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어른의 언어로 알고 있는 세법 상식을, 아이의 눈높이로 설명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웠습니다. 엄마의 대답이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아이의 가치관이 될 것이라 생각하니, 세금 상식에 철학을 담아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펜을 들었습니다. 부모라면 한 번쯤 고민했을 이야기들. 아이의 질문이 삶을 향해 나아가는 밑거름이 되도록, 그 방법을 독자 여러분과 찾아보고 싶었습니다.
<엄마와 초등딸의 택스에세이>는 기사보다는 에세이에 가깝습니다. 정해진 형식도, 틀도 없습니다. 15년간 세금 기사를 써 온 엄마 기자와 이제 막 "왜요?"를 묻기 시작한 딸의 대화를 통해, 우리가 아이들에게 어떻게 '세금'을 이야기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보는 여정입니다.

엄마, 현금으로 물건 사면 왜 가격을 깎아줘?
동네 식당에서 외식을 하고 나오는 길에 소영이가 물었다. 우리 가족은 모두 양꼬치를 좋아하는데 그 식당은 현지인이 요리를 하다 보니, 더 맛있게 느껴졌다.
그 식당을 갈 때마다 현금으로 결제하면 가격을 할인해주거나, 요리 하나를 서비스로 줬고 처음 한 두번은 현금으로 결제를 했다. 그러다가 마음이 불편해져서 다음부터는 신용카드로 결제했다.
이유는 여러 가지였다. 현금으로 결제하면 10%를 할인받는 행위 자체가 암묵적으로 탈세에 동조한다는 생각이 든 것과 동시에 세금 탈루가 옳지 않다는 내용의 기사를 쓰는 내가 해서는 안 될 행동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식당의 주인이 외국인이었다는 점이다.(한국 국적 취득 여부는 잘 모르겠다.) 외국인이 한국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장사하면서 세금을 탈루한다고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불쾌해졌다.
차라리 한국인이 운영하는 태권도 학원이나 헬스장 등 체육시설에서 현금으로 결제하면 할인을 해주는 것은 괜찮았다. 오히려 이해가 됐고 크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코로나19 이후 자영업자들이 무척 힘들어하는 것도 알고 가격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최저가만 찾는 소비자들을 상대로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점을 이해했기 때문이다.
나의 불쾌함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 식당의 사장님은 꾸준히 현금 결제를 권했다.
사실 이러한 마음이 이중적이고 모순적이라는 걸 나도 안다. 하지만 건강보험 등 외국인의 무임승차에 대한 사회적 문제가 머릿속을 스치면서 이 일이 더욱 민감하게 받아들여졌다.
그래서 그 이후로는 무조건 신용카드로 결제했다. 그런데 신용카드로 결제할 때는 제 값을 받고, 현금으로 결제하면 할인해주는 것을 본 소영이가 저런 질문을 던진 것이다.
이제 부가가치세를 설명해줘야 할 순간이 왔구나 싶었다.
"모든 물건에는 10%의 부가세가 붙어. 우리가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 그 가격 중 10%는 부가세가 있어. 누구나 물건을 사거나 서비스를 받으면 10%를 세금으로 내야 해. 그런데 현금으로 내면 10%를 할인해주는 것은 부가세만큼의 가격을 할인해주겠다는 말로 통해. 예를 들어 물건값이 1만원이면 원래는 부가세 10%(1000원)을 더해서 1만1000원을 내야 하거든. 그런데 사장님이 현금으로 받으면 세금 신고를 안 해도 되니까 부가세를 안 받는 대신 손님한테 1만원만 받겠다는 거야"
"엄마, 그러면 부가세는 물건을 사는 손님이 내는 거잖아. 왜 사장님이 부가세를 내지 않겠다고 마음대로 결정해?"
"맞아. 부가세는 최종소비자가 내는 거야. 최종소비자라는 건 물건을 최종적으로 사서 사용하는 사람이지. 그런데 우리가 물건을 살 때마다 국세청에 '얼마짜리 물건을 샀고 부가세 얼마를 낼게요'라고 하면 손님들도 국세청도 일이 너무 많고 힘들잖아. 그러니까 손님들이 낸 부가세를 사장님이 모아놨다가 3개월 또는 6개월에 한 번씩 국세청에 내는 거야. 사장님은 손님이 낸 부가세를 국세청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거야"
"물건을 사는 손님은 할인받으면 더 좋은 것 아니야? 엄마도 현금으로 내고 할인받으면 되잖아"
"엄마도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종종 있고, 실제로 현금을 내고 할인받은 적도 있어. 그런데 그게 지속되니까 마음이 불편하더라고. 그 사장님이 세금 신고를 안함으로써 부가세 10%만 안 내는 게 아니라 소득세도 안 내. 세금 신고를 안 한다는 건 소득도 없다는 뜻이니까. 이걸 엄마가 도와준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좋지 않았어. 그리고 세금이 있어야 우리나라가 돌아가는 거잖아. 네가 다니는 학교, 길, 경찰서, 소방서 모두 세금으로 운영하잖아. 아무도 세금을 내지 않으려고 하면 학교도, 경찰서도, 소방서도 문을 닫아야 해"
"그러면 엄마는 세금 내는 게 좋아?"
"참 어려운 질문이네(웃음). 엄마도 세금을 낼 때 아깝다고 생각한 적이 있어. 하지만 세금을 낸다는 건 내가 일해서 벌었고, 쓸 수 있는 돈이 있다는 뜻이잖아. 돈을 못 벌고, 물건을 살 돈이 없어서 세금을 내지 못하면 그게 더 슬플 거야. 엄마가 능력이 없다는 말이잖아. 소영이도 나중에 어른이 돼서 세금을 많이 내는 사람이 되면 자신이 정말 자랑스러워질거야. 그건 네가 열심히 살았다는 증거잖아. 그리고 네가 낸 세금으로 또 다른 소영이가 다닐 학교가 만들어지고, 누군가의 길이 더 안전해지면 뿌듯한 마음이 들지 않을까?"
[어린이도 이해하는 세금이야기] 부가세는 뭘까요?
부가가치세는 우리가 물건을 사거나 서비스를 이용할 때 내는 세금이에요. 보통 물건값의 10%가 부가세인데요. 예를 들어 1만원짜리 물건을 사면, 1000원이 더 붙어서 1만1000원을 내는 거예요.
어른들은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말을 자주 해요. 이 말은, 돈을 버는 사람은 누구나 나라에 세금을 내야 한다는 뜻이에요. 그런데 부가세는 돈을 벌 때가 아니라, 물건을 살 때 내는 세금이에요. 좀 이상하지 않나요?
내가 번 돈에 대해 내는 세금은 '직접세', 물건을 살 때 내는 세금은 '간접세'라고 해요. 직접세는 소득세, 간접세는 부가세인 셈이죠. 부가세를 걷는 이유는 물건을 사려면 돈이 필요하죠. "당신은 돈이 있으니까 물건을 살 능력이 있는 겁니다"라는 의미에서 세금을 붙이는 거예요.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부가세가 불공평하다고 말해요. 왜냐하면 가난한 사람도 음식을 사거나 옷을 사면, 부자와 똑같이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이에요. 생활에 꼭 필요한 물건을 사는 데도 세금을 내야 하니 더 힘들 수밖에 없는 거죠.
하지만 부가세를 함부로 없앨 수는 없어요. 이 세금으로 도로나 학교, 병원, 경찰, 소방 등을 운영하거든요.
2024년 기준 정부는 총 336조5000억원 세금(국세)을 거뒀어요. 직접세인 소득세는 117조4000억원, 법인세(회사들이 내는 세금)는 62조5000억원, 간접세인 부가세는 82조2000억원을 거뒀죠.
부가세가 어마어마하지 않나요? 이러한 세금을 불공평하다고 바로 없애버린다면 학교 선생님도 줄여야 하고, 급식도 무료로 먹을 수 없을 거예요.
다행히 모든 물건에 부가세가 붙는 건 아니에요. 쌀, 야채, 생선 등 농수산물, 분유, 기저귀, 책 같은 꼭 필요한 물건은 세금이 없어요. 또 외국으로 물건을 수출할 때도 세금이 붙지 않아요. 왜냐하면 해외에서 또 다른 세금을 낼 수 있기 때문이에요.
마지막으로, 알아두면 좋은 것은 나라마다 걷는 부가세 크기가 다르다는 거예요. 2024년 기준 부가세율이 가장 높은 나라는 헝가리로 27%, 스웨덴이나 노르웨이, 덴마크 등의 북유럽 국가는 25%예요. 가장 낮은 나라는 캐나다로 5%인데요. 캐나다는 주별로 부가세가 달라서 15%까지 올라가는 곳도 있다고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