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자에서 집행자로'. 임광현 국세청장 후보자는 조세정책의 두 얼굴(입법·집행)을 모두 경험한 전례가 없는 인물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이하 기재위)에서 쌓인 조세정책 경험은 향후 국세청장으로서의 행보에 적잖은 영향을 줄 수 있다.
2024년 4월 총선에서 더불어민주연합의 비례대표로 금배지를 단 임광현 국세청장 후보자는 현재 1년 4개월째 국회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간 임 후보자의 의정활동 성적은 어땠을까?

국회의원들의 입법 활동은 대표적 의정활동 지표로 쓰인다.
국회의원의 법안 발의는 대표·공동발의로 나뉜다. 이중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는 건 의원 본인이 주도적으로 법안을 제출했다는 뜻이기 때문에, 의정활동의 적극성을 보여주는 척도다. 대표 발의 건수가 적을수록 그만큼 의정활동을 게을리한 것으로도 평가될 수 있다.
택스워치가 22대 국회 임기(2024년 5월 30일~2025년 7월 8일) 내 기재위의 법률안을 분석한 결과, 위원회에 접수된 법안은 모두 988건(동의안 제외)이었다. 이 중 13%인 135건만 처리되고, 나머지 856건(의원안 848건·정부안 8건)은 계류되어 있다.
계류 법안 중에서 조세특례제한법, 소득·법인세법 등 세법개정안은 544건으로 전체의 절반을 훌쩍 넘었다. 국회의원이 많은 세법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는 것은, 평소 조세 제도와 그 방향성에 고민이 깊었다고 볼 수 있다.
상위 10위권에 국민의힘 다수 포진…1위는 임광현
의원안이든 정부안이든, 세법은 국회 기재위에서 다룬다. 그렇다고 세법개정안 발의가 기재위 소속 의원만의 몫은 아니다. 실제 법안을 대표 발의한 의원 수는 176명으로, 이중 기재위 소속은 23명이었다. 기재위 소속 의원 중 일부는 단 한 건도 대표 발의한 개정안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국회의원들이 대표 발의한 법안 수를 분석해보니, 상위 10위권 중 국민의힘 의원이 12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명, 조국혁신당과 개혁신당 의원이 각각 1명으로 나타났다.
평균치인 9건 이상 발의한 의원은 총 10명으로, 가장 많은 법안을 발의한 이는 임 후보자였다. 임 후보자는 월평균 2.1건의 법안을 대표 발의해 전체 의원(176명) 중 1위를 기록했다. 그는 22대 국회에서 1년간 26건을 발의했다.
재선인 이인선·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이 각각 2위(19건)와 3위(17건)에 올랐다. 법안 대다수는 감세 내용을 담고 있다. 실제 비과세·감면 부분의 운용이 많은 조세특례제한법의 비중이 가장 컸다.
상위 10명 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윤준병·신영대·안도걸·정일영)들도 무게를 둔 건 조특법 발의였다.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변칙 증여 거래유형을 차단하는 내용 등의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을 가장 많이 발의했다.

임광현 '직장인 연말정산 공제' 무게
임 후보자도 감세 법안을 주로 대표 발의했지만, 정책적 목적에서 차이를 보인다. 그중에서도 '직장인 연말정산 공제'에 무게가 쏠린다. 이를 다루는 소득세법이 전체 발의 건수의 50%인 13건이었다.
종합소득세 기본공제액을 상향 조정(150만원→180만원)하거나, 대안 교육기관에 지급한 교육비를 종합소득에서 공제하는 내용 등이 있다. 특히 조특법 중에서도 교육비 특별세액공제 대상에 초·중등학생 예체능 학원 교육비를 포함하고, 주택청약종합저축 소득공제 대상을 세대원으로 확대하는 안도 있다.
불합리한 연말정산 제도를 손질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현재 부부의 신용카드 사용액 합산이 불가능해, 한 사람에게 신용카드 사용액을 몰아주거나 신용·체크카드 비율을 일일이 따져보고 사용해야 한다. 이를 개선하고자 부부간 신용카드 사용액 합산을 허용하는 개정안을 낸 바 있다.
물론, 임 후보자가 국세청장으로 오더라도 집행기관인 국세청이 직접 입법을 주도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임 후보자의 의원 시절의 입법 행보를 본다면, 국세청장으로서의 행보도 연말정산을 포함한 납세자 친화적 제도 개선 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분석된다.
소득·조특법 이외에 많이 발의된 법안은 상속·증여세법(2건)으로, 개정안은 상속세 일괄공제 금액을 8억원(현 5억원)·배우자 공제 금액을 10억원(현 5억원)으로 올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임 후보자가 세무사법 개정안을 발의한 전력이 있다는 점은, 세무사 업역·지위에 대한 우호적 인식을 갖고 있다는 신호로도 읽힌다. 개정안의 핵심은 3인 이상 세무사에게 세무법인 설립을 허용하거나, 세무사에게 세출 적정성 검증 업무를 맡기는 내용이다. 현재는 세무사가 5인 이상이어야 세무법인 설립이 가능하다.
세무업계는 임 후보자가 세무사 제도 개선에 관심을 보인 과거 입법 활동 이력과 국세청장이라는 집행자 지위가 맞물리며, 향후 실질적인 제도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