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도 내지 않고 관세도 체납한 사람의 집에서 현금 1억원과 귀금속이 발견됐습니다. 국세청과 관세청이 함께 찾아낸 재산입니다.
그렇다면 현금 1억원은 두 기관이 5000만원씩 나눠 체납액에 충당할까요. 아니면 국세와 관세 가운데 밀린 금액이 더 많은 세금부터 걷게 될까요.
최근 처음으로 고액·악성 체납자 합동 가택수색에 나선 국세청과 관세청은 이런 상황에 적용할 기준도 미리 정해뒀습니다. 두 기관이 함께 찾아낸 재산은 어느 세금부터 걷는 걸까요.

절반씩 나누지 않는다
두 기관이 세운 기준은 '선(先) 분석, 선(先) 충당'입니다. 체납자의 재산 은닉 혐의를 먼저 분석해 합동수색 대상으로 선정한 기관이 압류재산을 자사의 체납액에 우선 충당하는 방식인데요.
예컨대 이 체납자가 관세 7000만원과 국세 8000만원을 내지 않았다면, 1억원 가운데 7000만원은 관세에 먼저 들어갑니다. 남은 3000만원이 국세 체납액에 충당됩니다. 국세청이 분석한 체납자라면 반대로 국세부터 걷고 남은 금액을 관세에 넣습니다.
두 기관이 함께 찾아냈다고 해서 압류재산을 5000만원씩 똑같이 나누는 것은 아닌 것이죠.
국세청과 관세청은 이번 수색 대상을 각각 8명씩 분석해 모두 16명을 선정했습니다. 관세청이 추린 8명에게서 확보한 재산은 관세를 먼저 걷고, 국세청이 추린 8명의 재산은 국세에 우선 충당했습니다.
동시 체납자 1200명, 그동안은 따로 관리
이번 양 기관의 합동 조사로 국세와 관세를 동시에 체납한 사람은 1200명 규모로 집계됐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국세청은 국세 징수에, 관세청은 관세 징수에 각각 집중해 왔습니다. 같은 사람이 두 기관에 세금을 모두 밀렸더라도 각자 보유한 정보로 별도로 재산을 추적했던 것이죠.
두 기관이 공동 체납자를 함께 들여다보기 시작한 계기는 지난해 국정감사였습니다. 국세와 관세를 동시에 체납한 사람을 따로 관리할 것이 아니라, 두 기관이 정보를 공유해 함께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체납자의 생활 실태를 확인하는 체납관리단 도입 논의도 협업의 계기가 됐습니다. 국세청과 관세청이 같은 체납자를 각각 찾아가면 한 사람의 생활 실태를 두 차례 확인하는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양 기관은 먼저 실태를 확인한 기관의 조사 결과를 공유하기로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공동 체납자의 규모를 처음 파악했고, 단순한 실태조사 결과 공유를 넘어 재산 추적과 징수 활동도 함께해보자는 논의로 이어졌습니다.
국세청 '자산정보'에 관세청 '배송지' 더했다
1200명의 공동 체납자가 모두 합동수색 대상이 된 것은 아닙니다.
양 기관은 먼저 국세와 관세 체납액이 일정 기준을 넘는 사람으로 범위를 좁혔습니다. 이후 각 기관이 보유한 정보를 분석해 재산을 숨긴 혐의가 있는지를 살펴보고 최종적으로 16명을 선정했습니다.
합동 분석 과정에서는 두 기관이 가진 정보의 차이가 오히려 강점이 됐습니다.
관세청은 국세청이 보유한 체납자의 자산정보를 공유받았습니다. 기존에는 여러 단계의 자료를 대조해야 포착할 수 있었던 재산 은닉 정황을 보다 수월하게 분석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관세청은 개인통관고유부호에 연결된 배송지 정보를 국세청에 제공했습니다. 해외에서 주문한 물건을 실제로 받는 장소가 기록된 정보입니다.
체납자가 주민등록상 주소에 살지 않거나 본인 명의 재산을 남기지 않았더라도, 해외직구 물품을 주문했다면 어딘가에서는 택배를 받아야 합니다. 배송지 정보가 체납자의 실제 생활 근거지나 자주 드나드는 장소를 좁히는 단서가 될 수 있는 것이죠.
국세청의 자산정보와 관세청의 통관·배송지 정보를 함께 살펴보면서 각 기관이 따로 조사할 때보다 재산 은닉 혐의를 효율적으로 분석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입니다.
국세청·관세청 합동수색, 또 할까
이번 합동수색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전망입니다.
국세청과 관세청은 합동수색을 논의할 때부터 올해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각 한 차례씩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했습니다. 이번 수색이 상반기 일정인 만큼 하반기에도 추가 수색을 추진하자는 의견을 주고받았습니다.
다만 각 기관의 일정과 대상자 분석에 시간이 필요한 만큼 구체적인 수색 시기와 규모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관세청 관계자는 "하반기에도 합동수색을 실시하는 방향으로 논의했지만 정확한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이번 수색을 계기로 합동수색 여부와 별개로 양 기관이 보유한 정보는 정기적으로 공유하기로 협의했다"고 말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