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 지금이라도 금 사야 하는 것 아니야?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았다. 내가 머릿속으로만 굴리던 생각을 딸이 먼저 꺼냈다는 사실이 충격이었다.
"엄마도 사실 그 생각을 했어. 작년에 금을 살까 고민했는데, 이미 가격이 많이 올라서 그냥 놔뒀어. 그런데 이렇게까지 오를 줄은 몰랐지"
금값은 계속 오르고 있다. 1년 전만 해도 금 1g 가격은 지금의 절반이었다. 나는 이미 가격이 너무 올랐다고 생각했지만, 예상이 틀렸다.
후회가 묻어나는 내 목소리에 소영이는 지금이라도 사면 된다며 위로 아닌 위로를 건넸다.
"지금 금을 샀다가 가격이 떨어지면 어떡하지?"
그러자 소영이는 예전에 내가 해줬던 말을 그대로 되돌려줬다. 요즘 사람들은 현금의 가치를 예전만큼 믿지 않는다. 그래서 코인이나 금처럼 오래전부터 가치가 있던 것에 더 신뢰를 보낸다.
"요즘은 나라들이 돈을 너무 많이 찍잖아. 그러니까 현금 가치가 떨어지는 거고. 그래서 금이나 코인이 더 믿을 만하다고 느끼는 거 아니야?"
나는 여전히 마음이 편치 않았다.
"엄마 생각에는 지금 금값이 너무 많이 오른 것 같아. 금을 사면 회사 일도 못하고, 계속 금값만 보게 될 거. 요즘 세계 정세가 불안한 것도 금값에 영향을 주는 것 같아"
소영이는 잠시 생각하더니 물었다.
"그런 불안이 없어지면 금값도 떨어지는 거야?"
"아마도"
"그럼 엄마는 어디에 투자할 건데?"
"아마 S&P 500일 것 같아. 크게 오르지도, 크게 떨어지지도 않아서 엄마가 회사 일을 하면서 계속 들여다보지 않아도 되거든"
소영이는 S&P500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갑자기 전혀 다른 질문을 했다.
"그런데 엄마, 내 돌반지는 잘 있어?"
"그럼. 잘 있지"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농담처럼 덧붙였다.
"그런데 금값도 올랐으니까… 이제 팔아서 생활비로 써도 되지 않을까?"
소영이는 바로 발끈했다.
"안 돼! 그건 내 거야. 난 평생 안 팔 거야"
"그건 엄마, 아빠 지인들이 준 거잖아. 소영이를 보고 준 건 아니니까 엄마 것이 아닐까?"
소영이는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
"사람들이 '소영이 주세요' 하고 준 거잖아. 그럼 내 거지!"
장난 삼아 던진 말이었는데, 소영이의 표정은 단호했다. 내가 한발 물러서자 소영이는 오히려 더 크게 외쳤다.
"엄마는 엄마 돌반지 있잖아!"
하지만 나는 돌반지를 사진에서만 봤다. 실제로 본 적은 없다. 아마 부모님이 오래 전에 팔아 생활비로 쓰셨을 것이다.
그 말을 들은 소영이는 본인이 다 속상해했다.
"엄마는 안 서운해? 돌반지를 팔아버린 할아버지, 할머니한테?"
"전혀. 그때 그 돈으로 엄마가 잘 먹고 컸을 거잖아. 하나도 안 서운해"
금 투자로 시작해 돌반지 소유권으로 끝난 이 대화는, 생각보다 오래 마음에 남았다.
소영이가 열두 살이 되도록 돌반지를 한 번도 팔 필요가 없었던 건, 어쩌면 부모님의 희생으로 내가 아이를 키우며 일을 할 수 있게 도와주셔서가 아닐까.
그날의 대화 이후 나는 가끔 생각한다.
돌반지보다 오래 남는 것이 있다면, 아마 부모님의 사랑이 아닐까하고 말이다.
[어린이도 이해하는 경제 이야기] 화폐의 가치
● 종이돈(화폐)은 누가 만들어요?
종이돈은 나라에서 만들어요.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은행이 돈을 만들어요.
돈은 물건을 사고팔 때 쓰기 쉽게 만든 약속이에요.
● 돈의 가치는 왜 떨어질까요?
돈이 너무 많이 만들어지면, 돈 한 장이 가질 수 있는 힘이 약해져요.
사람들이 가진 돈은 늘어나는데 물건은 그대로라면, 물건 값이 오르고 돈의 가치는 떨어져요.
이걸 물가(물건 가격)가 오른다고 해요.
● '금본위제'는 뭐예요?
옛날에는 나라가 돈을 만들 때, 그만큼의 금을 꼭 가지고 있어야 했어요.
그래서 금은 "이 돈은 믿어도 돼요"라고 알려주는 보증서 같은 역할을 했어요.
지금은 금본위제를 쓰지 않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금을 믿을 수 있는 기준으로 생각해요.
● 세상이 불안하면 왜 금값이 오를까요?
전쟁이나 경제 문제가 생기면, 사람들은 종이돈의 가치를 걱정해요.
하지만 금은 나라가 마음대로 많이 만들 수 없어요.
그래서 불안할수록 사람들은 금을 더 찾게 되고, 그만큼 금값은 오르는 경우가 많아요.
요새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가상자산(코인)'이 등장했죠.
코인은 금처럼 쉽게 늘릴 수 없다는 점 때문에, 사람들에게 '컴퓨터 속 금'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다만 코인은 가격이 많이 흔들릴 수 있어, 금과는 다르게 위험(리스크)도 함께 생각해야 해요.
● S&P500은 뭐예요?
S&P500은 미국에 있는 큰 회사 500개의 점수를 모아 놓은 거예요.
이건 주식과 마찬가지요. 주식은 회사의 작은 조각을 사서
그 회사가 돈을 잘 벌면 주식의 가격이 올라서 나도 돈을 벌어요.
ETF는 주식을 여러 개 한꺼번에 담아 놓은 바구니예요.
한 회사만 고르지 않아도 되고, 여러 회사를 조금씩 나눠 가질 수 있어요.
그래서 S&P500 ETF는 미국의 큰 회사 500개를 한 번에 조금씩 사는 방법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