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롤로그: 절세 컨설팅의 화려한 유혹, 그리고 그 이면
최근 유튜브 또는 자산가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세미나의 주제는 단연 '가족 법인'이다. 수십억원의 자산을 세금 한 푼 안 내고 자녀에게 넘겨줄 수 있다는 달콤한 제안은 불황 속 자산가들의 욕망을 자극한다. 하지만 현행 세법의 틈새를 정교하게 파고들지만 이 완벽해 보이는 설계도에는 치명적인 맹점이 숨어 있다. 과세관청은 바보가 아니며, 과도한 조세 회피 노력은 결국 더 큰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
'무늬만 본점'의 함정
서울시 시내 부동산 빌딩을 취득하면서, 취득세 중과(9.4%)를 피하기 위해 법인 본점만 비과밀지역(김포, 용인 등)에 두는 것이다. 이는 전형적인 '주소세탁' 수법이다.
1. 실체 없는 페이 컴퍼니의 위험성
컨설팅 업체들은 본점 주소만 옮겨두면 취득세가 절반 이하(4.6%)로 줄어든다고 홍보한다. 하지만 과세 관청은 바지사장과 공유오피스에 걸어둔 간판만으로 '본점'을 인정하지 않는다.
최근 지자체 세무조사는 상상을 초월한다. 직원의 출퇴근 교통카드 기록, 신용카드 사용 지역, 심지어 인터넷 IP 접속 로그까지 뒤져 '실질적인 의사결정이 어디서 이루어졌는가'를 따진다.
만약 서울에서 부동산을 관리하면서 경기도 외곽에 명패만 걸어둔 것이 적발된다면, 절감했던 취득세는 물론이고 무거운 가산세까지 추징당하게 된다. 이는 '절세'가 아니라 명백한 '탈세' 행위다.
2. 운영법인 분리 꼼수의 한계
부동산 소유 법인(C)과 운영 법인(D)을 쪼개는 전략 또한 위태롭기는 마찬가지다.
C법인은 임대만 주고, D법인이 실제 운영을 하여 취득세 중과를 피하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가족이 지배하는 두 법인 간의 거래가 시가와 다르거나, 실제로는 하나의 사업체처럼 운영된다면 '부당행위계산부인'의 타겟이 된다. 법적으로 법인을 두 개로 나눴다고 해서 경제적 실질까지 둘로 나뉘는 것은 아니다.
'부모 은행'의 도덕적 해이: 금수저를 위한 기울어진 운동장
최근 유행 전략의 정점은 부모가 자녀 법인에 수십억원을 빌려주면서도 증여세를 내지 않는 이른바 '21억원 무이자 대출' 기술이다.
1. 법의 허점을 이용한 부의 이전
현행 상속증여세법 시행령은 특수관계 법인에게 얻은 이익이 연간 1억원 미만일 경우 증여세를 과세하지 않는다는 허점이 있다. 이를 역이용해 부모는 자녀 법인에 약 21억7000만원까지 무이자로 자금을 꽂아준다.
이는 자녀가 땀 흘려 번 돈이 아니라, 부모의 거대 자본을 '공짜로' 이용해 자산을 불리는 구조다. 일반 직장인들이 은행 이자에 허덕일 때, 자산가 자녀들은 '아빠 찬스'로 무혈입성하는 셈이다. 이는 합법을 가장한 편법 증여이며, '기회 평등'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한다.
2. 업무무관가지급금 리스크
부모 법인이 자녀 법인에 돈을 빌려주는 경우도 문제다. 이는 해당 법인의 고유 목적 사업과 무관한 자금 대여이므로 '업무무관 가지급금'으로 분류된다.
결국 돈을 빌려준 부모 법인은 이자 비용을 인정받지 못해 법인세가 늘어나고, 자녀 법인은 특혜 시비에 휘말린다. '세금 없는 부의 이전'을 위해 멀쩡한 법인을 자금줄로 전락시키는 셈이다.
'치고 빠지기'식 법인 청산: 꼬리 자르기는 통하지 않는다
부동산 투자용 자회사(SPC)를 만들고 매각 차익을 챙긴 뒤, 법인을 즉시 해산하여 세금을 줄이는 전략은 국세청이 가장 예의주시하는 패턴이다.
1. 가장 납입과 조세 회피 목적의 설립
자회사를 설립하고 청산하는 과정이 오로지 '세금을 줄이기 위한 목적'뿐이라면, 국세청은 실질과세 원칙에 따라 이 모든 과정을 부인할 수 있다.
특히 모회사가 자회사 설립 자본금을 대는 과정에서 부모의 자금이 우회적으로 들어간 정황이 포착된다면, 이는 자본금 가장 납입이나 변칙 증여로 간주될 수 있다.
2. 배당소득세 회피를 위한 꼼수
자회사 해산 시 발생하는 의제배당에 대해 '수입배당금 익금불산입'을 활용해 세금을 안 내겠다는 발상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하지만 단기간에 '설립-매각-청산'이 반복되는 행태를 국세청이 정상적인 경영 활동으로 봐줄 리 만무하다. 이는 제도의 취지를 악용하는 전형적인 '조세셸터(Tax Shelter)' 남용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보험을 이용한 CEO플랜: 안전자산이 아닌 시한폭탄
법인 비용으로 보험료를 내고, 나중에 그 돈을 퇴직금이나 자녀의 상속세 재원으로 쓰겠다는 'CEO 플랜'은 최근 세무조사의 단골 메뉴다.
1. 비용 부인의 공포
과거에는 경영인 정기보험이 절세 만능키로 통했으나, 최근 과세 당국은 만기 환급률이 높은 보험 상품을 저축성으로 간주하여 비용 처리를 부인하는 추세다. 수년간 법인 비용으로 털어냈던 보험료가 세무조사 한 번에 전액 부인되고 수억원의 법인세 추징금으로 돌아올 수 있다.
2. 실질 납입자 규명(Substance Over Form)
어떤 유튜브를 보면 자녀가 배당받은 돈으로 부모 보험을 들어 상속세를 피하라고 조언한다 . 이를 '크로스플랜'이라고 하는데, 핵심은 "보험료를 낼 능력이 자녀에게 있었느냐"다.
자녀 법인의 배당 재원이 결국 부모가 빌려준 돈에서 나왔다면, 국세청은 이를 자녀의 고유 재산이 아닌 부모의 돈으로 보고 상속세 과세 대상에 포함시킬 가능성이 매우 높다. 꼬리표가 붙은 돈은 세탁되지 않는다.
에필로그: 과유불급, 탐욕이 부르는 세금 폭탄
최근 유튜브 등에 유행하는 전략들은 마치 정교한 시계태엽처럼 맞물려 있다. 취득세를 피하고, 증여세를 건너뛰고, 법인세마저 줄이려 한다. 그러나 이토록 완벽해 보이는 플랜이 간과하고 있는 것은 '현실의 불확실성'과 '세정의 변화'다.
지금 당장은 법의 테두리 안에 있을지 몰라도, 이러한 공격적인 조세 회피 행위가 누적되면 정부는 반드시 세법 개정이나 예규 변경을 통해 구멍을 메운다. 그때 가서 "컨설팅 업체의 말만 믿었다"고 하소연해봤자 소용없다. 가산세와 세무조사의 고통은 오로지 납세자의 몫이다.
진정한 절세는 합리적인 수준에서 세금을 내고, 당당하게 자산을 지키는 것이다. 법인을 쪼개고, 주소를 옮기고, 부모 돈을 빌려 쓰는 복잡한 기교는 결국 탈세의 유혹에 빠진 자산가를 벼랑 끝으로 내몰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곽영국 대표세무사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국세청 조사국 등에서 약 20년간 대기업과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세무조사 실무를 담당했다. 이후 2011년부터 2024년까지 법무법인(유한) 태평양에서 세무조사 실무대응팀 책임 세무사로 활동하며 조세심판·세무조사 대응 분야를 이끌었다. 대기업 총수 상속·증여세 인용 사건과 기업 분할·합병 과세 취소 사례 등 굵직한 승소 실적을 쌓았다. 현재는 세무법인 HKL의 공동 대표세무사로서 세무조사 사전 진단, 조세 쟁송, 상속·증여세 자문 등 조세 리스크 관리 전반에서 전문성을 발휘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