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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업상속공제 꼼수 논쟁에 가려진 기업의 가치

  • 2026.04.17(금) 07:04

정부, 제도 손질에…현장선 "잘못 짚었다"

주차장이 무슨 가업이냐. 대상을 확실하게 줄이라

이재명 대통령의 한마디에 가업상속공제를 둘러싼 논쟁은 순식간에 '세금 특혜' 논란으로 좁혀졌다.

가업상속공제는 피상속인이 10년 이상 경영한 중소·중견기업을 상속인이 승계한 경우, 최대 600억원까지 상속재산에서 공제하는 제도다.

재정경제부는 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공제 대상을 축소하고 사후관리 요건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적어도 기술, 업종에 대한 특별한 노하우가 있어야 한다"며 지원 타당성이 낮은 업종은 공제 대상에서 제외하고, 토지의 경우 공제 범위를 축소해 부동산 이전 수단으로 악용되는 사례를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여러 부처의 의견을 듣고, 개선안을 올해 세법 개정안에 반영할 예정이다.

현장은 '혼란'…기업들, 불안 확산

정부의 움직임에 가업상속공제를 염두에 두고 있던 기업인들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청호나이스가 상속세 부담으로 인해 경영권 매각을 추진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부가 기업의 영속성보다 세수 확보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베이커리 카페였다. 

이 대통령이 지난 1월 대형 베이커리 카페에 대해 상속 과정에서 제도 악용 여부를 점검하라고 지시한 이후, 국세청은 25개 업체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전체의 44%인 11개 업체가 가업상속공제 제도를 부적절하게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절반 정도가 가업상속공제 제도를 악용하고 있다고 판단했지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사례가 가업상속공제 전반을 대표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수조사를 한 것이 아닌 이상, 일부 남용 사례가 있었다는 것을 근거로 제도 전체를 축소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안수남 세무법인 다솔 대표세무사는 "주차장이나 베이커리 카페에서 가업상속공제 제도를 활용하는 것은 악용할 소지가 많다"며 "그러나 변칙 운영하는 것은 국세청에 신고하고 조사하는 과정에 다 걸러진다. 일부에서 악용한다고 해서 제도 전체를 폄훼하고 문제가 있다고 몰고가는 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이우용 송정회계법인 상속증여센터 대표회계사는 "실태조사에서 절반이 문제였다는 것은 반대로 절반은 성실하게 운영됐다는 의미"라며 "공제 대상을 일괄적으로 축소할 경우 정상적인 기업까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상속세 부담이 높은 상황에서 제도를 축소하면 청호나이스처럼 매각을 검토하는 기업이 늘어날 수 있다"며 "이 같은 사례가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염지훈 세무법인 가현 삼성지점 대표세무사는 "이 제도가 부동산 이전 수단으로 악용되는 부작용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가업을 이어가기 위한 제도로서는 의미가 크다"며 "많은 사람들이 가업상속공제를 영구적인 감면으로 오해하고 있지만, 공제를 받은 자산을 처분할 경우 양도소득세가 피상속인의 취득가액 기준으로 과세되기 때문에 세금이 완전히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조남철 세무법인 넥스트 대표세무사도 "가업상속공제와 주식증여특례는 이름은 공제이지만 실제로는 이월과세나 과세유예 성격이 강하다"며 "세금을 나중에 내게 하는 구조인데도 단순 감면으로 인식돼 과도하게 비판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가업상속공제라는 이름 대신 '가업상속 과세유예 제도' 등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세제혜택이 전부가 아니다…본질은 '승계'

이처럼 논쟁의 초점은 세금에 맞춰져 있지만, 현장에서는 가업상속공제를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다르다. 경영권 분쟁 등으로 인해 상속인이 대표이사직을 유지하지 못하거나, 인력난으로 인해 고용유지가 힘든 사례가 종종 있음에도, 제도 자체가 엄격한 사후관리와 세제혜택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제도 개선 움직임 역시 기업의 영속성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기업은 막대한 상속세 부담으로 인해 경영권을 매각하는 등의 생존을 고민하고 있는 때에 정부는 제도 악용 또는 탈세에만 초점을 맞춰 본질을 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봉길 최&강 세무사무소 대표세무사는 "주차장이나 베이커리 카페 등을 손보는 방향 자체는 타당하지만, 제도를 전반적으로 축소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현 정부는 승계에 대한 세제 혜택에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 이는 결국 철학과 가치관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와 시장 모두 제도의 본질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승계는 단순히 세금 문제가 아니라 후계자 양성, 조직 안정, 갈등 관리 등 기업 전체를 아우르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가업상속공제 제도의 취지 자체가 기업의 원활한 승계인 만큼, 세제혜택은 그 취지에 맞게 개편해야 한다는 의미인 셈이다.

이러한 논쟁은 해외 장수기업의 승계 방식과도 대비된다.

해외의 100년 이상 장수기업들은 세금 혜택에만 기대지 않는다. 대신 후계자 선정, 교육, 경영철학과 비전의 계승 등 비재무적 요소에 더 많은 공을 들인다.

독일의 머크(1668년 설립), 보쉬(1886년), 헨켈(1876년), 프랑스의 에르메스(1837년), 오스트리아의 스와로브스키(1895년) 등의 대표적인 장수기업들은 가족 규칙을 명문화해 승계 기준을 사전에 정립해왔다.

이들은 학력, 경영 참여 경험 등 후계자 요건을 명확히 하고, 가족회의 등을 통해 검증 절차를 거쳐 경영권을 넘긴다. 이를 통해 승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을 최소화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이러한 논의가 부족한 상황이다. 세제 혜택에만 초점이 맞춰지면서 기업의 지속성을 위한 준비가 상대적으로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가업상속공제를 둘러싼 논쟁은 단순한 세제 문제가 아니다. 기업을 자산으로 볼 것인지, 다음 세대에 이어질 가치로 볼 것인지에 대한 선택의 문제다.

세제혜택 논쟁에 머무는 한, 이러한 갈등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세금에 접근보다는 기업의 가치를 어떻게 이어갈 것인지에 대한 관점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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