이란 겉으로 드러난 형식보다 실제로 누가 돈을 벌었는지를 따져 세금을 매기는 원칙을 말한다. 국세기본법 제14조는 소득의 명의상 귀속자와 사실상 귀속자가 다르면 사실상 귀속자를 납세의무자로 보고, 거래의 명칭이나 형식과 관계없이 실질 내용에 따라 세법을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회사 만들기 전에 번 돈도 회삿돈일까 

2018년 5월 1일. 배우 D씨에게는 이날이 세금을 가르는 기준점이 됐다.

그는 1년 전 소속사와 2년짜리 전속 계약을 맺었다. 그러다 2018년 4월 자신이 대표인 회사를 세우고, 5월부터 사업을 시작했다. 한 달 뒤에는 배우로서 자신이 가진 경제적 권리를 회사에 넘기는 계약도 맺었다. 

D씨는 남아 있던 전속 계약금 등을 회사 수입으로 신고했다. 법인을 만들기 전인 1~4월 몫도 당시 회사 설립을 준비하고 있었던 만큼 회삿돈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국세청은 '회사가 문을 열기도 전의 몫까지 회삿돈으로 볼 수는 없다'고 맞섰다. 전속계약금을 기간에 따라 나눠 5월 1일 이전 몫을 D씨의 개인 소득으로 보고 세금을 매겼다.

심판원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회사가 사업을 시작한 것은 5월 1일이고, D씨가 자신의 경제적 권리를 회사에 넘긴 것은 그보다 늦은 6월 1일이었다. 법인이 사업을 시작하기 전의 전속 계약금까지 회사 수입으로 돌릴 수는 없었다(기각, 조심2021서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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