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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거주자 소득 과세문제, 어떻게 판단할까?

  • 2025.09.19(금) 08:00

[프리미엄 리포트]허승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부장판사

국내 반도체 대기업 연구원으로 일하던 철수는 결혼해 딸을 얻었다. 몇 년 뒤 그는 중국 반도체 기업으로부터 고액 연봉을 제의받고 2023년 1월경 가족을 한국에 두고 홀로 중국 기업으로 이직했다. 철수는 중국 기업이 제공한 사택에서 생활하며 받은 연봉 약 10억원을 모두 한국으로 송금해 상가를 매수했다. 2년 뒤 철수는 미국 기업에 스카우트되어 2025년 2월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했다. 

한편 철수는 2023년분 소득세를 신고할 때 중국에서 받은 10억원의 연봉을 제외하고 상가의 임대소득 1억원만 신고했다. 그러나 과세당국은 철수가 소득세법상 거주자에 해당한다며 중국 연봉 10억원을 총 수입금액에 합산해 종합소득세를 추가로 부과했다.

이미지 출처: 택스워치

이중거주자와 이중과세 문제

세금은 기본적으로 특정 국가와 개인 사이의 문제다. 하지만 국제화가 진행되면서 개인의 소득에 여러 나라가 동시에 과세권을 주장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때 바로 이중거주자의 이중과세 문제가 발생한다.

대부분의 국가는 '자국 거주자는 전 세계에서 발생한 소득에 대해, 외국 거주자라도 자국에서 발생한 소득에 대해서는 세금을 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한다. 우리나라 소득세법 역시 이 원칙에 따른다. 문제는 한 사람이 두 나라에서 동시에 거주자로 인정될 수 있다는 점이다. 철수는 2023년에 중국에서 근로소득을, 우리나라에서 임대소득을 얻었다. 한국과 중국 모두에서 거주자로 인정되면, 철수는 11억원 전부에 대한 세금을 두 나라에 각각 내야 한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국가 사이에 인적·물적 교류가 위축된다. 때문에 대부분의 국가는 교역·투자 파트너 국가와 조세조약 체결하고 내국 세법에 외국납부세액공제 제도를 도입해 이중과세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일본 등 90여 개국과 조세조약을 맺고 있는데, 중국과도 1994년 '대한민국과 중화인민공화국 간의 소득에 대한 조세의 이중과세회피와 탈세방지를 위한 협정'(이하 '한·중 조세조약')을 체결하였다.

한·중 조세조약과 이중거주자

헌법에 따라 체결·공포된 조약은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헌법 제6조 제1항).  조세조약은 그 목적이 특정 국가와의 과세권 조정을 위한 것으로 일반 국내세법에 대해 특별법의 성격을 갖는다. 따라서 조세조약과 국내세법이 충돌하면 특별법 우선의 원칙에 따라 조세조약이 우선하여 적용된다.

한·중 조세조약은 우리나라와 중국의 각 내국법에 따라 거주자에 해당하는지 판단한다고 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소득세법은 우리나라에 '주소'를 두거나 '183일 이상 거소'를 두면 거주자로 본다. 중국 개인소득세법은 중국에 '주소'가 있거나 '납세연도 중 중국 거주기간이 183일 이상'인 개인을 거주자로 본다. 우리나라에 거소를 두었는지 또는 중국에 거주하였는지는 주로 체류일수에 따라 판단한다. 반면 주소는 '국내에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 및 국내에 소재하는 자산의 유무 등 생활관계의 객관적 사실'에 따라 판단한다. 

철수는 어느 나라의 거주자일까? 우리나라에는 철수의 가족인 배우자와 딸이 있고, 그들은 철수의 급여로 생활했다. 그리고 철수가 중국에서 얻은 소득은 모두 우리나라로 송금되어 우리나라에 투자되었으며, 철수는 국내에서 임대소득도 얻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철수는 우리나라 소득세법상 거주자에 해당한다. 

그런데 중국에서의 생활을 보면, 조금 애매해진다. 철수는 1년 중 대부분의 시간을 중국에서 보냈고, 소득의 대부분을 중국 기업에서 얻었다. 그렇다면 중국 거주자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 여기서 주의할 점은 우리나라 소득세법상 거주자인지는 외국에서의 생활관계가 아닌 국내에서의 가족관계나 자산 등 생활관계를 중심으로 판단한다는 것이다(대법원 1993. 5. 27. 선고 92누11695 판결). 외국에서의 생활관계는 뒤에서 볼 이중거주자의 거주지국 판정에서 고려할 대상에 불과하다. 그리고 중국에서 거주자로 인정된다고 하여, 우리나라의 거주자로 인정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우리나라와 중국 모두에서 거주자로 인정될 수 있기 때문에 바로 조세조약을 통해 이중과세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이중거주자의 거주지국 판정

한·중 조세조약을 비롯한 우리나라가 체결한 대부분의 조세조약은 다음 순서로 거주지국을 정한다.

1. 항구적 주거가 있는 국가
2. 인적·경제적 이해관계가 더 밀접한 국가
3. 일상적 거소가 있는 국가
4. 국적국
5. 양국의 합의

실무에서는 주로 인적·경제적 이해관계가 더 밀접한 국가, 즉 중대한 이해관계의 중심지가 어디인지가 핵심 쟁점이 된다. 이중거주자로 인정되는 개인은 두 나라에 모두 항구적 주거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가 많아 ‘항구적 주거가 있는 국가’라는 기준이 결정적 역할을 하지 못하는 사건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중대한 이해관계의 중심지는 어떻게 판단할까? 대법원은 가족관계, 사회관계, 직업, 정치·문화 활동, 사업장소, 재산의 관리장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9. 3. 14. 선고 2018두60847 판결). 결국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데 그 판단이 쉽지 않다.

다만 해외 리그에서 활동한 프로축구 선수의 거주지국이 문제된 두 사건을 비교해 보면, 법원이 어떤 요소를 중시하는지 짐작해볼 수는 있다. 두 사건 모두 해외 구단이 제공한 숙소에서 생활했고, 해외에서 자산을 취득하지 않았으며, 해외에서 번 급여 대부분을 국내로 송금해 부동산 등을 구입하거나 국내에 남이 있는 가족의 생활비로 사용했다는 점 등의 사실관계가 유사했다. 그런데 일본 리그 선수 사건(대법원 2019. 3. 14. 선고 2018두60847 판결)에서는 일본이, 중국 리그 선수 사건(서울고등법원 2020. 8. 21. 선고 2019누64664 판결, 대법원에서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에서는 우리나라가 중대한 이해관계의 중심지로 인정되었다. 결론이 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

해외 체류기간이나 해외 리그로 가기 전 활동 등 일부 사실관계가 달랐지만, 결정적인 차이는 국내에 있는 가족에 있었다. 일본 사건에서는 선수로부터 생활비를 받은 국내 가족이 부모였던 반면, 중국 사건에서는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였다. 중대한 이해관계의 중심지는 여러 사정을 종합해 판단하는 것으로 한 가지 사실관계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법원은 국내에 남아있는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이 누구인지를 중시해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철수에 대한 과세처분은 적법할까?

철수는 우리나라 세법상 국내 거주자이면서 동시에 중국 세법상 중국 거주자이기도 하다. 이 경우 거주지국은 한·중 조세조약의 규정에 따라 결정된다. 철수가 해외에서 얻은 소득이 그대로 국내로 송금된 점, 우리나라에서는 자산을 취득한 반면 중국에서는 중국 기업에 근무한 것 외에 별다른 경제적·사회적 활동이 없었던 점, 특히 아내와 미성년 딸이 우리나라에서 거주하면서 철수가 송금한 돈으로 생활한 점 등을 종합하면, 철수의 조세조약상 거주지국은 우리나라로 판단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철수는 우리나라에서 중국에서 받은 급여에 대한 소득세를 내야한다. 다만 철수가 중국에 이미 납부한 소득세가 있다면, 이는 외국납부세액공제 제도를 통해 우리나라에서 낼 소득세에서 공제받을 수 있다.

※ 본 칼럼은 필자의 소속기관과 관련이 없음

☞허승 부장판사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연수원 37기로 법조계에 입문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서울서부지방법원, 대전지방법원, 대전고등법원, 수원고등법원을 거쳐 대법원 재판연구관(부장판사)을 지냈다. 한국세법학회 연구이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대전변호사회 우수법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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