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입국장에는 오래된 소문이 있습니다.
"명품은 무조건 걸리는 게 아니다"
"신고하면 바보다"
"아이까지 합치면 면세한도가 늘어난다"
해외여행에서 사 온 약이나 해외직구 의약품도 마찬가지입니다. "약은 걸리면 끝이다"라는 말이 심심찮게 돌고 있죠.
이 소문들, 정말 사실일까요?
신민호 대문관세법인 대표관세사(경제학 박사)는 유튜브 채널 '더존TV'의 '택스 스터디카페'에 출연해 공항과 해외직구에서 떠도는 대표적인 '관세 미신'을 정리했습니다. 결론은 간단합니다. 예전에는 맞았던 말이 지금은 더 이상 통하지 않습니다.
미신1. "명품은 복불복이죠. 걸리면 운이 나쁜 거고요"
결론: 이제 명품은 복불복이 아니다
명품은 해외여행 쇼핑의 꽃입니다. 문제는 세금입니다. 정직하게 신고하고 세금을 내자니 아깝고, 신고하지 않아도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이 생기죠.
과거에는 이 말이 어느 정도 사실이었습니다. 수많은 여행자의 가방을 일일이 검사하는 건 인력으로 불가능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관세청은 여행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검사 대상을 선별합니다. 모든 사람을 다 보지 않아도, 볼 사람만 골라 볼 수 있는 시대가 된 겁니다.
관세청은 면세점 쇼핑내역은 물론 해외에서 신용카드로 결제한 쇼핑내역도 확인할 수 있죠. 명품을 구매한 내역은 있는데 세관 신고를 하지 않았다면, 세관에서는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뜻입니다.
신 관세사는 "세관이 여행자 조사나 분석을 안하는 게 아니다. 여행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검사 대상이 선별된다"며 "웬만한 것은 다 걸린다고 보면 된다. 운에 기대지 말고 자진신고하면 세금 감면을 해주고, 무엇보다 공항에서 눈치 보며 나오다가 걸리면 즐거운 여행을 망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미신2. "아이까지 합치면 면세한도가 늘어나잖아요"
결론: 가족합산은 안 된다. '사용자 기준'이다

현재 면세한도는 1인당 800달러입니다. 여기에 술 2L 이하(400달러 이하) , 향수 100mL 이하, 담배 200개비 이하는 별도로 면세 적용받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쇼핑을 하다 보면 800달러를 쉽게 넘긴다는 겁니다. 예컨대 성인 여성이 사용할 700달러 가방과 500달러 시계를 샀다면,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합니다.
"아이랑 같이 왔으니까 아이 몫까지 합치면 되는 거 아닌가?"
하지만 이건 착각입니다. 면세는 인원 수가 아니라 실제 사용하는 사람을 기준으로 적용됩니다. 성인 여성이 사용할 명품 가방과 시계를 어린 자녀 몫으로 처리해 면세를 받는 건 어렵습니다.
또 1600달러짜리 가방을 '부모 800달러 + 자녀 800달러'로 나눠 면세를 받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가방을 반으로 나눠 사용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신 관세사는 "면세한도를 가족합산, 자녀합산 이런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이건 불가능하다. 면세품은 실제 사용하는 사람을 기준으로 적용한다"며 "미성년자의 경우는 술과 담배도 면세 적용을 받을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보너스) 술, 아직도 '2병'까지라고 알고 있다면?
이건 참고로 알고 계시면 좋을 텐데요. 술의 병 수 제한은 폐지됐습니다. 2L 이하와 400달러 이하라는 조건만 충족하면 10병도 면세 가능하죠. 과거에는 2병이라는 병수 제한 때문에 미니어처 위스키 같은 것은 구입하기 망설여졌지만 용량과 가격 제한 조건만 지킨다면 이제는 미니어처 위스키 10병을 사도 된다는 말입니다.
미신3. "해외에서 산 약은 걸리면 끝이다"
결론: 처방전은 통관 티켓이다
해외여행이나 해외직구로 건강기능식품과 의약품을 사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런데 이 분야에는 더 강한 공포가 있습니다. "걸리면 끝이다"라는 것이죠.
해외여행이나 해외직구 모두 자가사용 목적의 건강기능식품과 일반의약품은 총 6병 이내까지는 자가사용으로 인정돼 통관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대부분 6병을 초과하면 통관이 안된다고 알고 있죠.
그러나 6병을 초과해도 통관이 가능한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의사의 처방전이죠. 처방전이 있다면 6병을 초과하더라도 처방전에 기재된 수량만큼 통관이 가능합니다.
전문의약품의 경우 처방전이 필수입니다. 비아그라와 같은 전문의약품은 처방전이 없다면 아예 통관이 불가능합니다.
여기서 궁금증이 생기죠. 건강기능식품은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물품인데, 건강상 꼭 필요해서 6병을 초과해 구입해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런 경우에는 의사 소견서를 받으면 됩니다. 건강상의 이유로 건강기능식품이 필요하다는 의사의 소견서가 있다면 통관이 가능합니다. 이는 해외직구도 똑같이 적용합니다.
신 대표는 "처방전은 의약품의 신분증, 통관용 티켓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며 "해외직구로 건강기능식품이나 의약품을 구입하고 통관 보류 메시지를 받았다면 당황하지 말고 처방전이나 소견서를 스캔해서 휴대폰의 앱으로 제출하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보너스) "요즘 통관이 늦어졌다"는 말, 근거가 있어요
최근 해외직구 통관이 평소보다 오래 걸리는 경우가 늘었다는 말도 나옵니다. 통관이 늦어지면 내가 구입한 물건에 문제가 있나 마음을 졸이게 되죠. 하지만 신 관세사는 그 배경에 국제우편·소액화물을 악용한 마약 유입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관세청이 검사를 강화하면서 통관 절차가 까다로워졌다는 뜻입니다. 통관이 늦어진다고 마음 졸이지 말고, 관세청이 마약 유입을 막기 위해 열심히 검사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