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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이 눈여겨 보겠다는 '공급자금융', 홈플러스도 '곤혹'

  • 2025.11.03(월) 12:00

[프리미엄 리포트]김수헌 MTN 기업경제센터장

기업을 경영할 때 회계는 너무나 중요합니다. 경영자나 재무담당자가 회계를 잘 모르고 대충 처리했다가 기업이 위기 상황에 처하기도 하고, 거액의 손실을 입기도 하죠. 최근 금융감독원이 중점적으로 보고 있는 재무제표 이슈에 대해 한국회계기준원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김수헌 MTN 기업경제센터장과 함께 실제 사례를 토대로 짚어봤습니다.
그래픽=One AI(더존비즈온 AI 솔루션)

매각작업이 진행중인 홈플러스 원매자로 기업 두 곳이 예비입찰에 참여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름도 생소한 중소 AI업체와 부동산 개발업체라서 그런지 벌써부터 자금력이나 경영능력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홈플러스와 대주주 MBK파트너스는 그동안 검찰,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이른바 사정기관들의 조사를 받아왔다. 이 가운데 금감원은 홈플러스의 전자단기사채 발행 과정을 조사한 데 이어 회계 감리까지 진행했다.

시장에 알려지기로는 이른바 ‘구매전용카드’ 에 대한 회계기준위반을 지적하고 있는 모양이다. 임직원과 입점업체, 납품업체 등 수만명 생계가 걸려있는 국내 2위 대형마트의 생사를 가를 M&A 앞에 매입채무 회계처리를 따지고 있다하니 한편으로 이 M&A가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A사에 납품하는 회사가 매출채권을 금융회사에서 할인받아 현금화하는 것을 ‘팩토링’이라고 한다. 그런데 A사와 약정을 맺은 금융회사가 납품대금을 먼저 지급하고, A사가 차후 금융회사에 결제해 주는 방식을 ‘역팩토링’이라고 한다. 얼핏 봐선 팩토링과 비슷해 보이기는 한데, 구매업체인 A사가 주도적으로 금융회사와 약정을 맺고 납품대금을 조달하는 효과를 얻는다는 측면에서 ‘역팩토링’ 또는 ‘공급자금융약정’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구매기업이 금융회사의 납품대금 지급시점보다 뒤에 금융회사에 대한 결제를 진행한다면 운전자본이 개선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이 같은 역팩토링은 세부적인 거래조건에 따라 재무제표 표시가 달라질 수 있다. 예컨대 ‘매입채무 및 기타채무’의 범주로 분류할지, 아니면 금융회사가 납품사에 대금을 지급하는 시점에 매입채무를 제거하고 금융회사에 대한 새로운 금융부채로 인식해야 할지가 결정된다.

기업들이 역팩토링에 많이 쓰는 수단 중에 카드사와의 약정을 활용한  ‘기업구매전용카드’가 있다. 홈플러스가 구매전용카드로 납품사에 결제를 하면 카드사는 이 카드대금 채권을 자본시장에서 유동화했다. 채권을 증권사가 설립한 유동화전문회사(일종의 페이퍼컴퍼니)에 넘기면, 유동화회사는 카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자본시장에서 전자단기사채를 발행했다.

결과적으로 개인 또는 기관투자자로부터 조달한 전단채 발행대금이 납품대금으로 흘러가는 것이고, 홈플러스는 이 전단채(만기 1개월~3개월)에 대한 상환의무를 지게 되는 셈이다. 

홈플러스는 이 과정에서 매입채무를 제거하고 기타금융부채(2025년 2월말 기준 4617억원)를 인식했다. 8개 금융사와 약정을 체결한 쿠팡은 지급기일의 변동 등 채무조건이 실질적으로 변동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급자금융약정 부채를 ‘매입채무 및 기타채무’의 범주로 표시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역시 구매전용카드 약정을 매입채무와 기타채무의 범주로 분류한다. 반면 고려아연은 단기차입금으로 분류했다. 14개 금융회사와 매입채무에 대한 공급자금융약정을 체결하고 있는 고려아연은 “약정의 성격에 따라 매입채무를 제거하고 차입금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2025년 6월말 기준 1조6665억원). 

공급자금융약정은 지난해 주석공시사항으로 지정됐다. 금융감독원이 이미 이를 올해 재무제표 4개 중점심사 이슈 가운데 하나로 발표한 상황이다. 감독당국이 눈여겨보겠다고 하니 지난해 주석기재가 부실했던 기업이 있다면 올해는 더욱 신경을 써야 할 판이다.  

☞김수헌 센터장은?
고려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중앙일보, 이데일리 기자 생활을 거쳐 글로벌모니터 대표를 지냈다. 회계 분야 베스트셀러 '하마터면 회계를 모르고 일할 뻔 했다'의 저자로서 삼프로TV 언더스탠딩 채널에서 2년 동안 기업과 자본시장 이슈를 해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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