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기획사가 왜 필요한지 따져보면 세무리스크는 줄어든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연예인 1인 기획사 설립의 배경에는 절세 목적이 있다는 지적이 많다. 개인 사업소득 최고세율은 45%, 법인세 최고세율은 24%로, 세율만 놓고 보면 법인 설립이 유리해 보인다.
핵심은 실질에 있다. 단순히 절세를 위해 유령 법인을 세웠다면, 과세당국은 이를 소득 이전 수단으로 보고 개인 소득세로 다시 과세한다. 가산세까지 부과될 수 있으며, 유명 연예인의 경우 이미지 타격에 따른 유무형 손실도 적지 않다.
연예인과 고소득 전문직, 자산가 등을 수십 년간 조사해 온 김은숙 세무법인 리원 부회장(세무사)은 택스워치와의 인터뷰에서 "1인 기획사의 매니지먼트가 왜 필요한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인 기획사의 목적을 절세가 아닌 매니지먼트 기능으로 설정한다면 세무 리스크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결국 법인의 '실질'이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택스워치는 김 부회장을 만나 고소득 전문직과 자산가 등이 유의해야 할 세무 리스크를 짚어봤다.
Q. 최근 차은우 씨 등 연예인의 1인 기획사가 문제가 되고 있다. 1인 기획사의 세무리스크는 무엇인가.
우리나라 세법상 법인 설립이 금지된 것은 아니다. 미국이나 일본에서도 연예인의 1인 기획사는 과세 문제가 자주 발생하지 않는다.
최근 문제가 되는 것들은 실질이 없기 때문이다. 연예인의 경우 원 소속사가 있고 연예용역 대가를 사업소득으로 지급받는다. 이건 종합소득세 과세 대상이다. 수입금액이 적을 때는 상관없지만 어느 정도 올라가면 대부분 법인을 만든다.
이후 본인이 받던 광고료나 출연료 등의 소득을 법인이 수취하게 하는 것이다. 관건은 1인 기획사(법인)가 세법상 인정을 받으려면 실질적으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
원래 소속사와 구별된 법인의 역할이나 매니지먼트를 수행할 수 있는 인력과 사무실, 시스템 등 인적·물적 시설이 있어야 한다.
또한 1인 기획사도 광고 출연 등 계약의 당사자로 참여하고, 대중문화예술기획업도 정식으로 등록해야 한다.
현재 논란이 되는 사례는 1인 기획사가 인적·물적 기반이 부족하고, 원 소속사와 명확히 구분되는 역할이 드러나지 않는 경우다.
종합적으로 볼 때, 1인 기획사가 연예 용역 금액을 수취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거나 1인 기획사 설립 전후가 하나도 바뀐 것이 없다면 개인의 소득을 법인으로 신고했다고 판단해 개인에게 과세를 한다.
Q. 1인 기획사 설립은 결국 절세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절세가 된다는 말에 넘어가 나중에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실질없이 컨설팅하는 세무대리인도 문제인 것 같은데, 고객 입장에서는 무엇을 조심해야 하나.
1인 기획사의 경우 절세로 접근하기보다, 왜 1인 기획사가 필요한지 고민을 깊게 해야 한다.
대형 기획사는 많은 유명 연예인들을 관리하고 있어, 개별 맞춤으로 관리하기가 어렵다. 그럴 때 1인 기획사를 설립해 내게 특화된 매니지먼트를 하도록 한다면, 좋은 일이다. 연예 활동을 하는데 두각을 나타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1인 기획사가 하는 것이다.
제대로 활용하면 장점이 굉장히 많다. 연예용역 공급의 주체가 누구이고, 법인이 어떤 역할을 했느냐는 부분만 염두에 둔다면 세무상 문제가 될 일은 없다.
제가 강남세무서에서 일할 때 한 연예인을 조사했는데, 그 연예인도 1인 기획사를 운영했다. 아버지가 대표이사였고, 본인이 주주였다. 그런데 아버지가 만든 기획사는 원 소속사와 다른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 명확했다.
또한 대개는 1인 기획사에서 연예인이 근로소득으로 소득을 조금 받아가고 법인에 유보시키는 형태로 세 부담을 줄이는데, 이 연예인은 1인 기획사에서 사업소득 형태로 소득을 받아갔다. 이 모든 것을 입증할 만한 자료가 있었다. 그래서 문제없이 넘어갔다.
최근 1인 기획사에 대한 검증은 국세청이 계속해서 하고 있다. 언제든지 조사나 검증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아직 1인 기획사와 관련해 소송까지 간 건은 없고 대부분 심판 단계에 있다. 그래서 아직 1인 기획사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더더욱 원칙을 지켜야 한다.
Q. 서울청 조사2국과 강남세무서에서 근무하시면서 고소득 전문직 사업자에 대한 세무조사도 많이 수행하셨는데,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무엇인가.
의사를 예로 들면, 최근에는 수입금액은 거의 다 노출됐다. 건강보험공단에서 급여나 비급여 등의 자료가 나오고, 실손보험 자료도 있다.
환자들도 대부분 신용카드 결제를 하기 때문에 과세당국 입장에선 크로스 체크가 돼서 매출 누락은 이제 적발되는 일이 많지 않다.
문제가 발생하는 사례는 필요경비다. 수입금액에서 필요경비를 차감한 것이 소득금액이고 여기에 과세를 하기 때문에 필요경비를 부풀리는 경우가 있다.
가장 빈번하게 적발되는 유형은 근무하지 않는 가족에 대한 가공 인건비 계상과 법인카드로 생활비나 자녀 교육비를 지출하는 것이다. 주택 인테리어 비용을 병원 비용으로 계상하는 등 사적 경비를 병·의원 비용으로 처리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
최근에는 고액의 카드결제수수료를 부담한 후, 가족법인(MSO)을 통해 되돌려 받거나 온라인 광고비 또는 렌탈료 과다 계상 등이 적발돼 이슈가 됐다.
병원 컨설팅, 홍보, 의료기 소모품 관리 등을 가족법인에게 맡기고 수수료를 과다하게 지급하면서 주주인 가족에게 이익을 분배하는 형태도 다수 적발되고 있다.
Q. 자산가에 대한 조사도 많이 하셨는데, 고소득자 또는 자산가들이 조심해야 할 세무리스크는 무엇인가.
고소득자와 자산가는 소득과 자산의 형성 과정을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을 입증할 수 없으면 나중에 문제가 된다.
고가의 부동산이나 주식을 취득할 때 소득에 비해 과도하게 자산을 취득했다면, 국세청은 자금출처조사나 편법 증여·명의신탁 여부를 중점적으로 검증한다.
부동산 재벌·법인 사주 일가에 대해 기업자금 유출·부당 내부거래를 통한 사적 재산 형성은 고액자산가 정밀 세무조사의 대표적인 타깃이다.
고소득 전문직 등 소득 단계에서 발생하는 리스크도 있다.
매출 누락이나 현금 거래 은폐, 차명계좌 활용 등은 고소득 전문직이나 자영업자 세무조사에서 반복적으로 적발되는 유형이다. 이런 유형들은 자주 기획 조사 대상이 된다.
상속이나 증여, 가업승계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고액자산가의 경우 변칙적인 상속·증여, 일감몰아주기, 위장계열사나 차명주식을 통한 지분 이전 등이 집중 점검 항목이다.
미성년자에게 뚜렷한 자금원 없이 고가의 부동산이나 예금, 주식을 취득하게 한 '미성년 부자' 유형도 별도로 선별해 전국 동시 세무조사에 착수한 사례도 있다.
Q.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하지 않던 1990년대에 세무조사 분야에서 근무하기 힘드셨을 것 같다. 세무조사 분야는 업무가 많아 자녀를 양육하면서 일하기가 힘든 곳인데, 어떻게 버티셨나.
1991년도에 세무대학을 졸업하고 남인천세무서로 발령을 받았다. 제가 근무했던 시절만 하더라도 법인세과 등 세무서의 부과 부서에서는 여성공무원을 만나기 힘들었다. 특히 조사 분야는 업무 강도가 높아 여성 인력이 드물었다.
그러던 중 1995년에 전국에서 조세범전문조사관 50명을 선발하는데, 처음 여직원도 5명을 뽑았다. 여기에 선발돼 세무조사 분야에 발을 들여놓게 된 것이다.
서울청 조사4국의 전신인 서울청 1특별조사담당관실(1특조)에서 근무했었다. 이후 본청 조사국과 서울청 조사4국과 조사2국 등 다양한 곳에서 조사 경험을 쌓았다.
특별 조사는 언제 갑자기 일이 터질지 모르고, 언제 퇴근이 가능할 지 알 수가 없는 구조다. 밤 새는 일도 많았다. 그래서 자녀 둘을 입주 돌보미가 봐주셨다.
남들은 입주 돌보미를 쓴다고 부러워하겠지만, 저는 속이 말이 아니었다. 아이가 말문이 트이고 말을 하기 시작하는데, 어느 날 돌보미의 말투를 그대로 따라 쓰더라.
돌보미 분이 조선족이었다. 한창 말을 배울 때 엄마가 옆에 없어서 조선족 말투를 배워 말하는 아이를 보면서 정말 마음이 아팠다. 그 시절을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
그래도 열심히 조사해서 조세정의를 지킨다는 그 사명감으로 버텼던 것 같다.
Q. 조사공무원으로 오랫동안 근무하셨는데, 잊지 못할 세무조사 건이 있었나.
제가 1특조에 있을 때 조사했던 건이 생각난다. 유류 자료상이었는데, 당시 사업자등록은 남성으로 돼 있어서 그 남성을 불렀더니 경찰이더라. 경찰이 자료상을 할 리는 없지 않나.
상황을 파악했더니, 경찰이 신분증을 잃어버린 일이 있었는데 그 신분증을 도용해 누군가가 사업자등록을 한 것이었다.
실행위자를 잡기 위해 며칠 동안 사무실 근처에서 잠복근무를 했다. 그런데 젊은 여성이 자꾸 왔다갔다 하더라. 자료상을 하면, 보통 남자라고 생각해서 처음에는 의아했다.
며칠을 지켜보니, 그 젊은 여성이 실행위자 같아서 사무실을 급습했다. 가짜 세금계산서 뭉치와 도장, 통장 수십개를 확보해 수백억원대 유류 자료상 탈세를 적발했다. 아버지와 딸이 대를 이어서 2대째 자료상을 하고 있더라.
이게 제일 기억에 남는다.
반대로 추징없이 훈훈하게 조사가 마무리된 적도 있었다. 국민MC로 유명한 연예인이고 수입금액도 많아서 당연히 1인 기획사가 있을 줄 알았는데, 정직하게 사업소득으로 다 신고를 하고 있었다.
장부를 열어보니 필요경비를 오히려 더 적게 넣어 세금을 더 내고 있어서, 다들 궁금해했다. 그 분에게 "세금을 왜 더 내셨냐"고 물으니, "부친께서 세금은 더 많이 내는 것이 좋다고 하셨다"고 말씀하시더라.
납세자가 먼저 나는 세금을 더 내겠다고 하는 경우가 잘 없는데, 그렇게 하셔서 조사가 정말 훈훈하고 깔끔하게 끝났다.
Q. 과거 조사공무원에서 이제는 입장이 바뀌어 납세자 편에 서서 권리를 보호해주는 세무대리인이 되셨다. 조사를 수행하는 입장에서 대응하는 입장으로 바뀌고 나서,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
2005년에 서울청 법무1과에서 근무한 적이 있었다. 지금의 송무국인 셈이다. 당시 과세전적부심사 총괄 업무와 법인 소송 업무를 했었다. 당시에는 과세관청 시각으로 소송을 수행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에 세무서 납세자보호과장을 하다가 서울청 조사2국에 들어가게 됐다. 납세자 보호 업무를 하면서 납세자가 무엇 때문에 억울하고 불복을 하는지 경험을 했다. 그 이후 세무조사를 할 때도 한 쪽의 시각만 가지고 보는 일이 없어졌다. 납세자 입장에서도 생각하게 되더라.
세무대리인이 되고 나서는 같은 업종이라도 사정이 다 다르다는 걸 알게 됐다. 국세청에서 근무할 때는 동일 업종은 이러할 것이고, 이러한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관점으로 바라봤다.
그런데 납세자들을 만나며 상황을 알게 되니, 동일 업종이라고 하더라도 수입금의 구성이 다를 수 있고, 수익 분배도 달라질 수 있고, 비용도 다 다르더라. 납세자를 더 이해하게 된 것 같다.
☞김은숙 세무사는?
국립세무대학 9기로 국세청에 입직해 35년간 세무조사 현장을 누빈 베테랑이다. 1995년 국세청 최초 여성 '조세범조사 전문요원'으로 선발되며 조사 분야에 발을 들였고, 서울지방국세청 조사2국과 조사4국, 본청 조사국 등 핵심 부서를 두루 거쳤다. 특히 서울청 조사2국 팀장과 강남세무서 조사과장을 역임하며 대기업, 중견·중소기업, 고소득 전문직, 유명 연예인 등에 대한 정기·비정기 세무조사를 수행했다.
서울지방국세청 법무과에서 과세전적부심사와 법인 소송을 담당하며 과세 적정성 판단과 납세자 권리 구제 절차를 경험했다. 조사와 법무, 납세자 보호 업무를 두루 경험한 만큼 세무 리스크 관리와 대응 전략 자문에 강점을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