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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은행 VIP 관심사는 절세 아니다…인생을 설계하는 세무사

  • 2026.01.26(월) 07:00

김혜리 세무법인 에이치케이엘(HKL) 부대표

기자님 노트북도 13인치인가요?

김혜리 세무사(세무법인 HKL 부대표)가 택스워치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이대덕 기자]

조그마한 노트북 가방과 책, 서류를 가득 들고 처음 만난 김혜리 세무사(세무법인 에이치케이엘 부대표)는 인터뷰 직전 대뜸 물었다. 

업무 특성상 항상 들고 다녀야 해 가장 작고 가벼운 것을 찾았다고 하자, 김 부대표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도 같은 이유로 13인치 노트북을 선택했다고 했다.

김 부대표의 이력은 특이했다. 24살에 세무사 자격을 취득한 뒤 국세청에서 16년을 근무했고, 이후 증권사와 은행에서 자산관리(WM) 전문가로 근무하다, 다시 세무사로 돌아왔다. 그동안 자산관리와 절세에 관한 책 3권을 집필하고, 현재는 유튜브와 블로그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아들 둘을 키우는 직장인으로 살아가면서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들고 꾸준히 업로드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김 부대표는 이 모든 것이 "13인치 노트북 덕분"이라고 말했다. 고객 상담 사이 잠깐의 틈이 생기면 어김없이 노트북을 열어 글을 쓰거나 자료를 정리한다는 그녀는, 여성으로서 국세청 조사국에서만 10년을 보낸 흔치 않은 이력을 갖고 있다.

이제 막 세무사로서 첫발을 디디기 시작한 김 부대표를 만나, 그녀의 일과 삶에 대해 들어봤다.

Q. 국세청에서 16년 근무하고, 증권사와 은행을 거쳐 다시 세무법인으로 왔다. 국세청 입사 전부터 세무사 자격증이 있었다고 들었다. 일반적인 세무사와는 다른 길을 걸어온 것 같다.
  국세청 퇴직은 2022년에 했다. 24살에 강남세무서를 시작으로 국세청에서만 16년을 근무했고, 그중 10년은 서울지방국세청 조사국에서 법인 세무조사와 상속·증여 조사, 고액자산가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조사국에서는 고액자산가의 상속이 발생했을 때 상속세 세무조사를 하거나, 주식 증여·양도, 유상증자처럼 법인의 지분 구조가 변동될 때, 또 부동산을 취득할 때 자금 출처가 명확한지 등을 조사한다. 법인과 재산 분야를 모두 경험했고, 조사 현장에서 느낀 점은 세금 문제의 대부분이 사후 대응이 아니라, 사전에 설계를 놓쳐서 생긴다는 것이었다.

국세청 입사 전 세무사 자격을 취득했기 때문에, 조사관이 아닌 세무사로서의 역할에 대한 고민도 계속 있었다. 조사는 이미 발생한 결과를 들여다보는 일이라면, 세무사는 그 이전 단계에서 선택을 도와줄 수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조사 이후가 아니라 그 전 단계에서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증권사와 은행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Q. 조사국에서 10년을 근무한 여성 세무사라는 점도 특별해 보인다. 당시 환경은 어땠나?
  조사국 자체에 여성 직원이 많지 않았고, 세무사 자격을 가진 조사관도 드물었다. 특히 조사국에 10년 이상 근무한 여성은 거의 없었다. 그렇다고 당시를 특별히 힘들었다고 기억하지는 않는다. 10년이 정신없이 지나갔다. 

시간이 지나 돌아보니, 조사국에서의 경험이 제 커리어에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됐다. 조사를 끝내고 세금을 고지할 때, '이 세금을 이분이 과연 낼 수 있을까' 걱정이 들 때도 있었다. 국세청은 금융자산과 부동산 등 모든 자산을 통합해서 전체 세금을 과세하기 때문이다. 조사관으로서 세금을 고지하는 역할이었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늘 그런 고민이 있었고, 그 경험이 이후 진로 선택에도 영향을 줬다.

김 부대표는 국세청 조사국 근무 경험을 떠올리면서 "조사는 이미 발생한 결과를 들여다보는 일이라면, 세무사는 그 이전 단계에서 선택을 도와줄 수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사진: 이대덕 기자]

Q. 이후 증권사와 은행에서 자산관리(WM) 업무를 했다. VIP 고객과 일반 고객의 차이는 무엇인가?
  은행 VIP 고객이라고 하면 자산이 많다는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지만, 실제로는 그만큼 고민도 많다.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고객부터 별도의 VIP 창구를 이용하고, 자산 규모가 더 큰 경우에는 일반 점포가 아닌 특화 금융센터를 이용한다. 요즘 VIP 특화센터가 점점 많이 생기고 있다.

VIP 고객들이 가장 많이 물어보는 질문은 단순한 절세 방법이 아니다.'이 자산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넘기는 게 맞는지', '지금 구조가 국세청 시각에서 안전한지', '가족 간 거래나 법인 활용이 향후 조사 리스크로 이어지지 않는지' 같은 질문을 많이 한다. 

때문에 일반적인 절세 상담 뿐만아니라 자산 구조 점검, 상속·증여 타이밍 설계, 법인 개인 자산의 분리, 그리고 세무조사 가능성까지 생각한 리스크 관리를 자문했다. VIP 고객일수록 '얼마를 아끼느냐'보다는 '문제가 생기지 않는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Q. 기업 오너들이 주식 증여를 할 때 도움이 될 만한 팁이 있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가치와 시기다. 기업 가치가 높아진 이후에 증여하면 세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성장 이전 단계에서 분산 증여하는 것이 유리하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지분율 변화가 경영권과 연결된다는 것이다. 세금만 보고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 의결권 구조, 향후 투자 유치, 가업승계 요건까지 함께 검토해야 한다.

특히 법인 거래를 활용한 우회 증여는 국세청에서 가장 민감하게 보는 영역 중 하나다. 구조가 합리적인지, 실질이 있는지까지 함께 검토해야 조사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김 부대표는 국세청을 나와 증권사와 은행에서 자산관리(WM) 전문가로 근무한 이력도 있다. 그는 "VIP 고객일수록 '얼마를 아끼느냐'보다는 '문제가 생기지 않는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사진: 이대덕 기자]

Q. 자산가 외에도 자식들에게 자산을 주고 싶은 분들이 꼭 알아야 할 것이 있다면?
  저 역시 세무사이기 이전에 부모다. 많은 부모들이 자녀의 결혼이나 주택 마련을 돕고 싶어 하지만, 증여세 부담 때문에 망설이게 된다. 이럴 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나누어 주기' 전략이다.

예를 들어, 딸이 만 30세에 독립한다고 할 때 아파트 전세금 2억4000만원을 한 번에 주면 증여세 2700만원을 내야한다. 하지만 딸이 태어났을 때 2000만 원, 만 10살에 2000만원, 성인이 된 이후 5000만원, 만 30세에 5000만원, 결혼할 때 1억원을  나눠서 증여하면 같은 금액을 세금 없이 줄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세금 절감뿐 아니라, 자산이 일찍부터 자녀 명의로 쌓이면서 자산의 가치가 올라가는 효과도 자녀가 온전히 가져갈 수 있다.

Q. 책 집필과 유튜브 업로드도 활발히 하고 있다. 유튜브는 직접 촬영과 편집까지 한다던데, 아이 둘을 키우면서 어떻게 가능한지 궁금하다.
 책을 총 3권을 썼는데, 한 번에 쓴 건 아니고 3년에 걸쳐 집필했다. 국세청 조사 분야 공무원을 가르치는 겸임 교수로 활동하면서 현장에서 가장 많이 겪은 사례들을 정리했다.

유튜브 '국세언니TV 자산승계전략실'은 은행에서 기고하던 글과 방송에서 다룬 이야기를 좀 더 전문적으로 풀어보고 싶어 시작했다. 상속·증여, 주식, 자금 출처처럼 실제로 많이 질문받는 이슈를 중심으로 한다. 

초등학교 3학년, 5학년 두 아들이 있다. 새벽 시간을 활용하는 편이고, 틈나는 시간을 쪼개 쓴다. 그래서 13인치 노트북을 항상 들고 다닌다. 고객 상담 사이 잠깐의 시간에도 글을 쓰거나 자료를 정리한다. 

집에는 따로 서재가 없고, 거실 식탁에서 일한다. 아이들이 같이 옆에서 같이 공부하면 좋은데, 다들 각자 방에서 시간을 보낸다. 그게 이젠 익숙하다.

Q. 세무사님이 생각하는 '좋은 자산 설계'란 무엇인가?
  좋은 자산 설계는 숫자가 맞는 설계가 아니라, 그 사람이 인생을 살폈을 때 납득할 수 있는 설계다. 자산 설계는 본인이 인생의 가치를 찾는 것이다. 부모님 입장에서는 무조건 미리 주는 게 절세가 맞다. 하지만 그게 항상 정답은 아니다.

다 주고 싶은 분들도 있고, 본인 몫을 챙기고 싶은 분들도 있다. 평생 힘들 게 일군 자산을 주고 싶은 이유, 남기고 싶은 이유를 충분히 듣고, 그 뜻을 존중한 상태에서 가족 간에 갈등이 생기지 않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아이들에게 자산을 주고 싶은 건지, 쓰고 싶은 건지, 불리고 싶은 건지 의중이 중요하다. 장남한테만 주고 싶다고 하시는 분들은 그럼 그 뜻대로 하되, 나중에 자녀들이 싸우지 않을 수 있는 다른 방안을 생각해 보자고 제안한다. 본인 것은 다 장남에게 주더라도, 아내 자산은 딸에게 주는 것으로 약정서를 쓰거나 하는 방법이다. 

그래서 자산 설계는 돈의 문제가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을 이해하고 정리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김혜리 세무법인 에이치케이엘(HKL) 부대표 세무사. [사진: 이대덕 기자]

☞김혜리 세무사는?
국세청에서 16년간 근무하며 법인 세무조사와 상속·증여 조사를 담당했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에서 법인 세무조사를, 조사3국에서 상속·증여·양도 및 주식 변동 조사를 수행하며 고액자산가 세무조사, 가업승계 검증, 주식 변동 조사 업무를 다수 맡았다. 이후 신한투자증권과 우리은행 자산관리(WM) 부문에서 근무하며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세무 컨설팅을 진행했다. 현재는 세무법인 HKL 부대표로서 상속·증여, 자산 이전, 조사 대응 자문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알수록 돈이 되는 부의 설계', '한눈에 보는 주식과 증여', '알면 돈 되고 모르면 돈 내는 절세비법(공저)'이 있다. MBTI는 ISTP. 말보다 구조를 먼저 보고, 감정보다 사실과 맥락을 중시하는 성향이다. 상담에서도 정답을 앞세우기보다 충분히 듣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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