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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증세, 보수=감세' 공식, 진짜일까?…세수효과가 말한 진실

  • 2026.07.16(목) 09:55

역대 정부 세법개정안 세수 효과 분석하니

매년 7월 발표되는 정부의 세법개정안은 단순한 세법 손질이 아니다. 기업과 개인의 세금 부담은 물론 투자와 소비, 산업정책의 방향까지 담긴 정부의 조세정책을 보여주는 지표다. 그래서 경제계와 납세자들은 정부가 어떤 세금을 늘리고, 어떤 부담을 덜어줄지 주목한다.

특히 집권 첫해 세법개정안에는 새 정부의 국정 철학이 가장 선명하게 담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증세와 감세의 방향이 달라지는 이유다. 하지만 보수와 진보라는 정치 구도만으로 세법개정안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최근 10여 년간 발표된 세법개정안의 세수 효과를 비교해 정권별 조세정책의 흐름을 짚어봤다. 

'증세 없는 복지' 공약, 세법은 증세로 갔다

'증세 없는 복지'를 내세웠던 박근혜 정부. 하지만 정부의 세법개정안 발표 당시 추계한 세수 효과를 보면 집권 내내 플러스(+)를 기록했다.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이 제시한 공약과 달리 정부안 기준으로는 증세 기조가 이어진 셈이다.

특히 집권 첫해(2013년) 세법개정안은 증세 논란의 출발점이 됐다. 정부는 직접적인 세율 인상 대신 비과세·감면 제도를 정비하는 방식을 택했다. 대표적으로 고소득자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했던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는 내용이다. 당시 정부는 개정안에 따라 향후 5년(2014~2018년)간 2조4900억원의 세수 증가 효과가 있을 것으로 봤다. 

세부담 귀착을 보더라도 고소득자·대기업은 약 3조원 늘어나는 데 반해, 서민·중산층·중소기업은 약 6200억원 줄어들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연 소득 3450만원 이상 근로자의 세 부담이 늘어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중산층 증세' 논란이 일었다. 결국 정부는 세법개정안을 재검토해 세부담 증가 기준을 연 소득 5500만원으로 올렸다.

법인세는 올리고, R&D는 밀고…증세와 감세 오갔다

문재인 정부도 집권 첫해(2017년)에는 이른바 '부자 증세'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해 세법개정안에 따라 향후 5년간 5조5000억원의 세수가 더 걷힐 것으로 정부는 내다봤다. 박근혜 정부 첫해(2조4900억원)보다 두 배 이상 큰 규모다.

박근혜 정부가 비과세·감면 정비를 통한 증세에 무게를 뒀다면, 문재인 정부는 세율 인상이라는 정공법을 택했다. 증세 효과를 이끈 핵심은 법인세와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이었다. 법인세 최고세율은 과세표준 2000억원 초과 구간을 22%에서 25%로 올렸고, 소득세 최고세율도 40%에서 42%로 높였다.

다만 문재인 정부를 단순히 '증세 정부'로 보기는 어렵다. 이듬해에는 근로장려금(EITC) 확대와 고용지원 세제 등을 담아 감세로 방향을 틀었고, 이후 종합부동산세 강화 등으로 다시 증세에 나섰다. 2021년에는 국가전략기술 연구개발(R&D)과 시설투자 세액공제를 확대하면서 다시 감세로 전환했다. 부동산은 증세, 일자리·산업 지원은 감세로 정책 목적에 따라 세제를 운용한 것이 특징이었다.

법인세 원상복구…감세 드라이브

윤석열 정부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감세였다. 집권 첫해 세법개정안의 상징적인 조치는 법인세였다. 문재인 정부가 25%로 올린 최고세율을 다시 22%로 낮추며 이전 수준으로 되돌렸다. 여기에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옛 기업소득환류세제)를 폐지하고, 가업상속공제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도 담겼다.

정부는 이 개정안으로 향후 4년(2023~2026년)간 13조1000억원의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이를 누적법(5년)으로 환산하면 감세 규모는 64조4000억원으로, 2008년 이명박 정부(82조5000억원) 이후 가장 큰 수준이다.

감세 기조는 집권 마지막 해까지 이어졌다. 법인세와 종합부동산세에 이어 상속·증여세도 손봤다. 최대주주 주식 할증평가를 폐지하고 가업상속공제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감세 정책을 둘러싼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저출산·고령화로 복지 지출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세입 기반 확충 없이 감세를 확대하면 재정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는 비판도 뒤따랐다.

감세 접고 증세로…법인세부터 되돌렸다

이재명 정부는 다시 증세로 방향을 틀었다. 첫 세법개정안이 시행되면 향후 5년간 8조1672억원의 세수가 더 걷힐 것으로 정부는 내다봤다. 이 가운데 56%(4조5815억원)는 법인세에서 나온다. 윤석열 정부가 22%로 낮춘 최고세율을 다시 25%로 올리고, 모든 과세표준 구간의 세율을 1%포인트씩 인상한 영향이다.

증세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이달 말 발표할 세법개정안에 초고가·비거주 주택의 보유세 부담을 높이고,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도 실거주 중심으로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종합부동산세의 과세 잣대인 공정시장가액비율(과세표준을 정하기 위해 공시가격에 곱하는 비율)을 현 60%에서 80%로 올리는 안도 거론되고 있다. 현실화된다면 올해 주택분 보유세가 1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증세만 택한 것은 아니다. 반도체·AI 투자에 대한 세제 지원을 확대하고, 지방 이전 기업과 지방 근로자에 대한 세제 혜택도 검토 중이다. 부동산에는 세 부담을 높이고, 미래산업과 지역에는 세제 지원을 확대하는 '선별적 세제'가 이재명 정부 조세정책의 특징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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