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hapter 1] 프롤로그: 짓다 만 건물의 유혹과 함정
공사가 중단된 현장, 기회인가 재앙인가?
부동산 경기가 나빠지거나 시행사가 돈이 부족해지면, 공사가 멈춘 채 뼈대만 남은 건물을 자주 볼 수 있다.
이런 미완성 건물은 경매, 공매, 개인 거래 시장에서 헐값에 나온다. 투자자나 건설업자 입장에서는 저렴한 가격에 사업권을 인수하여 완공만 시킨다면 막대한 시세 차익을 거둘 수 있는 매력적인 먹잇감, 즉 '블루오션'으로 비칠 수 있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미완성 건물 인수를 두고 "철저한 법리 검토 없이는 독이 든 성배를 마시는 것과 같다"고 경고한다.
가장 치명적인 문제는 바로 '소유권 귀속(원시취득)'과 '세금(취득세)' 문제다. 내가 내 돈을 들여 건물을 완공시켰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당신은 주인이 아니다"라고 판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내가 지었으니 2.8%의 세금만 내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다가 4%가 넘는 승계취득세 폭탄을 맞을 수도 있다.
이 글에서는 대법원 판례를 바탕으로 미완성 건물 인수 시 꼭 확인해야 할 소유권과 취득세 문제를 분석한다.
특히 기둥, 지붕, 주벽이라는 기준이 소유권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그리고 사실상 취득이 세금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쉽게 설명한다.
[Chapter 2] 민사상 쟁점: 누가 이 건물의 최초 주인(원시취득자)인가?
노력과 비용 vs 건물의 독립성
건물을 새로 지어 소유권을 얻는 것을 원시취득이라고 한다. 등기가 없어도 건물을 처음 지은 사람이 주인이 된다. 문제는 미완성 건물을 인수해 완공했을 때다. 예를 들어, 전 건축주가 30%를 짓고, 새로운 사람이 나머지 70%를 지었다면 누가 주인일까?
1. 대법원의 확고한 기준: '독립된 건물'의 3요소
대법원은 일관되게 "사회통념상 독립한 건물이라고 볼 수 있는 형태와 구조를 갖추었는가?"를 기준으로 삼는다. 여기서 말하는 형태와 구조란 ①기둥, ②지붕, ③주벽을 의미한다(대법원 2003. 5. 30. 선고 2002다21592 판결).
이 세 가지 조건이 모두 갖춰지는 순간, 건물 소유권이 생긴다. 이때 공사를 진행한 사람이 소유권을 갖는다.
2. 경우의 수 A: 승계인이 소유권을 뺏기는 경우(부합의 법리)
가장 억울한 케이스는 인수 당시 이미 골조 공사가 끝나고 외벽과 지붕이 덮인 상태인 경우다.
대법원 2002. 4. 26. 선고 2000다16350 판결은 다음과 같이 설시한다.
"건축 공사가 중단된 시점에서 이미 사회통념상 독립한 건물이라고 볼 수 있는 형태와 구조를 갖추고 있었다면, 원래의 건축주가 그 건물의 소유권을 원시취득한다."
이 경우 승계인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내장 공사, 창호 공사, 설비 공사를 마쳐 사용승인을 받더라도, 법적으로 승계인은 '남의 건물에 인테리어를 해준 사람'에 불과하다.
승계인이 시공한 부분은 기존 건물에 '부합(일체화)'된 것으로 보아, 승계인은 소유권을 가질 수 없다. 결국 승계인은 전 건축주로부터 소유권 이전 등기를 받아야 하는데, 전 건축주가 채무 문제로 도주했거나 건물이 압류된 상태라면 승계인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될 수 있다.
3. 경우의 수 B: 승계인이 소유권을 얻는 경우
반대로, 기초만 있거나 뼈대만 남은 상태에서 인수하면 다르다.
대법원 2006. 11. 9. 선고 2004다67691 판결은 중요한 기준을 제시한다. 일부 층의 기둥과 옹벽이 있었더라도, 전체적으로 볼 때 아직 독립된 건물이 아니었다면, 이를 인수하여 완공한 승계인이 전체 건물의 소유권을 원시취득한다고 보았다.
이때 전 건축주가 해놓은 공사 부분은 부동산이 아닌 '동산'이나 '토지 정착물'로 간주되며, 승계인은 이를 이용해 건물을 완성한 주체가 되는 것이다.
[Chapter 3] 세법상 쟁점: 원시취득세(2.8%)냐 승계취득세(4.6%)냐?
세금의 이름표를 결정하는 '현장 사진 한 장'
민사상 소유권 다툼이 정리되었다면, 다음은 세금 전쟁이다. 지방세법상 건물을 신축(원시취득)하면 2.8%의 취득세율이, 매매나 경매로 취득(승계취득)하면 농어촌특별세 등을 포함해 약 4.6%의 세율이 적용된다. 금액 단위가 큰 시행 사업에서 이 차이는 수억 원에 달할 수 있다.
1. 경매로 샀는데 '원시취득'이라니?
일반적으로 경매로 부동산을 사면 승계취득이다. 하지만 미완성 건물은 예외가 될 수 있다.
대법원 2018. 7. 11. 선고 2018두33845 판결은 경매로 미완성 건물을 인수한 사안에서 매우 중요한 법리를 제시했다.
"낙찰자가 잔금을 완납했을 때 건물이 완성되지 않았다면, 그때 취득한 것은 건물이 아니다. 이후 낙찰자가 공사를 마쳐 사용승인을 받거나 사실상 사용하게 된 때에 비로소 건물을 '원시취득'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법원은 낙찰자가 경매 대금을 냈더라도 그것은 '미완성 구조물(자재 덩어리)'을 산 것이지 '건물'을 산 것이 아니라고 본다. 따라서 낙찰자가 자기 비용으로 건물을 완성시켰다면, 이는 건물을 새로 지은 것과 같으므로 낮은 세율인 원시취득세(2.8%)를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투자자에게 매우 유리한 판례다.
2. 과세 관청과의 줄다리기
실무에서는 여전히 분쟁이 많다. 과세 관청은 세수 확보를 위해 전 건축주에게 1차적으로 원시취득세를 부과하고, 승계인에게 승계취득세를 부과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때 승계인은 "인수 당시 현장 사진"을 들이밀어야 한다. 인수 당시에 지붕이 없었고 벽이 없었음을 증명한다면, 2018두33845 판례를 근거로 원시취득임을 강력하게 주장할 수 있다. 반대로, 이미 외관이 멀쩡했다면 꼼짝없이 승계취득세를 내야 하며, 전 건축주의 체납 세금 문제까지 얽힐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Chapter 4] '사실상 취득자'의 딜레마와 납세 시기
등기 안 해도 세금 내라? 무서운 '실질과세 원칙'
취득세법에는 '사실상 취득'이라는 무서운 개념이 있다. 등기라는 형식적 절차를 밟지 않았더라도, 소유권 취득의 실질적 요건을 갖추면 세금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미완성 건물 인수자에게 이 개념은 언제, 누구에게 적용될까?
1. 누가 사실상 취득자인가? (명의 vs 실질)
건축 허가 명의가 A로 되어 있어도 실제 자금을 대고 공사를 진행한 사람이 B라면, 세법은 B를 사실상 취득자로 본다.
따라서 미완성 건물을 인수하여 완공한 승계인은, 설령 사용승인서상 명의를 전 건축주 이름으로 잠시 놔두었다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공사비를 투입해 건물을 완성했다면 본인이 취득세 납세의무자가 된다.
이를 간과하고 명의만 빌려 썼다가는 명의대여자에게 부과된 세금에 대해 증여세 문제나 구상금 청구 소송 등 복잡한 2차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
2. 언제 사실상 취득한 것으로 보는가? (사용승인일 vs 사실상 사용일)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취득 시기'다. 취득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신고·납부하지 않으면 가산세가 붙는다.
대법원 2023. 12. 28. 선고 2020두49997 판결 등 최근 판례들은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건축물을 건축하여 취득하는 경우, 사용승인서 교부일과 사실상 사용일 중 빠른 날이 취득일이다"
많은 투자자들이 "아직 준공검사(사용승인)가 안 났으니 세금 안 내도 되겠지"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공사가 얼추 끝나서 임시로 전기를 끌어다 쓰고, 집기류를 들여놓고 영업을 시작하거나 거주를 시작했다면? 세법은 그 날을 '사실상 사용일'로 보고 그날부터 60일 카운트다운을 시작한다.
특히 미완성 건물을 인수해 완공한 경우, 정식 준공 전에 '임시사용승인'을 받거나 무단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가 바로 세금 폭탄의 도화선이 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Chapter 5] 에필로그: 성공적인 인수를 위한 실무 체크리스트
미완성 건물 인수는 고위험 고수익(High Risk, High Return) 투자의 전형이다. 법리와 세무 이슈를 정복한 자만이 이 시장의 승자가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실무자가 반드시 챙겨야 할 체크리스트를 제언한다.
첫째, 인수 전 '현장 상태'를 법적으로 박제하라.
계약서 도장 찍기 전에 드론 촬영, 구석구석의 현장 사진 촬영은 필수다. 특히 '지붕'과 '주벽'의 유무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는 훗날 소유권 소송과 세무 조사에서 나를 지켜줄 유일한 무기다. 공정률이 적힌 감리보고서나 공사일지도 확보해야 한다.
둘째, 전 건축주와의 권리 관계를 명확히 하라.
민사상 전 건축주가 원시취득자로 판명될 가능성이 높다면(이미 골조 완성), 아예 계약 단계에서 '소유권보존등기 후 이전등기' 절차를 특약으로 넣거나, 전 건축주의 협조를 받아 건축주 명의 변경 절차를 선행해야 한다. 유치권자가 점유하고 있다면, 그 점유가 적법한지(건물 요건을 갖췄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셋째, 자금 집행 내역을 투명하게 관리하라.
내가 '사실상 취득자(원시취득자)'임을 주장하려면, 내 돈으로 자재를 샀고 내 돈으로 인부를 썼다는 증빙(세금계산서, 이체내역)이 완벽해야 한다. 이것이 없으면 과세 관청은 명의자인 전 건축주에게 과세하거나, 혹은 승계취득세를 부과하려 할 것이다.
넷째, '사용'의 시점을 조절하라.
준공 전 입주는 세금 납부 시기를 앞당긴다. 자금 계획이 빡빡하다면 사실상 사용 개시일을 전략적으로 조절할 필요가 있다.
법은 잠자는 자를 보호하지 않는다. 특히 짓다 만 건물의 법리는 '형태'와 '실질'이라는 두 가지 잣대로 시시각각 변한다. 이 글에서 언급한 대법원 판례번호들(2002다21592, 2000다16350, 2018두33845)을 기억하고,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것이 미완의 폐허를 황금의 성으로 바꾸는 연금술의 시작이다.

☞곽영국 대표세무사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국세청 조사국 등에서 약 20년간 대기업과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세무조사 실무를 담당했다. 이후 2011년부터 2024년까지 법무법인(유한) 태평양에서 세무조사 실무대응팀 책임 세무사로 활동하며 조세심판·세무조사 대응 분야를 이끌었다. 대기업 총수 상속·증여세 인용 사건과 기업 분할·합병 과세 취소 사례 등 굵직한 승소 실적을 쌓았다. 현재는 세무법인 HKL의 공동 대표세무사로서 세무조사 사전 진단, 조세 쟁송, 상속·증여세 자문 등 조세 리스크 관리 전반에서 전문성을 발휘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