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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세무서 133곳 체납 성적표…'반포' 웃고, '구로' 울었다

  • 2026.01.21(수) 07:00

'정리중 체납액 현황' 빅데이터로 분석해보니

체납 세금은 국세청의 대표적인 골칫거리다. 체납자 명의로 된 재산이 없거나, 이미 폐업·파산한 경우도 적지 않아 징수에는 구조적 한계가 따른다. 그런데 전국 세무서별 체납 세금 정리 실적을 살펴보면, 같은 국세청 조직 안에서도 성과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체납 세금을 비교적 잘 정리한 세무서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곳도 있다. 

현재 체납 정리는 징수 성과를 넘어, 재정 운용과 직결된 정책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공약 이행을 위한 재정 확보 방안 가운데 하나로 이를 언급한 이후부터다. 국세청 역시 체납 관리 강화를 주요 과제로 삼고 있다. 최근 체납자 실태 확인을 전담할 '국세 체납관리단' 채용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국 133개 세무서의 체납 정리 실적을 비교해, 성과 차이를 만든 요인이 무엇인지 들여다봤다.  

국세청이 걷지 못한 체납 세금은 무려 110조원을 넘어선 상태다. 2024년 말 누계 체납액은 110조7310억원으로, 이 중 83%(91조3748억원)는 사실상 '징수를 포기한 세금'으로 불리는 정리보류액이다. 나머지 19조원 규모의 체납 세금은 정리 중에 있다. 체납액 정리 실적의 핵심 지표로는 '정리 대상 체납액(당월 체납액+이월 정리중 체납액-결정취소·경정감액)'이 쓰인다. 

택스워치가 국세청의 통계연보를 분석한 결과, 2024년 기준 세무서 단위로 정리 대상 체납액이 가장 많은 곳은 평택세무서(평택·안성시 관할)였다. 

전국 세무서의 정리 대상 체납액은 총 40조2962억원이었는데, 평택세무서 관내 체납액만 1조원(1조697억원)을 넘겼다. 

체납액 규모 상위(10위) 세무서들에서 눈에 띄는 건 '부자 동네'로 불리는 곳이 적지 않았다는 점이다. 

실제 서울 강남권 세무서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강남세무서의 정리 대상 체납액이 9046억원으로 평택서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삼성세무서(7853억원)는 4위, 역삼세무서(7414억원)는 5위, 서초세무서(7251억원)는 6위였다. 관광·부동산 자산가 비중이 높은 제주세무서는 8061억원으로 3위에 이름을 올렸다. 국세청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돈이 많이 도는 곳에 체납도 많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체납액 40% 이상 정리한 세무서, 전국 10곳뿐

전국 133개 세무서의 체납액 정리 비율(정리 대상 체납액에서 현금정리액을 나눈 비율)은 평균 30.7%였다. 

전체 세무서 중 정리 대상 체납액을 가장 많이 줄인 세무서는 어디일까.

서울지방국세청 산하(28개 세무서)만 떼어내서 보면, 반포세무서의 체납액 정리 비율(정리 대상 체납액에서 현금정리액을 나눈 비율)이 42.3%로 가장 높았다. 반포세무서는 정리 대상 체납액 4778억원 중 2022억원의 체납액을 현금 징수했다. 

반포세무서는 서울 지역에서도 재산세과를 2개 운영하는 몇 안 되는 세무서다. 고가 주택과 자산가가 밀집해 있어 부동산 관련 세원(양도소득세, 상속·증여세)이 많다고 볼 수 있다. 반포세무서를 포함해 정리 비율이 40%를 넘은 지역은 잠실·영월·삼척·속초·홍천·보령·논산·여수·부산진세무서까지, 전국에서 단 10곳뿐이다.

지방청으로 범위를 좁혀보면 대전·광주청의 정리 비율이 각각 32.7%로 가장 높았다. 인천청은 27.5%로 최저치를 기록했고, 그다음은 서울청(28.6%)이었다. 대전·광주지방청을 비롯해 대구청(32.45), 중부청(31.3%)은 평균 이상이었지만 서울청과 부산청(29.9%), 인천청은 평균 이하를 기록했다.

다만 이런 성과 차이를 세무서별 '징수 노하우'로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세청 관계자는 "체납 정리는 개별 세무서가 자율적으로 판단해 움직이는 구조가 아니라, 시스템적으로 운영된다"며 "특정 세무서의 성과가 높게 나타나는 경우도 상당 부분은 고액 체납이 우발적으로 정리된 영향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통계에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역삼세무서는 지난해 약 700억원 규모의 체납 세금이 한 번에 정리되면서 내부 평가 기준에서 1위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규모 체납 한 건이 정리되면 해당 연도의 정리 비율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구로·남대문세무서, 체납 정리가 쉽지 않았던 이유

서울 지역에서 체납 정리 비율이 가장 낮은 곳은 구로세무서(20.8%)와 남대문세무서(21.6%)였다. 이들 세무서의 정리 비율이 낮은 데는 관할 내 산업 구조나 체납 성격이 크게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구로세무서는 상대적으로 작은 법인과 개인사업자가 많아 경기 변동에 취약하다는 특징을 안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사업이 어려워지면 세금보다 당장 거래처 결제나 어음 상환을 우선할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체납이 발생한 뒤 회수가 쉽지 않은 구조가 된다"고 말했다. 

남대문서는 도매업 비중이 높다. 이들 업종은 거래 규모는 크지만, 한 번 사업이 어려워지면 체납이 장기화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IT 기업이 많은 분당세무서에서도 건설업 관련 체납이 두드러졌는데, 부동산 경기 둔화로 인해 체납이 늘어난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또 다른 국세청 관계자는 "자료상이 있는 곳은 실적이 좋은 데가 없다"고 말했다.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뒤 폐업하는 자료상 체납은 회수가 거의 어려워, 체납 정리 실적을 끌어내리는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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